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가까운 미술사에 내딛는 한 걸음 - 방구석 미술관 2

도서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글 입력 2020.12.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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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라고 하면 우린 자연스레 서양미술사를 떠올린다. 르네상스가 있고 인상주의가 있는 미술사. 사실 아무런 수식어가 없는 ‘미술사’ 자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나라별로 본다면 한국미술사, 중국미술사 등이 될 수 있고, 장르별로 본다면 도자사, 건축사 등이 될 수 있고, 종교미술에 따라 그 미술사를 나누어볼 수도 있다. 이 중에서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미술사’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물리적으로나,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다가가보지 못했을 뿐) 심리적으로나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한국미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드넓은 세계를 마주한 예술가들이 창조한 다채로운 조형 언어를 통해 새로운 한국미술을 탄생시키던 한국 근현대 미술사는, 다른 미술사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친근함과 매력이 있는 미술사라고 생각한다.

 

그런 미술이, 그것도 한국미술이 여전히 서양미술에 비해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기에 이번에 『방구석 미술관 2』를 펴낸 저자의 마음에 공감되었던 것 같다.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

 

 

궁금했습니다. 왜 우리는 서양미술에 열광하면서 한국미술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이상했습니다. (...) 신기하게도 우리는 미술이라는 친구를 그렇게 편집해 봐왔습니다. '미술 = 서양미술'. 혹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모두 같은 미술 아닌가요?

 

- 들어가며 중에서


 

나 역시 이 부분이 스스로에게도 의아하게 느껴져 한국미술 작가들에 대한 책을 찾아 읽던 중이었다. 그리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방구석 미술관”이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2권으로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방구석 미술관 2』는 저자가 선정한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 10명의 삶과 예술 세계 전반을 하나하나 살펴 간다. 흥미로운 질문과 함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글의 끝에서는 ‘더 알아보기’를 통해 작가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을 함께 덧붙인다.


격동의 역사가 흘러갔던 근현대 시기인 만큼 『방구석 미술관 2』는 작가와 예술, 시대가 공존하던 순간을 작가의 삶의 결을 따라 엮어간다. 적지 않은 분량을 다급하지 않은 리듬으로 천천히 풀어가며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그 이상으로 다가가보지 못했던 한국 작가들의 삶을 친근한 스토리텔링으로 읊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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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항아리와 매화가지, 1958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백자를 끌어안고 사랑을 나눈 10년의 시간. 그 속에서 환기는 조선의 백자만이 가진 미의 정수를 발견합니다. 20대 때부터 자신이 그렇게 찾아 해매던 '조선의 미'를 비로소 40대가 되어서야 찾아낸 것입니다. 진정한 예술, 그것은 한 인간이 낳는 평생의 작업인 것입니다.

 

- 그의 예술은 '일심동체' 사랑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고? 중에서

 

 

작품이 하나하나 실려 있는 책인 만큼 꽤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여전히 떠오른다. 특히 한국의 미를 품은 달항아리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린 그림들에 마음이 갔는데, 김환기 작가의 예술이 품고자 한 것과 그것이 지닌 힘이 어렴풋이 이해되는 것 같아 그 작품을 잠시 시간을 두고 바라보았던 것 같다.


매번 높은 경매가로만 언급되는 김환기가 아닌, 그러한 작품을 그려야 했고 그려냈던 예술가 김환기의 삶을 살펴보며 그의 예술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기억에 남은 부분이었던 것 같다. 김환기의 작품 중에는 푸른색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보들보들한 담요 같은 포근한 인상을 주는 것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삶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런 인상을 받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선의 아름다움을 향한 김환기의 애정 어린 관심과 고민, 삶과 함께하는 이들과 나누었던 사랑과 믿음이 담뿍 묻어났기에 그런 인상과 온도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김환기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평생에 걸쳐 조선 고유의 미와 미학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의 삶과 예술을 보며, 김환기가 왜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전과는 다른 깊이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그저 오롯이 존재하려는 일에도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견뎌야 했던 시대, 그 속에 있던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지키고자 몸부림친 이들이었다. 많은 상실과 방랑 속에서 한국인이기에, 한 명의 사람이기에 그리고 인간이기에 표현할 수 있고, 품어낼 수 있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면과 순간을 담아내고자 했던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미술사 못지않은, 어쩌면 한 결의 역사를 함께 공유하는 한국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떨림을 전해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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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를 읽으며 좋은 한국미술 입문서라 생각되었다. 그저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취한다는 점, 책에 담긴 내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생긴다면 더 알아볼 수 있는 경로를 함께 두고 있다는 점, 작가의 삶을 따라 책에 담긴 여러 작품들을 설명하고 함께 감상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더 많은 대중의 미술 입문을 위한 미술 입문서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쉽고 친절하게 구성된 내용을 읽으며 미술 자체가 낯선 사람들도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미술에 다가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구석’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거창할 것 없이 방구석에서도 미술에 한번 다가가보고자 하면 쉽게 잡아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자면 꼭 책의 순서대로 혹은 완독을 목표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생각을 전하는 ‘들어가기’를 읽은 후,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으로 이루어진 타이틀 중 왠지 모르게 관심이 생기거나 마음이 끌리는 작가부터 찾아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구석 미술관 2』 독서의 가장 좋은 마무리는 아마 그 작품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읽게 된 작가의 삶, 한 폭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수히 거쳐야 했던 고민들을 직접 작품 앞에서 떠올린다면 분명 남다른 경험과 감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것을 계기로 미술에 더 깊은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함께 이는 것 같다.


더 들여다볼수록, 마음을 열 수록 다가오는 것이 예술이고 그 어느 것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기다리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한국만의 아름다움과 거칠었던 자신의 삶, 소망을 한껏 끌어안고 있는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은 그 누구보다 한국인인 우리의 마음과 공감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미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또 다른 누군가로서, 그 어느 미술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미술사에 한 걸음을 내디뎌보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방구석 미술관 2』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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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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