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꿈을 훔쳐갔다 -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다큐]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글 입력 2021.01.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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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커스(Shirkers): 회피하는 자, 도망자



다큐멘터리 감독 샌디 탄과 친구들의 꿈을 담은 영화 <셔커스>를 도난당했다. 범인은 바로 자신의 멘토이자 친구였던 조지 카도나였다.


샌디는 어릴 적부터 영화를 사랑했다. 친구 재스민과 함께 영화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14살의 나이에 싱가포르 언더그라운드 록 잡지<빅오>에 글을 기고하기도 하고, <익스플로딩 캣>이라는 자신들만의 잡지를 만드는 등 영화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영화 제작 스터디 친구 소피와 재스민 그리고 영화 제작 수업의 선생님이었던 조지를 만나 영화 제작의 꿈을 꽃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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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프랑스 누벨바그를 논하며 영화를 매개로 단결되었다. 특히 샌디는 조지가 마음에 들었다. 1980년대 싱가포르에서 영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어른을 만나게 된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샌디는 대학생이 되어도 조지와의 연락을 지속해나갔다.


조지는 늘 샌디에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그래서 샌디는 영국에서 <셔커스> 각본을 만들었다. 완성 직후 <셔커스>의 각본을 조지에게 보여주었다. 돌아온 조지의 반응은 샌디에게 전율을 가져다주었다. “<셔커스>를 영화로 만들어보자” 그렇게 샌디는 방학을 맞아 싱가포르로 돌아와 자신의 꿈과 열정을 담은 <셔커스>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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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커스>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은 샌디의 친구인 재스민, 소피 그리고 촬영 감독을 맡은 조지뿐이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샌디, 재스민, 소피는 모든 열정, 노력과 돈을 쏟아부었다. 학생 신분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싱가포르는 껌을 길거리에 뱉는 것조차 통제하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독립영화는 생소한 분야였고 영화 제작에 대한 시도조차 미비했던 시대였다.

 

거기다 학생, 여자라는 신분으로 영화를 만들기는 더욱 더 쉽지 않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을 캐스팅하고 카메라 장비를 빌리고,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영화 제작에 관련한 전반적인 모든 일은 샌디, 재스민, 소피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조지는 촬영 감독이었지만 제대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 긴가민가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샌디는 그 당시 조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를 믿었다. 아니 그보다 영화를 믿었다. 영화를 향한 샌디의 열정을 믿었고 샌디, 자신을 믿었다. 그 당시 재스민과 소피가 조지가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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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는 영화에 관해선 독불장군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셔커스>를 완성할 것, 그것이 샌디의 가장 빛났던 청춘의 한 페이지 속 목표이자 샌디의 청춘과 꿈의 모든 것이었다. 그 당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샌디 자신을 쿨한 나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기에 조지의 수상쩍은 행동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신의 꿈에 도취되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셔커스>는 완성 되었다. 이제 조지의 편집만이 남아있었다. 방학이 끝나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 샌디는 조지의 연락을 기다렸다. ‘영화가 완성되었다.’라는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조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조지는 그렇게 사라졌다. 자신의 꿈, 청춘, 열정을 담은 <셔커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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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재스민, 소피에게 <셔커스>는 그녀들의 꿈과 청춘이었다. 그녀들은 꿈을 도난당했다. 그것도 그녀들이 믿었던 멘토 조지에게 말이다.


타인에 의해 도난당한 꿈은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샌디는 <셔커스>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과 열정을 다했다. 각본, 연출, 기획, 연기 등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싱가포르 영화계에 획을 긋겠다는 야망도 있었다. 그런데 조지는 한순간에 그 꿈을 훔쳐 간 것이다. 샌디는 꿈을 도난당한 뒤 영화제작에 대한 꿈을 접게 되었다. 어릴 적 영화를 생각하면 설레고 기뻤던 기억이 앞서기보단 이제는 마음이 아프고 배신감에 몸서리쳤기 때문이다. 그토록 좋아했던 영화가 이제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그녀는 그 사건 이후 영화 제작의 길이 아닌 영화 평론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샌디에게 연락이 왔다. 조지의 죽음과 조지의 창고에 쌓인 수많은 필름의 존재를 말이다.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샌디는 <셔커스>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되찾은 <셔커스>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았고 무성영화가 되었다. 지금에 와서 영화를 개봉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려 그 당시 참신 했던 것들은 빛을 발하여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샌디는 <셔커스>를 재창조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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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는 상습범이다. 샌디, 재스민, 소피의 꿈만 빼앗은 것이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후배의 카메라 장비를 숨겨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아내의 돈을 이용하여 영화 센터를 차리기도 하는 등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여 그들의 꿈을 빼앗으며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소시오패스였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성격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이미 그는 이 세상에 없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세상엔 조지 같은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꿈을 가진 자들을 비하하고 꿈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사람들은 자신이 봤을 때 철없는 꿈이거나 사회의 흐름에 맞지 않은 꿈과 열정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자면 전문대를 졸업하고 돌연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 공부를 한다는 사람에게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쉽니?’ 등과 같은 말처럼 타인의 꿈을 깎아내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꿈도 분수에 맞게 꿔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회의 흐름에 맞지 않은 꿈들은 쉽게 무너진다.


사라진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샌디는 용기를 냈다. 잃어버렸던 셔커스를 다시 재가공 함으로써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만들어나갔다. 꿈을 비웃고 빼앗으려 드는 사람들에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용기를 내는 방법밖엔 없다. 꿈이 사라졌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사라지지 않았고, 잃어버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꿈은 언제나 자신 안에 있다. 그것을 어떻게 만들고 세상 밖으로 내보일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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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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