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간의 재탄생 [공간]

당신을 설명할 수 있는 물건에는 무엇이 있나요?
글 입력 2020.12.2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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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은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한 세상에서 비롯되며 자신이 머무는 장소를 잘 아는 것”

 

 

화자의 방 안에 있는 가구는 이렇다. 곧 11살이 되는 아이보리 침대와 화이트 색상으로 새롭게 단장한 기다란 책상이 놓여 있다. 그리고 나뭇잎이 그려져 있는 노란 커튼과 알록달록한 책꽂이도 있고 가구 중 제일 앤티크하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옷장이 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가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 치의 움직임 없이 한결같이 배치되어 있는 중이다.

 

가구들은 다른 물건에 비해 고가이고, 한 번 누군가의 공간에 정착되면 쉽게 바꿀 수 없다. 함께한 세월이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특별하고 익숙해진다. 그래서 고장 나거나 흠집이 나지 않는 이상 바꾸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또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물건 그 이상의 이야기로 담기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10대 시절에는 내 곁에 있는 물건들을 계속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렇지만 가구를 바꾸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고, 늘 내 몸에 장착되어 있는 옷이나 가방 그리고 핸드폰 등.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싶었다. 그래야 더 발전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로 내 개성들을 바꾸고자 매 순간 애썼고, 고민했다.

 

그러나 나이를 얻다 보니, 곁에 있는 내 모든 물건들이 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구성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를 표현해내고 싶은 콘셉트에 맞게 물건들을 구입하는 신중을 가했다. 쉽게 말해서 옷이나 액세서리 그리고 속옷 등을 구매할 때 단순히 이유가 예뻐서, 필요해서를 넘어 그 물건들에 의미를 첨가하는 좋은 습관이 길러졌다.

 

예전에는 지나가다 내 시선을 멈추게 하여 아른거리게 하는 그것을 사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그날 하루 내 시야에 박히면 바로 구입해야 했다. 사실, 물건을 한 번 보면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유통기한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야 된다는 구매 욕심이 한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방에는 취향이 일관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뚜렷이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의 취향이 주는 성향과 분위기의 힘이 있다.] 그래서 일관되지 못한 공간 콘셉트를 재구성 시키고 싶다는 새로운 욕구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몇 년간 내 손에 닿지 않았던 자잘 구리 한 물건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나니, 정말 나라는 사람이 선호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을 더 뚜렷이 찾아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또, 공간의 콘셉트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제일 먼저 벽지 인테리어에 눈이 갔다. 그러나 큰 공사로 진행되어야 하는 벽지와 커튼에 힘을 가하는 것은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또 한 번에 큰 것들을 교체하고자 하는 큰 의욕까지는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집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이 시국에 소소한 물건들이라도 배치시켜 내 스스로 좋은 취향을 소유한 느낌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이 실용적이지 않아도 내 기분과 따뜻한 느낌, 흡족한 느낌을 받기 위해 약간의 사치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 쇼핑으로 꽃병과 촛대를 구경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물건을 탐색했다. 또한 자연스러운 향을 내어주는 인센스 홀더는 몇 달 동안 고민하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볼 때마다 저장하니 갤러리가 많이 뚱뚱해졌다.

 

<공간>에 놓일 물건들을 공들여 사는 것은 난생처음 시도해보는 중이라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있는 중이다. 내 주관을 가한다는 것이 마냥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다. 내 옆에 ‘오랫동안’ 두어 나를 구성한다는 것들에 이 물건들이 큰 영향력을 가한다는 것을 생각하자니 선택하기 더 어려워진다. (원래 이렇게까지 신중한 성격은 아닌데 말이다.)

 

작가 캐럴라인 냅이 『명랑한 은둔자』에서 이런 글을 적었다. “안락의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늑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그냥 마음으로 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사라.”

 

작가의 말처럼, 나만의 안락의자가 무엇이 있을지 탐색하고 내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평온함과 안락함을 하루빨리 느끼고 싶다.

 

평소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는 행동으로 나오게 된다.]라는 문장에 내포된 의미를 많이 되새긴다. 이처럼 지금 내 안에서 외치고 있는 욕구는 [사적인 공간에 둘러싸인 물건들이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물건들을 구입하여 대하는 나의 행동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무언가로 탄생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만약 생활하고 있는 공간을 크게 둘러보고 단조롭고 텅 빈듯한 감각이 느껴진다면 그 공간을 구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새 물건들을 사들이는 것에 공을 들인 대가로 그 공간은 생기 있고, 나오고 싶지 않은 곳으로 스스로에게 재평가될 것이다.

 

여기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집중시키고 싶었던 것은 무작정 돈을 들여서 새 물건을 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원하는 것을 내 손에 쥐면 기분이 좋아집니다.라는 일차원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물건은 있지만 진짜 나를 표현해낼 수 있는 물건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공간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넌지시 공유하고 싶었다.

 

단순히 꾸미는 순간에 재미를 얻는 행위를 넘어서, 보금자리의 개념과 의미를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배경이 이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화자는 내 공간을 진정한 ‘보금자리’로 만들고 느낀다는 것은 굉장히 단순하고 일반적이면서도 얻기 힘든 즐거움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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