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통을 욕망하지만, 여전히 '디스커넥트' [영화]

<디스커넥트(2012)>, 헨리 알렉스 루빈
글 입력 2021.01.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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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의 <디스커넥트>는 언뜻 보기에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옴니버스(omnibus) 형식이란 독립된 짧은 이야기들을 병치하는 장르로, 이 영화의 제목인 <디스커넥트>와도 연관성이 느껴진다. 결국 ‘옴니버스’란, 연결되지 않을 법한 배타적인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커넥트>에서 독립되어 보이는 네 가지의 에피소드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점점 얽혀 들어가는, 일종의 몽타주를 형성한다. 그 구성은 마치 네트워크 연결망, 쉽게 생각해 거미줄을 닮아 있다.

 

나는 이 영화의 장르를 ‘커넥티드 옴니버스’ 라고 칭하고 싶다. – ‘무관한 이야기 묶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 표면적인 의미 상, ‘커넥티드 옴니버스’라는 단어는 독자에게 합리적이지 못한, 모순적인 단어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디스커넥트>에서 비치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모순적인 측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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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적인 관계를 모순적으로 담은 영화, 흥미롭게도 <디스커넥트>는 소통 없이 연결되어 있다. 구조 상으로 네 가지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으나 교차하기만 할 뿐 호흡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극중 인물들(총 세 가정)은 관계에 얽매이나 누구도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한다. 이렇게 작품에서 ‘소통’에 대한 욕망은 영화의 형태로써, 또한 서사로써 동시에 표출된다. <디스커넥트>는 단순히 소셜 미디어의 폐해와 위험성만을 지적하는 영화가 아니다. 역설적인 SNS의 단면, 그리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인간 군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공허한 미디어 공간에서 한 데 모인 인간들은 여전히 ‘디스커넥트’되어 있다.

 

 

"스크린 위 기호와 상징은 결국 영화 화면의 기호와 상징이 되기 전에 거의 언제나 현실이었다." - <영화학개론>, 에드 시코브

 

 

<디스커넥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이 영화가 구축한 SNS 세계는 당연히 현실을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나, 원본 그 자체는 아니다. 무질서한 현실의 소셜 미디어, 감독은 그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영화적 기호로 형상화하였다.

 

관객은 이러한 파생 실재의 안에서 SNS를 간접 경험한다.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인데도 작품의 복잡한 세계관은 조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감상이라는 비선형적인 경험을 통해 관객들은, 다양한 상징을 담은 에피소드들로부터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이렇게 시뮬라르크적인 영화의 측면에서 벗어나, <디스커넥트>가 상징화한 현실 세계 소셜 미디어의 단면을 파헤쳐 보자. 이 영화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사이버 범죄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사이버 금융 피싱 사기’, ‘사생활 노출’, ‘성인 사이트 불법 화상 채팅’이 바로 그 사례들이다. 그 사례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사이버 범죄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지, 다음 문단에서 살펴보자.


① 사이버 금융 피싱 사기 : 영화 속 ‘데릭’과 ‘신디’ 부부는 전 재산을 ‘피싱’ 당하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금전적인 문제와 더불어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마는데, 이러한 ‘사이버 금융 피싱 사기’ 사례는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해 8월 대한민국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각종 비대면 사이버 사기로 인한 피해 액수가 작년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사이버 금융 피싱 사기로는 ‘보이스 피싱’일 것이다. 2000년대에 특히 사회적 이슈였던 ‘보이스 피싱’은 아직까지도, 매년 피해 액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신종 사기 수법인 ‘메신저 피싱(전화가 아닌 채팅 등의 메시지를 이용한 사이버 금융 사기 수법)’이 작년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가 확대되면서 금융 사기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기에, 국가적으로 광범위한 분야의 공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② 사생활 노출 : <디스커넥트>에는 알몸 사진 노출로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되는 ‘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벤’의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으나, 사생활 침해는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연예인의 사생활 노출 문제가 심각하다. 연예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공공연하게 SNS에 올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언론도 ‘사생활 노출’ 문제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면, 연예인의 사적 영역은 대중에게 보도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생활 노출’은 소셜 미디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현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이다.

 

③ 성인 사이트 불법 화상 채팅 : 극중 18살 소년 ‘카일’의 이야기와 관련 있는 사례이다. 대한민국 여성 가족부에 따르면, 불특정 이용자 간 온라인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랜덤채팅’ 앱은 그동안 청소년 조건 만남, 성매매 알선 등 불법 유해 행위의 주요 경로로 악용되어 왔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또한 랜덤채팅 앱을 통해 청소년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 미디어가 성범죄의 직접적인 장이 될 뿐만 아니라, 더욱 거대한 성범죄로의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


영화가 끝나고 관객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생활을 되돌아보게 된다. 카카오톡 채팅 목록을 훑고, 페이스북 알림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피드를 넘겨보며 고민에 빠진다.

 

‘나의 소셜 미디어 속 관계들도 건강하지 못한 걸까? 영화 속 인물들은, 단지 나처럼, 소통을 갈구하기만 했을 뿐인데, 왜 결과적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그렇게 범죄의 당사자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나 ‘커넥트’하려 애쓰지만 연결되지 못하고, 결국 교차하여 ‘디스커넥트’되고 말아. 미디어란, 그리고 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란, 모두 그렇게 허무해지고 마는 것일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직접적인 소통이 단절된 사회 속에서, 영화 <디스커넥트>가 보여주는 ‘미디어 속 소통의 본질’은 냉소적으로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이 영화 속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비관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영화의 증거는 반-영화로, 예술의 증거는 반-예술로, 사회의 증거는 반-사회로 증명되는 세상이다. 모두가 서로의 실재를 의심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영역에서 사실상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반대 용어’로 치장한다. 소셜 미디어와 같은 온라인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 공간은 반-오프라인 공간이다. 인간은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직접적인 소통을 갈구하기에, 온라인 공간에 몰두하게 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작게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익명의 세상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피력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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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부정 당하지 않으려는 시도를 염세적인 시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모든 인간은 ‘관종’이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우리는 항상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들이 아니던가. 불완전한 인간들이 불완전하게 소통을 욕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니 서로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자. 끈끈하게 ‘디스커넥트’되어, 사랑하고자 애쓰는, 우리 개인들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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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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