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 시대 백수 일기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모르겠다
글 입력 2021.02.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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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백수 일기

사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백수의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1. 백수의 카페 놀이



백수의 여유로움은 평일 낮에 카페 가기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볕이 잘 드는 낮, 저마다 바쁘게 일하고 있을 시간에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여유로운 일은 없다.

 

그런데 백수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되었다. 여행 못 가는 것도 서러운데 카페도 안 된다고? 태생이 활동적이지 못한 나는 외출이래봐야 어딘가에 들렸다가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는 정도인데 카페를 못 간다니 외출을 금지당한 기분이었다.

 

감금에 가까운 12월을 보내면서 코로나 블루를 실감하게 되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가 다가올 즈음, 카페 내 취식이 가능해졌고 나는 친구와 함께 평일 외출에 나섰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낯선 공간에서 맞이한 대낮의 여유로움은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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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을지로의 죠-지 서울

메뉴: 퓨로롱 블루베리

 

 

 

2. 생존을 위한 운동


  

그동안 2주씩 운영이 중지되는 건 견딜만 했는데 6주는 몸을 찌뿌드드하게 만들었다.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일상의 한 조각이 되고 나니 온몸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매일 같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지만 몸은 근력운동을 요구해댔다. 나약한 의지력을 가진 나로써는 집에서 스트레칭만 겨우 할 뿐이라서 남이 강제적으로 시켜주는 운동이 절실했다.

 

그래서 눈이 펑펑 내리는 지난 월요일 오전, 신나게 필라테스 학원으로 향했다. 첫주는 오래간만에 운동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동작을 위주로 했고 영업재개 2주차인 이번 주는 내 온 몸의 근육을 일깨우는 수업이 이어졌다.

 

사람이 오르막을 걷는데 이렇게 많은 다리 근육이 필요한 거였나 싶을 정도의 근육통에 시달렸지만, 운동 후 찾아오는 개운함이 모든 걸 이긴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정신까지 건강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 덕에 몸과 정신이 건강을 되찾고 있다.

 

 

 

3. 집에서 하는 취미 생활


 

그동안 경추와 안구 건강을 위해 넣어두었던 취미를 슬금슬금 들춰보고 있다. 직녀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위빙룸과 섬세하게 시간을 공들이는 프랑스 자수. 새로운 마음으로 위빙용 뜨개실을 사고 약간이라도 건강을 챙겨보고자 수틀 스탠드를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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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에 탈착형 다리를 연결해서 수틀을 테이블처럼 만들거나, 책상이나 탁자 모서리에 고정하는 형태도 있지만 나는 책상에 앉아서 쓸 수 있는 스탠드형을 찾아보고 있다. 그리 수요가 많은 물건은 아닌지 국내보다 해외 직구가 더 나아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좋고 비싼 것들이라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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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 스탠드는 사려는 데에는 경추 건강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느닷없이 루네빌 자수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것까지 할 거면 미리 장비를 갖춰두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여느 자수처럼 수틀을 쓴다는 것만 빼면 많은 것들이 다르다. 탕부르 자수바늘을 이용해서 오간디 같은 투명한 원단에 수를 놓는다는 게 다르다. 시퀀, 비즈 등을 이용해서 입체적으로 수를 놓기 때문에 화려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게 재밌어 보여서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집에 십자수하고 남은 실이 있어서 프랑스 자수를 쉽게 시작했던 것처럼, 스탠드형 수틀과 바늘을 구비해두면 루네빌 자수도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서.

 

 

 

4. 드라마 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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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주
: 나는 미련처럼 애틋한 장르를 땔감으로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선겸씨는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빛나던 순간들에 대한 미련, 그 미련을 값지게 쓰는 거.

 

기선겸: 오미주씨 땔감은 뭐였는데요?

 

오미주: 음... 나는 두려움이나 두려움이나 강박같은 거? 그러니까 잘 좀 해봐요. 나도 좋은 영향 좀 받아보게.

 

 

드라마를 챙겨보는 성격이 아니지만 드라마에 대한 소식에는 늘 귀를 열고 있다. 어쩌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 만나면 좋고 아니면 오며가며 스토리 파악해서 설렁설렁 시간을 죽이는 데 쓰고. 런 온은 어쩌다 틀어둔 채널에서 흘러나왔는데 비주얼이 좋아서 혹했다. 하지만 금새 드라마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어느 날 우연히 저 장면을 봤는데 보다보니 이래저래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살지만 나에게 집중해서 생각하는 시간은 잘 찾아오지 않았는데 런 온을 켜두니 생각할 거리가 하나씩 생겨났다. 제대로 본 건 한 화도 되지 않아서 1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예정이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고 나도 아직 완전히 마음을 준 건 아니지만 사람을 이렇게 치고 갔으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5.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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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여행을 다니는 남자친구가 어느 날 여행 중에 운석이 떨어지는 소동을 겪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인 걸까, 여행에서 돌아온 남자친구는 이전과 달리 철이 든 것 같았고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행동에 어쩐지 수상하게 느껴졌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고백했다. 나와 함께 있기 위해 큰 빚을 지고 많은 것들을 버리고 2만 광년이란 엄청난 거리를 왔다고.
 


책 읽는 횟수는 현저하게 줄었지만 책에 대한 관심은 남아있어서 습관적으로 책 정보를 살핀다.

 

‘책끝을 접다’에서 책소개를 재미있게 봤고,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주문했는데 그러고 까먹었다. 요즘 정세랑 작가가 인기가 엄청 많은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작가님이 방송에 나온 건 모르고 있었고 책 저자가 정세랑 작가인 것도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 책 좀 읽고 살아야겠다 싶어서 책을 손에 들었다. 초반 몇 장만 읽어도 느껴지는 문장력과 흥미로운 소재에 동화적인 감성이 더해져서 책은 딱 두 번에 나눠 읽고 빠르게 끝냈다.

 

sf가 가미되어있고 주인공이 저탄소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인물이라 곳곳에 환경이야기가 있어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기엔 장르가 조금 튄다.

 

책소개의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확보'와 '주류에서 배제되고 드러나지 않는 동시대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작품 내부로 긴밀히 불러들이는'이 아무래도 정확하다. 내용은 가벼운데 사람을 적당한 세기로 치고 지나간다.

 

이건 추천, 무조건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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