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호함이 주는 확실한 매력, PREP [음악]

글 입력 2021.02.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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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를 처음 만난 건 해외의 한 펍이었다. 알딸딸하게 취한 와중에도 이 노래를 검색하겠다고 핸드폰을 든 손을 번쩍 들어댔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우연의 순간이지만, 이후 여행 내내 이들의 앨범과 함께했다. 우연이 인연이 되는 날이었나 보다. 특히 비행기에서, 기차에서, 어딘가로 향하는 걸음 속엔 늘 PREP(프렙)이 있었다.

 

PREP의 멤버들은 모두 MBTI 검사의 ‘T’ 성향인 걸까. 무엇이든 준비를 해야 한다는 Preparation(준비)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 ‘PREP’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되었다고 한다. 오페라 작곡가, DJ 겸 드러머, 힙합 프로듀서, 팔세토 창법을 가진 보컬리스트까지. 음악의 각 장르가 모여 결성했다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모호하다. 보컬의 성별도 모호한 데다, 어쩌면 장르조차 모호하다. 음원 사이트 및 포털에선 신스 팝과 R&B SOUL이라는 장르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론 밴드 사운드를 딛고 있는데, 록은 아니고 재즈에 담근 손을 신스 팝에 휘휘 저었다가 꺼낸 듯한 느낌. 그러한 모호함은 확실한 매력이 되어 돌아온다. 덕분에 해가 뜰랑 말랑한 새벽,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 길거리, 떠나는 설렘 등 애매한 상황과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앨범 커버는 유난히 비행기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창, 실내에서 실외를 향한 창문의 구도가 눈에 띈다. 본인들도 아는 것일까? 어디론가 향하는 곳에서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사운드 하나하나가 우릴 집어삼킨다는 것을. 스무스(Smooth)한 무드로 없던 사랑도 만들어내고, 없던 미련도 만들어낸다.

 

 

 

Cheapest Flight

가장 싼 비행기


 

 

 

Two miles off the ground

(지상에서 2마일 위에서)

And no clouds to be seen

(구름 한점도 보이지 않고)

Give me some air that's cold and clean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주고 있지)

Love can't bring me down

(사랑은 날 끌어 내리지 못해)

 

 

어지러운 나날,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다는 내용의 곡이다.

 

아주 맑은 날, 비행기에 올라 떠나곤 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땅바닥에 두고 온 온갖 두려움과 고충들을 하늘 위에서 바라보면, 그것이 얼마나 자그만 일이었는지 깨닫곤 했다. 특히 '나 스스로만이 날 끌어내릴 수 있어'라는 가사의 구절은 아주 모호하게, 나의 자신감을 끌어올린다.

 

지금이야 여러 상황으로 인해 '가장 싼 비행기'는 '가장 위험한 비행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작은 창이 있다면 이 곡을 틀어두고 바깥을 바라보자. 집에서도 여행할 수 있다.

 

 

 

Who’s Got You Singing Again

누가 널 다시 노래하게 한 거야?


 

 

 

Just tell me the truth

(그냥 내게 사실을 말해줘)

Who's got you singing again?

(누가 널 다시 노래하게 한거야?)

Who put that light back in your eyes?

(누가 네 눈을 다시 빛나게 한거야?)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소리를 끄고 들여다보면 국내 아티스트 검정치마, 혁오와 비슷한 무드를 가지기도 한다.

 

자신이 소홀해진 사이 다른 사랑을 찾아버린 연인에게 묻는 내용의 곡인데, ‘누가 널 다시 노래하게 한 거야?’라는 물음은 ‘누가 널 다시 사랑하게 한 거야?’라는 말로도 들린다.

 

편안하고도 잔잔하게 아픈, 변해버린 연인을 탓하기보다 그런 상대의 모습을 알아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미련한 곡.

 

 

 

Don’t Look back

돌아보지 마



 

 

Where’s your real life?

(네 진짜 인생은 어디있어?)

Can you find it?

(찾을 수 있어?)

Can you see what’s there?

(거기에 뭐가 있는지 볼 수 있겠어?)

 

 

피처링에 익숙한 아티스트들이 있다. 몬스타엑스 셔누와 소윤(Sooyon)이 곡에 참여했다. 어색한 모양새 하나 없이, 누구 하나 귀에 걸리지 않고 적절히 어우러진다.

 

앞서 두 곡이 새벽과 오후를 배경으로 한 음악이었다면, 이 곡은 늦은 밤을 떠올리게 한다. 우선 한밤중 우두커니 켜져 있는 조명의 앨범 아트웍이 그렇다. 또, 잔잔한 밤 친구에게 연애 조언을 건네는 오랜 친구와 같은 가사 또한.

 

하지만 그 조언들은 흔한 것이 아니다. 보통 친구의 연인을 깎아내리거나, 다시는 전 연인의 말을 꺼내지도 말라며 질려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차분하게,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가 쥐고 있는 날선 감정을 무디게 하려 애쓴다.

 

HONNE(혼네), FKJ, The Knocks를 좋아한다면 Prep(프렙) 또한 당신의 귀에 착 내려앉을 것이다. 잔잔하게 아프고도 따스한, 모호함이 되려 확실함으로 변모하는 반전의 반전 아티스트. 2020년도 내한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페스티벌이 취소되어, 라이브는 유튜브를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서 봄이 올랑 말랑, 애를 태우는 지금. 그들을 위한 계절이 아닐까.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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