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가와 훵크, 추다혜차지스 [음악]

글 입력 2021.01.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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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델릭 샤머닉 훵크’라는 장르는 난생처음이다. 밴드 사운드에 굿 소리와 제주도 방언이 섞인 것은 더더욱 그렇다. 밴드 사운드와 전통 본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2020년도 5월, 첫 앨범을 선보인 ‘추다혜차지스’다.

 

 


 

추다혜는 ‘씽씽’ 활동으로 이미 한차례 주목을 받은 전적이 있다.

 

우리 소리를 활용했지만 그녀를 주목한 곳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 생활 내내 소리와 연기를 함께했으며, 그 영향으로 라이브 무대에서 기가 막힌 연기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장르와 장르의 결합이나 동서양의 만남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가 합쳐진 진정한 ‘퓨전’이기도 한 것이다.

 

국악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낮은 무가. 무가는 즉흥성을 무기로 한 음악으로, 기본적으로 ‘무당의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민족의 오랜 정서인 ‘한’을 느낀다. 또, ‘훵크’는 즉흥성이라는 같은 영역을 공유한다. 즉흥적인 밴드 사운드를 쌓아올린 후, 특유의 묵직한 국악적 보컬을 활용하여 토핑 된 그들의 음악은 두 인종 사이에서 자유롭게 넘나든다.

 

마지막 트랙에서는 힙합 요소도 가지고 있다. 동양 음악과 흑인 음악이라니. 촘촘한 계산을 통해 제작된 CD에서는 초마다 그들의 의도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라이브 세션은 낯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들은 다채로운 버스킹과 같은 모양새다. 마치 레시피는 있지만 연연하지 않는 유명 셰프팀 같다.


그녀는 무가를 배우기 위해 무당에게 찾아갔다. 장르 특성상 레코딩 등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던 탓이다. 보통 무당에게서 무당에게, 또 세대에 걸쳐 전승되는 만큼 그들 본연의 소리를 제대로 기록할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또, 우리가 영화 <곡성>에서 봤던 그것. 방울(무령) 또한 그들 손을 거쳐 제작되었다. 방울은 특정 지역이 아닌 여러 지역의 무당들의 합이다.


가사, 즉 그들의 언어는 제주도의 방언이다. 사실 제주도 방언이라 함은 ‘혼자 옵서예’ 정도 밖에 모르는 문외한이라, 그들의 가사를 익히려면 대백과 사전이라도 펼쳐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추다혜차지스는, 유니크한 그들의 감성과 다르게 아주 친절한 아티스트라는 점. 몇몇 인터뷰와 글을 찾아보다 보면, 한국어로 적힌 외국어 같은 가사들도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한과 소망을 품고 있다.

 

곡들은 새로운 음악, 새로운 무가의 형태를 명확히 귀에 꽂아넣는다. 타이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애초에 방울(무령)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정확히 파악했고, 그로 하여금 리스너들이 ‘낯선 반가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차지S차지>


 


 

모든 수록곡들이 강한 채도를 띄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봤던 곡이다.

 

명절, 어른들 간의 알 수 없는 기싸움으로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과 비슷한 초반부를 지나, 곧 어떠한 계기로 인해(윷놀이, 화투 등) 다함께 신명난 판이 벌어지는 것과 같다.

 

초반의 몽환적인 사운드에는 레게 스타일이 흠뻑 묻어나는데, 이는 우치다 나오유키의 손을 거친 것이다. 일본 유명 엔지니어 겸 덥와이저로, 한국 아티스트와도 협업하곤 했던 ‘레게’ 믹싱 전문가다. 악기 틈의 공간감은 리버브로 살려냈고, 특유의 믹싱 스타일을 만나며 주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눈앞에 그려지도록 했다.


등장 이후 여러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대중들의 반응 또한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들의 라이브 공연이 한 편의 뮤지컬과 같다는 이들도 있었고, 후에 한국 음악 장르에 커다란 이변을 가져올 것이라는 호언장담까지 난무했다.

 

그들은 아주 조금 당황했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그들 본연의 모습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들은 다음 '소리'에서도 계산적이지만 즉흥적이고, 다채롭고도 명확한 색상을 이용해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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