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토트넘의 신구장 - 축구에서 브랜딩을 찾다 #4

글 입력 2021.01.1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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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팬'이다.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 팬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축구 구단의 수입 경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경기장 티켓 판매, 중계권료, 스폰서의 후원, 굿즈 판매 등등. 이 중에서 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건 하나도 없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축구도 잘해야 하지만 팬도 많아야 한다. 팬이 많은 리그일수록 중계권료를 비싸게 받을 수 있고, 팬이 많은 팀일수록 티켓과 굿즈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다. 당연히 스폰서도 더 많이 달라붙는다. 그리고 여기서 쓸어모은 돈은 구단이 좋은 선수들을 모아 빅클럽으로 거듭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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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야 한다. 이때 고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단골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으로. 물론 양쪽 다 돈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단골 고객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고객들은 가격이 더 싸거나, 품질이 더 좋은 대체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넘어가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골 고객은 다르다. 그들은 브랜드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떠나지 않는다. 대체재가 있더라도 끝까지 남아 기업의 수입에 일조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런 단골 고객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목표 또한 같다.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브랜드에 애정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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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행동모델’에 따르면 고객은 크게 다섯 단계에 걸쳐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먼저 문제를 인식한다. 다음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탐색한다.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대안을 선별한다. 대안 중 하나를 구매한다. 이후 구매한 대안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에 따라 재구매, 추천, 불매 등의 행동을 하는데 바로 이때 브랜드에 대한 애정, 충성도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브랜드 충성도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만족’이 필수라는 것이다. 한편 브랜드는 자신의 상품을 통해 고객에게 속성(Attribute)과 혜택(Benefit), 가치(Value)를 전달한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ABV의 법칙’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속성과 혜택은 누군가에게 따라잡히기가 쉽다. 아무리 맛있는 스테이크도 그 비법을 따라 하기 위해 경쟁자들이 노력한다면 결국 맛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스테이크가 지닌 개성은 희미해지고, 고객 역시 전과 같은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는 살아남기 위해 속성과 혜택뿐만 아니라 ‘가치’에도 힘을 주어야 한다. 스테이크의 맛과 영양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 마치 왕이 된듯한 환상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나 철학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제공할 수 있을 때 이 스테이크는 비로소 유일무이한 작품이 되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사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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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럴듯한 가치를 가지는 게 브랜딩의 전부는 또 아니다. 공정, 정의, 균형, 상생, 배려, 혁신, 도전 등등.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서로 비슷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누군가는 살아남지만, 또 누군가는 잊혀진다. 왜냐하면 브랜드의 가치라는 건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에서,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자신이 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증명에 성공했을 때 고객은 비로소 브랜드가 지닌 가치에 공감하고, 브랜드는 자신의 존재에 당위를 부여받는다.

 

이때 우리는 ‘고객'을 이야기한다. 브랜드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고객을 중심에 놓으라는 소리다. 브랜드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고객이 있을 때 존재할 수 있다. 말하자면 브랜드의 존재 근간은 사람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 또한 사람을 향해야만 한다. 단순히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이 나서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습을 보여줄 때, 단순히 ‘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선수들을 도와 그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때 사람들은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반응한다.

 

 


 

 

<사례1. 토트넘 홋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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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이하 ‘토트넘’)는 1882년 창단된 영국의 프로 축구클럽이다. 우리에겐 손흥민 선수가 속한 팀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9년, 토트넘은 전 세계에 자신들의 새로운 경기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선보였다. 건설 비용은 10억 파운드로, 이는 한화로 무려 1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영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비싼 경기장이다.

 

실제로 토트넘 경기장은 화려한 외관 뿐만 아니라 지붕의 앰블럼, 미니펍, 터널클럽 등의 각종 편의 시설들이 가득하다. 한편 팬들은 토트넘의 새로운 경기장에 감탄을 하면서도 동시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수차례의 이적시장에서 보여준 바에 의하면 토트넘은 돈을 잘 쓰지 않는 짠돌이 구단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구단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을 지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대관절 토트넘은 왜 이토록 아름답고 비싼 경기장을 지은 걸까?

