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우리의 기억 속 그때 그 시절 서점 속으로 - 라스트 북스토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서점으로 오세요
글 입력 2021.02.1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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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북스토어, 세상에 하나뿐인 마지막 남은 서점에 다녀왔다. 이번 ‘라스트 북스토어’전은 가히 그 이름과 같이 지금은 점차 사라져가는 종이 책들로 빼곡한 그 시절 서점의 이미지를 잘 구현 해내고 있다. 전시품을 관람하는 동안, 이 공간은 내 기억의 서재 속 해묵은 앨범 속에 들어 있을 법한 기억의 페이지를 자연스럽게 펼쳐 놓았다.


서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아직까지 내게는 들어서면서부터 살짝 묵은 듯한, 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서적 냄새와 먼지 냄새, 잘 정돈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난잡한, 친숙하고도 그리운 공간이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와 항상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동네 나들이를 나가곤 했는데, 그럴 때면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네의 작은 서점에 자연스럽게 들렀고, 나는 이 곳에서 만화책, 소설책, 참고서 등 다양한 책을 두루 둘러보고 구매하곤 했었다.


그러한 공간이 이제는 추억으로 밖에 남지 않은 이유는 그 서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 아니다. 더 이상 종이 책을 파는 동네 구멍 서점에 가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책이 필요하면 영풍문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브랜드 있는 큰 서점에 간다. 그곳엔 서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구용품,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을 취급하고 있고, 쉼터와 간혹 카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책이 조금 더 많은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이제는 굳이 종이책을 손에 쥐지 않아도 될만큼 날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종이 책의 자리를 전자 책이 점점 매꾸어 가고 있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을 정도이다. 나의 경우에도 최근에 구매한 태블릿 pc를 이용해 ‘밀리의 서재’라는 앱을 통해 주로 책을 읽고 있다. 단 한권의 책 가격으로 한달동안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니, 더 이상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동네 서점을 대체할 만한 다양한 공간과 수단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냥 후련하고 시원 찮지 않은 이유는 그 무엇도 동네 서점이 가진 그 분위기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추억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게 그리운 것은 단순히 그 서점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어머니와 책을 고르고 대화하던 곳, 친절한 서점 사장님이 책을 추천해주던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가 유독 인상 깊었던 이유는 서점이 서비스와 여가생활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의 트랜드를 반영함과 동시에 서점에 대한 개개인의 향수와 추억을 일깨워 줄 특별한 감성을 신선하고 다양한 현대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설치 미술 위주로 구성된 전시품들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서점이라는 공간을 잘 구현해 내고 있고, 보통은 전시 구간의 맨끝에 위치하는 기념품 스토어가 전시의 중간에 등장하며 마치 현대의 서점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차 혹은 커피 한잔을 하며 쉬어 갈 수 있는 카페 공간도 이러한 감성을 더해준다.

 

 

 

동심 가득했던 시절로 되돌려주는 시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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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책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학창시절 도서관 책장의 한 선반의 모습을 닮은 문을 지나면, 종이 책을 바리 바리 싸들고 다니며 수업을 듣고 공부했던, 신문지를 이용해 미술시간에 작품을 만들고 모빌을 만들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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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 쯤은 수업을 듣다가 지루해지면 교과서 귀퉁이에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낙서들을 모아보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신박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각각 하나의 책 만을 보아서는 무엇을 그렸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것을 모두 모아 보았을 때 한장의 그림이 탄생하는 이 작품은 오래돼 빛 바랜 책들이 마치 큰 캔버스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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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책을 모빌 모양으로 자르고 접어서 전시 공간 안에 하나의 커다란 샹들리에를 완성한 모습이다. 이 책 모빌들은 옅은 바람에 흔들리며 어린 아이들의 침대 머리맡에서 딸랑거리는 모빌과 같은 형태를 이룬다. 이 작품을 감상하며 책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 작품에 사용된 책들은 1920-30년대에 제작된 것도 있고 최근에 출간된 책도 있다고 한다. 한 세기를 아우르는 책들이 일종의 작품 재료가 되어 이렇게 큰 하나의 조형물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정말 인상 깊다.

 

 

 

서점은 우리들의 카페이자 놀이터이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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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는 서점의 다양한 면모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첫 번째 매력은 바로 도서관과 같은 공간이다. 이 공간은 마치 어느 대학의 도서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벽면에는 창문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과 기다란 원목 책상, 그 위에 올려진 초록색 스탠드, 그리고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담은 영상을 관람하며 최근 일어난 전염병 사태로 인해 이제는 기억에서 희미하게 잊혀져갈 만큼 방문한지 오래된 학교의 도서관 한가운데에 와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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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북스토어의 서점은 또한 쉼터이자 놀이터이다. 이 전시 공간에서는 어릴 적 나의 로망이었던 나만의 벙커 공간이 책 더미를 통해 구현됐는가 하면, 정말 놀이터와 같이 아치형 문, 미끄럼틀 과 같은 요소들이 책을 이용해 구현되어 있었다.

 

이곳이 전시 공간이라는 것을 잊고 벙커 안에 들어가 원하는 책을 골라 읽고, 아치형 쉼터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만큼, 쉼터로서의 서점을 매력을 잘 표현해낸 공간이었다.

 

 


유쾌한 상상으로 벗어나 보는 종이책의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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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 대한 설명은 딱히 적혀 있지 않았지만, 나의 예상으로는 디지털 세계에 갇혀버린 종이 책들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매체를 대표할 수 있는 TV 안에 다양한 종이책들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마치 종이책들이 TV 안에 봉인된 것만 같은 모습이다.

 

현대의 종이책들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그렇다. 디지털 매체가 빠르게 종이책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고, 미래에는 지금보다 종이책을 쓰는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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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허전한 마음을 안고 넘어간 다음 공간에서는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같은 작품이 연출되어 있다.

 

날아다니는 종이 책들, 고전적인 느낌의 타자기는 하늘을 날고 책장은 중력을 무시한 채 비스듬히 배치되어 있다. 앞선 현실의 씁쓸함을 모두 날려버리는 것만 같은 유쾌한 상상이다. 영화 속 한 장면, 또는 동화 속 장면과 같은 이 공간을 통해 잠시나마 사라져가는 옛 것에 대한 상실감을 달래본다.

 

 

 

공간 전체를 서점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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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가 유독 신선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전시 공간 안의 디테일한 부분에 까지 신경을 쓰며 전시 자체를 하나의 큰 서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2층으로 구성된 전시를 내려가는 계단에도 마치 도서관의 풍경인 것만 같은 그림 혹은 도서의 표지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작은 요소들에서까지 디테일을 챙겼기 때문에 서점이라는 분위기를 가진 전시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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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카페 공간과 기념품 공간을 전시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배치 한 아이디어도 신의 한수 였다고 생각한다.

 

보통 기념품 샵 같은 경우는 전시의 끝에 위치하면서 전시의 마지막을 알리고, 전시 공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을 준다면, 이 전시 에서의 카페 공간과 기념품은 중간에 위치함으로써 그 자체로 전시의 일부분이 되었다. 전시의 주제가 ‘서점’이니만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이용되는 서점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던 요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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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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