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고 보존과학자 -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도서]

글 입력 2020.12.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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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어보기 전,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우연히 책과 같은 주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전시를 관람하고 책을 읽는다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라는 제목의 전시는 총 다섯 가지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훼손을 청각적으로 재현한 ‘상처와 마주한 C’, 보존과학실이 재현된 ‘C의 도구’, 복원 과정 기록과 복원된 실물이 전시되어 있는 ‘시간을 쌓는 C’, 기술과 보존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보존과학자의 모습이 재현된 ‘C의 고민’,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도서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C의 서재’를 마지막으로 관람객의 동선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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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덕, The More the Better(다다익선)

 

 
“복원에 있어 어느 ‘정도’까지가 작품의 원본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일까. 복원된 부분이 드러나도록 두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 반영되게 할 것인가. 혹은 작품을 처음의 시각적 완성 상태로 되돌릴 것인가. 오늘도 C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다섯 개의 구역 중 ‘C의 고민’ 전시실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은 노후화된 TV 부품과 부품의 생산 중단 문제로 2018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다다익선>의 복원 문제로 여러 번의 회의가 개최되었고, 전문가들은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는데 종합된 의견들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1. <다다익선>의 브라운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브라운관은 1980년대의 상징물로 모니터 자체가 역사적 증거물로서 가치를 가진다.

2. 새로운 것과 신기술의 사용에 열려있던 백남준의 작품 철학에 따라 LED, LCD, OLED 등 신기술을 적용하여 보존해야 한다.

3. 작동하지 않는 <다다익선> 자체도 의미가 있으므로 서서히 소멸해가도록 내버려 두거나 해체하여 보관해야 한다.

 

 

나는 모니터 밖으로 위의 세 가지 입장을 주장하는 우종덕 작가의 <다다익선>을 보며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당시 나는 1번 입장에 동의했다. 작품의 외관에서 암시되는 제작 시기 역시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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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도 <다다익선>이 등장하는 부분이 있다. 미디어아트의 영원성이라는 주제였다. 미술관이 내린 ‘원형 유지’의 결론과 함께 작가는 미디어아트와 같은 예술의 형태는 보존과 복원의 접근이 전통적인 미술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언제든 우리가 편한 방식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면, 애초에 작가가 고통스럽게 만들어 낸 창작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128p

 

 

이번 리뷰를 준비하며 찾아본 <다다익선> 복원계획 발표 기사 중 한 부분이 생각났다. <다다익선>을 현재의 CRT로 원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LED, LCD로 교체하는 일이 오히려 쉽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학예연구관은 “유혹을 느꼈지만 공부를 할수록 그렇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의 시대성을 유지하는 게 미술관의 임무”라는 것이 미술관의 입장이다. 작품의 외형을 신기술 매체로 대체하는 것에 개방적이었던 작가의 가치관과 “200년, 300년이 흘러도 당시의 시대성을 유지하는 게 미술관의 임무”라는 미술관의 가치관이 맞물려 내려진 결정일 것이다.

 

3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이유들로 고민하는 보존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 하나 ‘그냥’ 걸려있는 미술작품이 없었다. 모두 다 치밀하게 계산된 습도와 온도, 조명의 환경에서 전시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 뒤로는 보이지 않는 보존가와 보존과학자가 있다.

 

 

“미술품 보존가는 보람이 없는 직업이다. 가장 잘하는 것이 티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는 후세에 명작을 남겨 주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막스 프리들렌더 / 176p

 

 

보람이 없어야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이 되는 그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잘 보존된 작품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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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그리고 다시 미래로 -
 
 
지은이
김은진
 
출판사 : 생각의힘
 
분야
교양과학
 
규격
140*215mm
 
쪽 수 : 304쪽
 
발행일
2020년 11월 06일
 
정가 : 17,000원
 
ISBN
979-11-90955-03-4 (03600)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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