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으로 한계를 두지 않는다 -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

글 입력 2021.01.0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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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좋아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

 

 

Six Hullo Girls, 2017, Rose Wylie.jpg

Six Hullo Girls, 2017, Rose Wylie 

 

 

로즈 와일리의 작품은 가볍다. 가벼워서 기분이 좋아지고 처음 무엇인가를 좋아했을 때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좋아했던 것이 생업이 되면, 왜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좋아했던 감정이 잊혀지기도 한다. 그랬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면서 처음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설레하던 때로 돌아가게 만드는 전시다.

 

 

Cuban Scene, Smoke, 2016, Rose Wylie (Photo by Soon-Hak Kwon).jpg

Cuban Scene, Smoke, 2016, Rose Wylie

(Photo by Soon-Hak Kwon)

 

 

일상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주변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로즈 와일리 작품의 특징이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서 영화의 특정 장면을 인상 깊게 봤거나 일상 속에서 이런 요소에 감명받았는지 추측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로즈 와일리이라는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 작품을 통해서 그를 알아가고 소통하는 듯했다.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Rose Wylie (Photo by Jo Moon Price).jpg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Rose Wylie

(Photo by Jo Moon Price)

 

 

축구를 좋아하는 그였기에 축구와 관련된 작품들도 많았다. 축구 경기장의 풍경과 배치표를 화폭에 남기면서 사소하더라도 기록하는 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손흥민 선수 유니폼에 그려진 작품 등 축구는 전시회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또한 손흥민과 로즈 와일리가 문자를 통해 서로 인터뷰하는 모습을 통해 서로의 분야에서 어떻게 빛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분야로 보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Joe McGorty 2013 Rose Wylie 1.jpg

 

 

로즈 와일리(Rose Wylie)는 현재 86세의 할머니 작가로, 시간에 한계를 두지 말라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모든 세상이 재밌게 보여서 화폭으로 옮긴 것처럼 작품으로 보면서 즐거웠다. 즐거운 그림 뒤에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그의 인생이 한몫했다.

 

그는 미술 대학을 다니다가 20여 년의 결혼생활로 예술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40대 중반에 다시 왕립미술학교의 학위를 땄지만, 오랫동안 작가로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76세가 되었을 때 신진 작가로 떠오르게 되면서 80대가 넘은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인생을 보면 인생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미술을 떠나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미술을 떠나있던 시간은 어느덧 다시 돌아와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재보다 더 짧은 시간이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솔직히 빠르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묵묵히 하다 보면 성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로즈 와일리도 40대에 학위를 받았지만 약 30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나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로즈 와일리.png

 

 

물감 자국이 두껍게 굳어진 신문지 뭉치와 수북이 쌓인 페인트 통, 그 자체로 표현주의 회화처럼 보이기도 하는 로즈 와일리의 아뜰리에가 전시관 내에 재현되었다. 보기만 해도 유화 냄새가 진동할 것처럼 수많은 페인트 통과 작업의 흔적이 보인다. 그가 얼마나 미술을 사랑하고 꾸준하게 활동하는지 보여주었다.

 

같은 것을 해도 어떤 사람은 최고의 결과를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와 다르게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즈 와일리도 자신이 7~80대에 주목받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은 알 수 없어서 일단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해서 자신의 길을 나아가야한다.

 


Hullo, Hullo, Following-on After the News, 2017, Rose Wylie (Photo by Soon-Hak Kwon).jpg

Hullo, Hullo, Following-on After the News, 2017, Rose Wylie

(Photo by Soon-Hak Kwon)

 

 

현대 미술이라고 하면 주로 머리를 싸매고 진지한 이야기만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작품은 나를 표현하고 자신의 신념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작품이 어려워야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주변을 돌아보며 유쾌하게 풀어내는 로즈의 전시가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일상적이고 별거 아니어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특히 미술의 경우 엄청난 철학을 담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는 듯하다. 오히려 주변을 둘러보면서 삶에 대해 감사해지고 ‘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라는 작품이 기분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도 자신이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첫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언제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주변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참 재밌다.

 

오랫동안 그림 그 자체의 즐거움에 대해 간과하면서 지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함을 느끼고 내 삶의 즐거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로즈 와일리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이 순수함에 빠져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게 했다.



포스터.jpg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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