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교가 무엇이더냐 [공간]

글 입력 2021.01.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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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지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전 세계에서 조용히 터졌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벌써 한 바퀴나 돌았다고 해서, 연도 뒷자리가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의 모습은 즉시 바뀌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단 며칠 사이에 바뀌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인 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노트북 앞에서 계절학기를 듣고 있다. 분명 학교를 다니는데 학교를 '다닌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모습이다. 매일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시험을 보고, 과제를 하며 성적이 매겨지지만,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표정 없이 앉아있을 뿐이라 부모님은 가끔 내가 계절'학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신다.

 

온라인 교육에도 물론 장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교육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놀랍도록 단축된다. 불필요하게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그리고 이동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덕분에 충분한 휴식시간과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물리적인 학교에서의 오프라인 교육을 그리워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온라인 교육은 '소통'의 측면에서 너무나 큰 한계를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학교의 기능이 많이 상실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크게 보면 온라인 환경에서 학생-학생의 소통과 학생-교사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이 문제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치명적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있어서 대학교와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자신이 듣고 싶은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이에 반해, 초·중·고등학교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수동적 학생의 개념이 크다.

 

따라서, 나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현재 온라인 초·중·고등학교가 지닌 한계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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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또래 친구들과의 소통       보편적 취학 연령인 8살이 되기 전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이미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미취학 아동'이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 입학 여부에 따른 용어이듯 첫 공식 사회화 기관은 초등학교이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는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저학년 때는 주로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거나 정글짐을 오르며 놀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려 반 안에서(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절대 따라 하지 마시오...) 친구들과 공을 가지고 놀다가 선생님에게 무척 혼난 것일 정도로 난 친구들과 뛰어놀며 놀았다.

 

고학년이 되어서는 특정 활동을 같이 하면서 친구들과 시간을 주로 보냈다. 물론 그때도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적도 있지만, 중학교를 앞둔 6학년 기억을 떠올리면 학급 활동을 함께 하며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예를 들면 미화부 부장을 맡아서 반 청소를 관리하는 등 말이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결국 동네 친구들이 되어 학교를 벗어난 공간까지 그 관계는 이어진다. 이때 형성된 깊은 관계는 성인의 나이가 되어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나만 봐도,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는 초등학교 친구가 있다.

 

나의 초등학교에 관한 기억은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몸을 맞대고 활동하며 친밀해진 경험들이라 가끔 들리는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친해진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서로를 만나기 어려운 환경에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친해진다는데, 멀리서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 온라인 교육에서의 한계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수업 참여       초등학교 6학년의 인상적인 기억은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답을 외치던 나의 모습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여서 가능했던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10년 G20 정상회담 폐막식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그해 폐막식은 '한국인들은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주었는데,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성장을 했다.

 

사실 '한국인'이라는 특성보다 한국 교육 환경의 특징 때문인 것 같다. 이 내용은 중·고등학교를 이야기할 때 더 다루겠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발표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학생이었고, 주변에 그런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대학)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당시는 수업 시간이 학생들의 질문과 답으로 꽤나 시끄러웠다.

 

손을 들며 교사의 말에 반응하는 것은 수업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같은 내용을 들은 아이들이 서로 다른 반응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다른 친구들에게도 열린 사고를 갖게 도와준다. 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소란스러워지는 것만 컨트롤한다면 이상적인 교육 환경이 아닐까 싶다.


사실 손을 들고 발표하는 모습은 물리적인 교실에서뿐만 아니라 원격 수업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 학생이 손드는 모습을 비디오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문을 할 만큼 원격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나의 의문은 조사 결과에 의해 실제였음이 밝혀졌다.

 

지난해 여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교사, 초·중·고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1학기 원격교육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격교육의 어려운 점으로 교사는 '학생의 학습 동기 부여 및 참여 유도'를, 학생은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모두 '온라인 수업 시 집중 저하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조사 결과는 원격 수업으로 인해 학생의 참여가 부족해지고,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큰 단점을 확실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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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같은 반 학생들 간의 친목       중·고등학교는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1년을 함께 하는 '반'이라는 개념이 성립되는 학교이다. 물론 대학에 따라 같은 학번 학생들끼리 거의 같은 시간표로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지만, 그 학생들 또한 휴학과 같이 학기를 자유롭게 쉬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의 '반'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새 학기에 같은 반이 된 학생들은 특별한 경우(전학)가 아니면 1년 동안 매일 얼굴을 보고 지낸다. 물론 같은 반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1년 동안 다양한 과목을 함께 듣고, 활동들을 함께 하면 친해지기에는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아마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대학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반' 개념 때문인지 대학교에서 새로 사귄 관계보다 유독 중·고등학교 때 인연들이 오래 계속 지속되는 경우가 내 주위에 많다. 대학교에서는 각자 다른 진로를 꿈꾸며 듣는 수업도, 수업을 듣는 시간도 학생마다 차이가 있다. 함께 하는 공식적 시간부터 중·고등학교와는 다르다.

 

많은 경우 '대학 입학'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같은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는 반 학생들은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레 학생들 간의 친밀함이 형성된다. 학교 행사의 경우도 대부분 반 단위로 나뉘어서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회, 수학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작년 고3 친구들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학교를 통학으로 다니는 상황에서는 친하지 않더라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데 작년의 경우는 마음을 공유하기에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는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심화된 수업 내용 이해       6년의 초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만 되더라도 학교에서의 수업 난이도가 한 층 올라간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중학교 선행학습'이라는 용어가 어색하지 않게 생활에서 쓰이는 정도이니 초등학교와는 분명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학문적 난이도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수준의 공부를 하고,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점차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물론 초등학교도 사립 초등학교가 존재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부터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더 오랜 시간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때 모순적으로 '질문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이 시기에 형성된다.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일 수도, 심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수업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중·고등학생의 적극적인 질문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온라인 환경에서는 어떨까?

 

사실 난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어본 적이 없고, 사범대 친구들처럼 온라인 교생이나 수업 시연을 경험해본 적도 없다. 오직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오프라인보다 질문을 통해 내용 이해를 돕는 학생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도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질문한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 항목에서도 위에 소개했던 조사 결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애초에 수업에 집중해서 듣는 학생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서 질문이 생기는데 수업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원격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숙제이기 때문에 질문의 단계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 * *

 

생각해 보면 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라고 부르지만, 그 모습과 특성이 다른 다양한 학교를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지금의 사이버 세상 속 대학교까지... 세상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미래에 돌이켜 보았을 때 지금 이 순간이 잠시 지나가는 특별한 상황일지 문득 궁금하다.

 

길게 서술한 내 생각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학창 시절은 모든 다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고 솔직히 나의 초·중·고등학교 생활은 - 가끔 매체에서 등장하는 그런 판타지스러운, 흥미진진한, 인상 깊은 이야기가 없는 - 아주 평범한 학생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적인 공립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부에 열정적인 일반고를 졸업했다. 그 때문에 특수 목적 학교를 다닌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일 수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 교육을 희망하는 마음만은 같지 않을까 기대한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이야기하기에는 놓치는 부분이 이렇게나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희망인 오프라인 생활 가능해져서 상호작용적인 교육이 우리의 생활에서 다시 안전하게 실현될 수 있길 바란다. 작년 한 해 동안 온라인 교육 환경이 필요에 의해 급속도로 발전을 해서 앞으로 10년 후의 미래에는 어쩌면 현재 단점으로 지목되는 학생 수업 참여, 온라인 수업 집중 저하 문제가 해결되는 발전된 교육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의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학교의 본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삶이 돌아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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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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