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로또실패 그리고 24살

글 입력 2021.02.0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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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샀다, 947회.
 
매주 로또를 하는 아빠를 보며 “돈을 버리는 행동을 한다”라며 말하곤 했다. 매주 투자 아닌 투자를 하는 아빠를 보면서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편의점에 갔다. 처음으로 로또를 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꿈에 아주 큰 흰 뱀이 나왔는데 검색창에 꿈 풀이를 쳐보니 재물과 명성을 얻게 되는 감히 최고의 예견이라고 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낯선이의 글을 읽고 당장 그 누구보다도 신뢰하게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을 통해 다른 성공을 기대 한 것도 아니고 복권으로 연결된 행동이 조금 부끄럽기도하다.
 
여하튼 ‘자동으로 5000원이요!’하고 일주일을 두근두근하며 지냈다. 눈을 뜨고 감기전까지 상상력을 총 동원했다, 사람 심리가 참 웃긴게 ‘기대하지마, 에이 설마’라고 하면서도 일단 머리가 멋대로 ‘소고기를 먹으며 부모님께 알리고, 용돈 드리고, 세탁기를 바꿔드려야겠다’라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미 매일 밤 당첨자는 나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말이 되었다. 당첨숫자는 발표되었고, 곧 몰래 방에 들어가서 종이 하단에 있던 큐알코드를 카메라로 찍었다. 정말 이렇게 떨린건 수능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낙첨. 기대한만큼 실망을 한다는 말이 맞았다. 흔히 이별에도 수용의 단계가 있듯이 곧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길을 가다가 벼락을 맞을 확률이 당첨확률보다 더 높다는데, 나는 아직 벼락도 못맞아봤잖아.”라는 얄궂은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그러다 곧 현실을 직시했다. 붕어빵을 최대 20개나 먹을 수 있는 아까운 내 투자금! 거품에 가려져 본질을 못본듯 갑자기 허튼데 돈을 버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약간은 간사하다.
 
다행히도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거나 경제적으로 휘청거리지는 상황은 아니다. 바꿔말하자면 그리 여유롭진 않기에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다 웃기게도 다음 말이 떠올랐다. 인생에서 가장 가난한 시기가 대학생일 것이라고 하는 것. 나이는 나이대로 쌓여가지만, 그와 비례되는 소득은 없다. 그런데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많다. 월세, 전기세, 가스비, 생활비, 등록금. 아직 학교라는 틀에서 지원과 안정을 받을 수 있는 핑계를 지닌 동시에 곧 사회의 출발선에 서 있다.
 
그렇게 24살. 20대 중반이 되면서 느낀건 정말 애매한 숫자를 달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다. 과거에 가지고있던 환상의 거품을 거둬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지만 또 노후준비는 이르다. 걱정이 매일 늘어가지만 곧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늙었다’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은 젊다는걸 안다. 쉽지 않은 내 나이. 위로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내 나이.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이 나이때쯤이 되면 다 큰 성인 구실을 할 줄 알았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줄아는 늠름한 어른인것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30대, 40대, 50대가 되어서는 나 자신을 어른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두렵기도하다.
 
과거에 미래라 함은 밝고 빛나는 이미지의 연속이었다. 매일 내일을 위해 일어나고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요즘 미래를 생각하면 어둡다. 친구들과의 대화주제도 걱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다 한숨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일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슬프기도 하면서 예전의 명랑함은 별안간 다른 지구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때처럼 새로운 내일을 위해 일찍 잠에 드는건 불가능한걸까. 이 나이대가 유난히도 유별난걸까. 10대때 내가 그리던 모습을 이뤄내기 위해 쉬지않고 달려야하는 지금 나이.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시간속에서 생기는 고민과 고됨을 등안시시키고싶지 않다는 어리광도 계속 자란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나는 다음 생에 다시 찾아오고 싶을 만큼만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감정은 감정대로 육체는 육체대로 보살피면서 말이다.
 
이 모든 생각은 혼자 돈을 잃고(로또를 하고) 곧 인생까지 끌여들여 써내려간 것이다. 당첨금은 얻지 못했지만 인생, 곧 나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게해준 로또. 두번의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맙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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