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선악의 경계에 선 예술가들 - 예술가는 어떻게 인간을 이해해 왔는가

글 입력 2021.01.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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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어떻게 인간을 이해해 왔는가


 

예술의 수용 단계에서는 다양한 주관이 개입된다. 과거의 경험, 순간의 잔상 등 개인 차원의 감상으로 넘어가면 예술은 온전히 보는 이의 것이 된다. 주로 오늘날의 예술 감상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한다.

 

그러나 예술사회학적 관점으로 돌아가자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적어도 예술 사회학은 예술 작품 속에 있는 상징과 은유를 통해 시대적, 문화적 맥락에서 예술을 수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수용자의 감정 이전에 예술 작품은 그것이 담고 있는 여러 메시지가 있다.

 

<예술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는 예술사회학의 관점을 견지하며 예술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 나간다. 예술 작품은 결코 예술가가 속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과 유리된 채 존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서양의 집단 무의식이 예술가들의 작품에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탐구한다.

 

이른바 서양의 기본 정신이 되는 '휴머니즘'은 어떻게 예술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지, 곳곳에 담겨있는 서양 정신의 근원을 파악하면서 예술가들의 ‘인간 탐구’에 대한 여정을 선보인다. 나아가 단순한 감상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서양 미술을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서양미술을 통해 본 악의 이미지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위해,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위해. 다양한 이유로 예술은 존재한다.

 

<예술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나>는 예술이 곧 ‘인간’을 위해 존재해왔다고 본다. 감동과 위로 같은 인간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예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왔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예술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겠지만, 결국 예술이 작품으로 감응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인간’을 통해서가 아닐까.

 

이때 인간은 참으로 특이한 속성을 가진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통해 다양한 것을 인식하고 구분한다. 즉, 좋다는 것은 곧 선(善)이 되고 나쁜 것은 악(惡)이 되어 이분법적 논리로 나뉘게 된다.

 

서양의 정신을 관통하는 휴머니즘은 곧 이분법에 기초하여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정, 우리와 이방인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였다. 그렇기에 서양 문화에서 존재하는 것들은 어떤 상태로든 악이나 선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악은 두려움의 대상, 기피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런 인식은 곧 예술 작품 곳곳에서도 등장한다.

 

선(善)이 곧 좋음(good)으로 주류가 된 휴머니즘의 사회 속에서 ‘죽음, 자연, 여성, 욕망과 광기, 이방인과의 전쟁’은 줄곧 악으로 여겨져 왔다. 책은 이른바 악으로 규정되어 온 것들에 집중하여 그 안에 담긴 상징과 의미를 탐구해 나간다.

 

먼저 ‘죽음’에서는 뭉크의 <절규>를 시작으로 공포, 지옥, 저염병 등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왜 죽음의 공포가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인지 파헤친다. 죽음은 삶의 반대를 의미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결말이다. 그럼에도 일생에서 직접 경험하는 순간은 단 한 번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언제나 현실을 살고 있음에도, 언젠가 마주하게 될 필멸의 순간을 두려워 해왔다. 그러나 그런 근원에 대한 고민은 화가들에게 때로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바다, 폭풍, 밤 등 자연물에 빗대어 미처 마주하지 않은 ‘죽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휴머니즘의 전통에 반하는 예술 작품 속의 악의 형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결국 필멸의 존재란 걸 깨닫게 된다. 지금에야 자연 현상을 예측하고, 의학을 통해 다가오는 죽음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지만, 과거에는 모든 것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의 연속이었다. 죽음에 대한 불안,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이성, 혐오로 피어나는 남성 중심의 전통. 예술 작품 속에 담긴 악의 원형을 보면서 이분법에 근거한 서양 정신의 뿌리를 살펴보는 과정은 선(善)에 가려져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을 새롭게 보는 시야를 만들어준다.

   

<예술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는 서양 정신의 큰 줄기로부터 악이 어떻게 예술 작품속에 등장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죽음, 자연, 여성, 광기, 전쟁’을 다룬 서양의 미술 작품을 통해 그동안 서양이 악을 어떻게 이해 해왔는지 파악해보자.

 

*

 

인간은 결코 아름답고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니 예술이 선악(善惡)과 미추(美醜)를 넘나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예술은 사회 규범을 넘어서는 것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선보다는 악과 더 닮았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예술가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는 우리에게 인간은 어느 쪽이냐고 끈질기게 묻습니다. 악을 품은 이미지는 바로 그 질문 중 하나로, 우리를 인간성의 심연으로 이끌어 극한의 경험을 눈앞에 펼쳐놓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속한 종(種)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인간은 항상 인간에게 주어진 것 이상을 탐냅니다. 그래서 문명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자찬하고요. 하지만 스핑크스는 오늘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에 속한 존재임을 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죄에 빠지는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말입니다. - 2장.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자연에서 보다> 중에서


서양미술에서는 전통적으로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남성이어야 했고, 여성은 보이는 대상이어야만 했습니다. 당당한 시선은 권력을 움켜쥔 남자들의 것이었으니까요. <올랭피아>가 19세기에 스캔들 메이커가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여성은 더 이상 보이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했으니 말입니다. - 3장. <여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다> 중에서


 

 

저자 채효영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에서 미술사와 사진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서양미술사 강의》, 《사진학의 이해》가 있고, 여러 편의 미술사 관련 논문을 썼다. 모든 예술은 근본적으로 그 사회의 세계관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며, 휴머니즘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본질적 세계관이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미술에서 자연이 갖는 의미를 짚어 보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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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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