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글 입력 2021.01.0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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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저 웃고 떠들며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꿈에 가득 찬 눈망울로 하늘을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희망차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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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기계공학 전공을 살려 스마트팜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 4년 동안 전공을 공부했기에 그 시간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싶다고 했다. 뜬금없이 기계공학에서 시작해 농장으로 끝나는 친구의 꿈에 흥미를 느꼈다.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너무 힘들 때 땅을 보고 있었는데 꽃 한 송이가 있었어. 저 딱딱해 보이는 땅에서 돋아난 꽃을 마주한 순간 편해지더라. 아무 이유 없이 말이야. 그래서 생각했어, 꽃집을 하고 싶다.”


보통 꿈을 찾는 과정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환경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 어긋나는 전개라니.


너무나 신기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전공을 살리고 싶으니 스마트팜으로 결론을 냈다고 하니 논리는 완성했다고 봐야겠지. 생각해보면 이 친구는 갈대와 똑 닮았다. 여기저기 휩쓸리는 듯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올곧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기 싫다며 투덜거려도 결국에는 할당량을 완수하고 꾸준히 관리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필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명확히 구분하여 에너지를 아끼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마치 효율의 끝판왕이라는 느낌이다.

 

*


또 다른 친구 B는 도전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몰아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저러다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장점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이 세워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하며 단점을 추진력으로, 장점을 이정표로 활용하여 차근차근 자신의 페이스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항상 먼저 움직이고 포기하지 않았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길. 편입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결국에는 방법을 찾아내 주변의 모두가 자신을 돕게 만들었다. 친구도, 교수님도, 심지어 학과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항상 놀라웠다.


철저하게 스스로를 통제하고 나아가는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닐 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아픔이 있었을까.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넘어지지 않고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


조금 놀랐다.


항상 열의에 불타던 눈이 그 순간은 차갑게 느껴졌다. 아직 춥진 않은, 약간 쌀쌀한 가을밤.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동자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래도 일단 해야지.”


그래서 그렇게 스스로를 갈고닦았나 보다.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고 단점을 보완하며 찬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A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면, B는 멀지 않은, 그러나 가깝지도 않은 묘한 거리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A와 B가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그들과 다른 시선으로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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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자유롭고 냉철한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잘 놀 것처럼 생긴 양아치였지만 속은 누구보다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 친구는 경험부터 달랐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나름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단번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지 축구는 기본이요, 족구까지 섭렵했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있으며 비행기 조종도 할 줄 안단다.

 

처음에는 뭐 이런 스펙트럼이 있나 생각이 들었다. 그야 구기종목까지는 그렇다 쳐도 스쿠버다이빙과 경비행기 자격증이라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경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겉으로는 잘 놀게 생겼으니 처음 만났을 때는 거리를 두었다. 애초에 나랑 겹치는 부분이 없었기에 관계를 맺을 것이라 생각도 하지 않았기도 하고 말이다.


당장 1분 뒤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인지라, 정말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었고, 생각보다 깊은 관계가 되었다. 덕분에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도 깊이 새겼다.


이 친구는 ‘자유’, 그 자체였다.


자신이 정한 기준과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해와 억압도 이겨내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요소들이 덮쳐 와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한 후에 스스로가 정한 방칙을 착실하게 이행한다. 또한 소속된 집단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있을 때 의문을 가지고 타당한 이유를 묻는다. 그렇다고 집단에 반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집단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일단 집단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나갔다.


덕분에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따랐던 것들에 올바른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고 집단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멘털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정이 많아서 조언을 참 잘해주었다. 툭툭 내던지는 것 같아도 얼마나 그 사람을 배려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순간을 위로하기 위한 조언이 아닌 이성적으로 해야 할 말을 골라내어 상처 받지 않게 한 마디 한 마디 건네주었다.


그 따뜻한 말에 많이 배우고 감사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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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D는 FM 그 자체였다.


외모부터 정직하게 생겼고 옷 입는 것도, 가방 안에도, 소지품을 봐도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멀리서 봐도 정직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외모와 습관에 맞게 그의 하루는 ‘성실’이었다. 본인은 놀면서 대충 한다고 하지만 제삼자가 봤을 때는 그것조차 정직하게 보일 정도였다. 때문에 그의 말과 행동은 신뢰를 가져다주었고 그와 함께 있으면 괜히 정갈해지는 기분이었다.


토목을 전공한 D에게 나중에 어떤 일을 할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일단 취업하고 안정된 삶을 가지는 게 목표라고 대답했다. 예상했던 대로 안정적이고 무난한 미래였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의미가 달랐다.


전공을 살려 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일단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게 목표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성실하게 전공을 살려 나갈 줄 알았는데 전공에 대한 확신보다는 수단으로써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도 굉장히 많았다.


전형적인 모범생의 이미지였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호기심 강하고 활발한 사람이 있었다. 호기심을 원동력 삼아 불확실함에 도전하고 두려움을 극복할 줄 알았다. 다만 강한 호기심과 반대로 신중한 성향 또한 강해서 돌발 상황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지하는 뻔뻔함과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점은 언제 봐도 참 신기했다.


이 둘은 순간을 중요하게 여겨 순간을 성실하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살아가고 있었다. 시선은 나아가야 할 곳을 똑바로 쳐다보고 온 신경을 다리에, 팔에 실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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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시점으로 봤을 때 나는 그 시절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중간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목표도 없었고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지도 않았다. 그저 흥미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한량이었을 뿐이다. 도전하고자 하지 않았고 지금의 익숙함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홀로 정체되어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앞으로의 나보다는 그동안의 나를 생각하며 과거를 추억했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보다는 순간의 안락함에 빠져 미래를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좋았고 내가 이루어놓은 것들로 안락하게 살아가는 삶이 좋았다. 물론 그 시절 멘털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이긴 하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을 과감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흔적을 남겨두었다. 괴로운 흔적이라 말하면서도 악몽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희미한 추억들이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행복했다.


행복의 순간이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행복이 사라지는 건 예정에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행복은 산산이 부서졌다.


너무나도 바랐던 행복이었기에 여기저기 산산이 부서진 조각을 모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있었다. 더 세게 끌어안을수록 조각에 찔려 상처 입는다는 걸 모른 채로 말이다.


아니, 사실 알고 있었다. 아파서 몸부림치면서도 억지로 참으며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이것마저 놓아버리면 나라는 존재가 같이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나를 일으켜주고 끌어안은 조각을 하나씩 천천히 뽑아준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다. 졸업을 반년 남긴 시점에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에는 늦은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한 만남으로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은 먼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비록 그들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함께함을 믿는다. 그들이 보듬어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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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서로를 바라보며 했던 다짐과 희망들. 지금은 사회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각자의 삶에 치여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기에 서로 말 없이 위로하고 공감할 뿐이다.


그렇게 한 곳을 함께 바라보던 우리는 갈림길을 마주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너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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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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