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혼자에서 다시 우리로 돌아가는 일

글 입력 2020.12.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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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다

구름은 어제보다 조금 더 죽는다

손가락과 심장으로

순간 속에서 순간 속으로

내 눈 속의 어둠과 함께 간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시인의 말, 이제니

 

 

그런 순간이 있다. 너무 오래 어느 것 하나에 집착한 나머지,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내게 왔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얼마나 오래 내게 머물렀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 순간 말이다.

 

나에게 있어 나를 붙잡는 오랜 키워드 중 하나는 '혼자'였다. 나는 늘 혼자여도 충분하고 싶다고 되뇌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세상 어느 누구의 시선이나 애정에 기대어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은 지금은 그것 없이는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두운 밤 불현듯 또 다른 날의 밤을 떠올렸다. 밤 열 시 십오 분이 넘어가는 시간, 버스 정류장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었던 날들. 가끔은 종종걸음으로 정류장 주변을 맴돌기도 했던 날들 말이다. 학교가 끝나고 유독 배차 간격이 길었던 버스를 타야만 하는 탓에 다른 친구들이 모두 각자 타야 할 버스에 올라타 떠나고 꽤 오랜 시간 혼자 기다려야 했었다.

 

마지막 종이 울리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틈에 끼어있다가 십 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 모든 북적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세상이 유독 더 고요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그 시간을 가장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서 '내'가 되어 혼자 남겨지는, 누구의 눈도 없고 오직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 시간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는 공간.

 

그땐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앉아있어도 즐겁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더욱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따뜻해도, 건조하기만 하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어 그런 것일까.

 

'천성이 그래. 혼자 있는 게 마음 편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마지 자동응답기처럼 이렇게 믿어왔고, 말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화를 느꼈다. 혼자 있는 게 싫은 것이 아니라, 혼자 여도 되는지 되묻기 시작했다.

 

혼자 남는 것을 좋아해 봐야 혼자 남게 될 뿐이다. 그 말이 맴돌았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아니 그런지도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누구도 나에게 괜찮으냐고 묻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그렇게 바라 왔던 일이었는데. 뿌듯함은 있었지만 그런 내가 자랑스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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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바라보니 이제야, 실컷 멀어지고 난 다음에야 '함께'의 가치에 목말라졌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말도 결국은 함께일 때 휘둘리지 않을 만큼만 단단해지고 싶다는 다짐이었던 것이다. 결국은 사랑하기 위해서, 함께하기 위해서 혼자이길 택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과거의 버스정류장에 아직도 여전히 혼자 앉아 찬바람을 맞고 있었던 걸까. 그 사이 버스가 단 한 대도 도착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내가 나만의 세계에 빠져 보지 못한 것이겠지 싶다.

 

이제는 버스를 타고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그때는 상처 받고 싶지 않아 혼자이길 자처했지만, 이제는 몸으로 부딪히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그래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 모두 경험하게 되었으니, 완전히 손해 본 장사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이 글의 맨 앞에 적힌 시인의 말은 요즘의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어준 것이다. 시인의 말. 펼치거나, 돌아보거나, 접어내기 위한 말. 나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버스를 타면 어디로 달리게 될까.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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