[Review] 행복의 향이 묻어나는 서점, 라스트 북스토어

단 하나뿐인 곳에 당신을 초대해요
글 입력 2021.02.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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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점에서 행복의 향을 맡고는 한다.

 

나도 모르게 서점에 갈 때마다 특유의 분위기에 감응하는 경우가 많다. 서점에 들어간 뒤의 나는 분명 이전과 다르다. 서점에 들어서기 전의 나 자신을 무향이라 가정하다면, 서점 안에서 책을 고르는 동안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 모두 나름의 향으로서 내게 환원된다.

 

단순히 서적들이 빚어내는 종이향 뿐만 아니라 책에서 마주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기대 등의 정서가 어우러져 행복의 찰나를 이룬다.

 

동네에서 서점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아쉬운 요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북스토어가 K현대미술관에 위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주에 다녀왔다. K현대미술관은 국내에서 대규모로 손꼽히는 사립미술관으로서 매번 다른 주제의 트렌디한 전시를 발빠르게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의 취지는 책과 그것들이 모인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일상적 삶에서 그 가치들을 잃지 않고자 함이다.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두 층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작품의 수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작품들 위주로 소개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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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Imagine the words 작품이다.

 

이는 대형 알파벳들이 줄에 이어진 모빌 형태의 오브제로, 관람객이 자유롭게 철자를 조합하여 엉뚱한 단어를 만드는 등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책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언어에 의미가 담기는 과정을 실감나게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책의 재질과 가장 흡사한 소재인 나무를 소재로 선택한 까닭에 수수하지만 우아한 멋이 묻어난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산되는 자연의 본래적 미감이 오래 유지될 것이다.


작품 뒤의 흰색 배경은 마치 독서를 하기 전의 마음 상태처럼 여겨진다. 빛의 방향에 따라 자유롭게 흐드러진 그림자를 통해 책을 읽어나가며 구절들을 마음에 새길 때 반향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나는 과연 그동안 어떤 종류의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 벽지를 칠해왔는지 떠올리며 스스로의 독서 습관을 되짚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상부에 물이 흐르는 소리 또한 관람객들에게 편하게 연상하기 좋은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크기변환]KakaoTalk_20210212_225615432.jpg

 


다음은 Personal Book Cover 작품이다. 기존에 출간된 전형적인 책 커버에서 벗어나 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한 표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문학은 읽는 이에 따라 제각각의 울림을 지니기에 그 차이에서 수반되는 감각적 미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글귀 또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강조할지 표지의 전반적인 구도는 전적으로 감상자의 시점에 달려있단 걸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여 공간 한 켠에 아트샵과 카페가 조성되었다. 아트샵 벽면에는 숫자 표기 대신 어렸을 때 읽었던 이야기책이 놓여진 시계 컨셉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사실 우리는 분침과 시침만으로도 대략적인 현재시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어떤 것들이 우리의 시간 개념을 만들고 이루는지 사유할 시간을 준다.


나 역시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얻어서 그런지 근래에는 서점에 잘 가지 않았다. 종이책과 그 판매공간이 갖는 매력이 속절없이 잊혀지고 있는 요즘, 한번쯤 시간을 내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서점에 방문해보면 어떨까.

 

오직 서점에서만 할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을 통하여 삶의 향이 보다 더 풍성해지며 일상적 행복의 다채로운 양상을 직접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라스트 북스토어
- The Last Bookstore -


일자 : 2021.01.05 ~ 2021.06.06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주관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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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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