 

물론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장’이 지닌 의미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축구 경기장은 축구를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단과 팬이 대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구단과 팬은 바로 이곳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경기가 끝난 후, 지칠 대로 지친 선수들이 괜히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는 게 아니다. 그들 역시 경기장이 지닌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구 경기장은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훌륭한 시설을 통해 팬들에게 최적의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구단의 이미지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장은 랜드마크로서도 자리잡아야 한다. 축구 경기장이 축구만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육상, 아메리칸 풋볼 등 다른 스포츠 종목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콘서트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다.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축구장이나 야구장 같은 시설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일이 많지 않지만 올드 트래포드, 안필드, 캄프누 같은 유럽의 축구 경기장들은 관광지이자 도시의 상징으로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도시의 수입으로도 이어진다. 즉, 구단과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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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사회에 무언가 남기는 구단이길 바란다. 이 지역 사회가 새롭게 탄생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할거다.”

 

토트넘의 신구장 역시 다르지 않다. 사실 토트넘은 런던을 넘어 영국의 대표적인 빈민 지역 중 하나다. 그런 가난한 동네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 중 하나가 들어섰다. 노동자의 피로로 가득한 도시에 활기로 가득찬 새로운 상징이 나타난 것이다. 그곳에선 축구 뿐만 아니라 NFL도 개최되고 각종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경기장 지붕엔 스카이 워크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이 찾아와 토트넘의 전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토트넘의 신구장 건설 사업은 토트넘 지역에 실제로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주변에 학교, 호텔, 슈퍼마켓, 메디컬 센터, 문화 센터 등 각종 시설들의 건립도 추진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 승리하길 바란다. 양면이 궤를 같이하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토트넘은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승리가 비단 경기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토트넘은 승리를 향한 자신들의 도전과 성장을 지역의 팬들과 나누기로 했다. 이를 통해 토트넘은 하나의 축구 팀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간다.

 

 


 

 

<사례2. 사우스 웨스트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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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이하 사우스웨스트)’는 미국에 위치한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다. CEO였던 헐버트 갤러허의 경영 철학에 따라 저가 항공을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을 이어왔다. 오랫동안 장거리 운행을 취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항공 화물도 과감히 포기했다. 심지어 기내식도 없애버렸다(어차피 2시간 이내의 운행만 취급했기 때문에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항공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우스웨스트가 고객을 향한 마음까지 짠돌이일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This paycheck is made possible because of your customers.’ 고객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은 가능했다. 이는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의 급여 명세표 하단에 새겨진 문장이자, 동시에 그들의 신념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11월, 미국의 한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뉴올리언스로 가던 중 기내에서 아끼던 곰인형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소년의 어머니는 이 사연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고, 사연을 접한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노력 끝에 곰인형을 찾았다. 하지만 이 인형은 분실물 보관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시 사라져버렸고, 소년은 크게 상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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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직원들은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새로운 곰 인형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소년에게 새로운 곰 인형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고 곰인형이 소년을 찾아가는 여정을 찍어서 보낸 것이다. 사진 속에서 인형은 항공사 직원의 옷을 입고 공항에서의 근무 일과를 공개하는가 하면 소년을 만나러 가기 위해 티켓을 끊고, 줄을 서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소년을 만나러 가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러한 정성에 소년과 그의 가족은 크게 감동했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감사를 전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미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된 손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시간 지연으로 막대한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 기다려주는가 하면, 한 승객의 가족이 큰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자 이륙하기 직전에 비행기를 되돌려 가족의 곁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여행을 가게 된 승객을 대신해 그의 반려견을 일주일 동안 돌봐주는가 하면, 마라톤 선수의 운동화의 장비가 도착하지 않자 직접 짐을 찾아 왕복 6시간을 달려 전해주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의 핵심 목표는 저가항공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려는 이유의 끝에는 바로 고객이 있다. 그들은 기내식까지 없애가며 아낀 원가를 절감한 이유는 보다 싼 가격에 고객에게 티켓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봤을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직원들이 베푼 친절은 놀랍지가 않다. 그들은 그저 고객을 위하는 항공사라는 목표를, 이 모든 건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신념을 지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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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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