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로사회가 아닌 관용사회를 꿈꾸며: 도서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글 입력 2020.12.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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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환자는 많다. 건강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 환자가 되어 질병을, 환부를 치료하곤 한다. 그만큼 질병과 질환은 우리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밀접한 문제다. 그런데 그런 다양한 질병과 질환 중에서도, 사람들은 유독 정신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굉장한 거부감을 보인다. 환자 스스로가 마음이 아픈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환자를 정신이상자 취급을 하며 터부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신체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 대한 반응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짚어보는 책이 있다. 바로 정신과 의사인 안병은의 에세이 도서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신이 아픈 것에 대하여 몸이 아픈 것만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닌 우리나라의 현실을, 정신과 의사로서 꾸준히 환자들을 만났던 그는 직접 보았던 여러 사례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들을 직접적으로 꼬집고 있었다.


 



< 책 소개 >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은 저자 안병은이 정신과의사로서 꿈꾸는 '사회'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가 꿈꾸는 세상은 마음껏 마음을 아파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는 지금처럼 수용 위주의 치료로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수용 위주의 정책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밝히고 환자의 결정권을 무시한 강압적이고 광폭한 치료가 남긴 상흔을 살펴본다.

 

안병은은 수용 위주의 정책을 탈피하고 탈수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면서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안병은은 직접 세탁소, 운동화 빨래방, 편의점, 카페를 열어 정신질환자를 고용해 함께 일했다. 현재는 충청남도 홍성군 '행복농장'의 이사장으로 농업을 중심으로 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탈수용화가 정착되려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 정신질환자가 실제 갇혀 있는 곳은 우리의 편견 속이라는 걸 꼬집으며 환자와 상담했던 내용을 재구성해서 실제 환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분리하고 배척할수록 그들은 치료를 기피하고, 자신의 병을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분리와 배척은 정신질환 자체를 범죄로 만들려는 시도다. 이는 자살, 자해, 살인 등 더 큰 사회적 문제만 낳을 뿐이다. 안병은은 그들을 격리 수용함으로서 그들의 사회적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닌,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언덕 위의 하얀 집. 적어도 지금 20대 이상인 사람들 중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신병원을 은유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이 표현은, 상대방의 언동을 비꼬며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때 사람들이 쓰이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만 이런 표현이 있는 게 아니었다. 외국에서는 이를 뻐꾸기 집으로 표현했다고 하니 말이다.


지금에서야 정신질환들 중에서 원인을 밝혀냈거나, 치료법 또는 완화법이 밝혀진 질환들이 많아졌지만 과거에는 그저 깜깜이였을 것이다. 심지어 현대의 기술로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조현병 같은 질환들이 있는데, 과거의 의료기술에서 어떻게 정신질환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었을까.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이를 두고 영적인 존재와 결부시켜 상황을 이해하려는 양상들이 나타났다. 귀신이 씌였다거나, 악마가 들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확연히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치까지 가는 길이 여전히 멀고 고단해도, 최소한 정신질환을 아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의 인식까지도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직까지도 갈 길이 많이 먼 문제로 보인다.


*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경중을 막론하고 마음이 아파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이 그만큼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상담치료를 받은 사람, 불안과 불면으로 인해 약을 처방받은 사람, 공황장애로 일을 쉬었던 사람 등 각자의 상황에서 마음이 심각하게 아팠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멀리에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함께 마음 아파했고 비록 그 마음의 아픔을 덜어줄 수는 없어도 최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공감하고자 했다. 마음이 아픈, 그러나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그들을 치료를 해줄 순 없어도 적어도 버팀목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망상이나 환청이 수반되는 중증 질환자들은 아직까지는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나도, 이 책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중증 정신질환과 환자들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았던 게 강렬했다. 저자 안병은도 익히 언급하고 있는, 안인득의 진주 방화 사건이 이와 같은 사례일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비질환자의 범죄율에 비해 극명히 낮다는 것을 보기는 했다. 그러나 폭력성이 발현될 수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가시질 않았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거라면, 격리가 필요한 게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내가 가졌던 생각이 보편적인 인식의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저자 안병은은 병원에 환자들을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이들을 치료해나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역설한다. 기존에 환자를 입원치료했던 정신병원은 2010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의입원 비율이 20%에 도달했다. 사실상 강압적으로 환자를 가둬버리는 셈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입원이었는데 거기서 이루어지는 치료가 잘 먹힐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조현병 환자 평균 재원기간은 OECD 회원국 환자 평균 재원기간인 50일보다 6배가 높다.


심지어 정신과 의료수가는 매우 낮다. OECD 회원국의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24,000원 가량인데 우리나라는 3,889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작년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보건분야 예산 가운데 오직 1.5%만이 정신보건 관련 예산으로 책정되었다. 이는 WHO에서 권고하는 5%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최근에 2030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기사들을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보다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수치로 확인이 가능했다. 예년 대비 올해 1~9월의 사망자는 작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병원에서 정동장애로 진료받은 2030 여성, 남성 모두 작년보다 20~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30 여성은 예년 대비 34%가 증가하며 확연한 위험군임이 명확해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살예방 대책을 내놓았다. 국가가 조금이나마 정신보건 관련 예산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지 않는다면, 이는 2030 청년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게 되는 비극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


*


정신질환, 그 중에서도 중증 질환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미쳤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도 많이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때로는 감탄사처럼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격화된 감정을 표출할 때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쓰이건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이런 표현들 자체가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환자의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점이다.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육체적인 여타 질환과는 달리, 질환이 아픔으로 받아 들여지기보다는 미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정신과 진료,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색안경이 조금이나마 완화된 것도 사실 오래 지나지 않았다. 예전엔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조차 사람들이 꺼려했다. 다행히 요즘에는 이런 증상들에 대해 마음의 감기로 대중들이 인식하고, 매체에서도 표현에 유의할 만큼 상황이 개선되었다. 남은 것은 이제 중증 정신질환이다. 아픈 것에 대해 아프다고 말하고, 부정적 인식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조성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실제로 격리, 입원치료보다 지역사회 내에서 공동체 생활을 지속 영위하며 치료를 병행해나가는 형태로 이미 전환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일반인들처럼 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여 그들에게 치료 프로그램과 동시에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의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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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와 다른 소수를 타자화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미 오랜 세월을 통해, 인류는 이 명제를 수없이 재확인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가깝게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 그 상황이 힘들고 아픈,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낀다. 갈수록 사람들이 피로해지고 있다. 육체적인 피로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도까지 높아지고 있어 서로에게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날을 세우고 비난하는 양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보면, 더더욱 관용없는 익명의 누군가가 내보이는 민낯이 훤히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용과 공감, 위로와 이해가 마음 속에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피로사회가 아니라, 관용이 넘치는 사회를 우리 가슴 속에 조금씩이라도, 꿈꾸고 담는 기회가 되기를.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공동체 -


지은이: 안병은

출판사: 한길사


규격 : 46판(128*188)

페이지: 360쪽


정가: 17,000원

ISBN: 978-89-356-6345-3 0318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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