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었거나 혹은 잠들었거나 -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글 입력 2020.1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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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호들러, 밤.jpg

 

 

그림 속 인물들은 잠든 걸까, 혹은 죽은 걸까.

 

페르디난드 호들러의 <밤>이라는 작품이다. 검은 천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한 남자를 덮치고 있고, 남자는 두려워하며 막으려 한다. 남자가 사투하는 동안 주위는 놀랍도록 평온하다.

 

주변 인물들은 의식이 없고 나체로 검은 천을 덮고 있다. 그들이 잠깐의 단잠에 빠졌는지, 깨어나지 못할 잠에 든건지는 분간이 안 된다. 분명한 것은 가운데 남자에게는 죽음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이다.

 

잠이든, 죽음에서든 깨어있는 자는 두렵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 온갖 잡념이 쏟아진다. 깨어있음에 잠식당한 '불면자'들은 안락한 밤을 배웅하고 '존재자'로서 불안과 고독에 짓눌린다.

 

그들은 잠든 이들보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생생히 느끼지만 오히려 그 감각 때문에 괴롭다. 마음 편히 잠들고 싶지만 과거, 현재, 미래가 좀처럼 놓아주질 않는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사로잡힌다.

 

죽음은 멀고도 가깝다. 지평선에 낀 안개처럼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리면 바로 옆에서 놀라게 하는 친구다. 특별하지만 일상적이고, 존재를 의식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뎌져서는 안 된다. 죽음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말처럼 참 모순적인 존재다. 내 능력 밖의 일이기에 조종할 수도 없다.

 

아무것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생각은 무기력을 데려온다.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은 미어지는구나.jpg

 

 

죽음을 생각하면 불안 속에 잠수하는 기분이다. 도대체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허우적 댈 때 예술 작품은 죽음을 친근하게 부른다.

 

그림으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죽음을 간접경험 할 수 있다. 작품에 표현된 상실과 고독을 찍어 맛보며 실제를 유추한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하고, 잘 사는 방법은 학습과 모방이다. 우리는 삶을 모방한 그림으로 다시 삶을 학습하며 뫼비우스 띠 같은 인생을 산다.

 

사실 그림 앞에 서면 무엇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 모르는 순간도 있다. 나는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외치는 인생을 살았다. 한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는 시간보다 모든 작품을 감상해 임무를 완수했다는 성취감을 좋아했다. 이것이 잘 못 되었다고 느꼈을 땐 감상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전시회에 가서 무작정 모든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랬더니 전시관을 반도 보지 못하고 지쳐버렸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감응하는 곳에 시선을 맡기자는 것이었다. 작품에 의탁된 감정 중 나와 온도가 맞는 것을 골라 나갔다. 점점 놓치는 작품을 아쉬워하지 않고, 시선이 머무는 작품에 충실하게 됐다.

 

사는 동안에도 많은 것을 놓치고 있고, 또 놓치게 될 것이다. 아무리 현재에 충실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자고 암시를 걸어봤자, 매번 번쩍 뜬 눈으로 의심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기껏해서 내린 결론이지만, 나는 여전히 작품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확신이 없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법도 마찬가지다. 아마 오래도록 삶과 죽음의 문제를 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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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에서 저자 박인조는 예술작품과 함께 죽음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24명의 예술가와 작품들을 보이기에 앞서 그는 다른 책에서 발췌한 죽음에 관한 문장을 소개한다. 그리고 메인 작품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관찰과 해설을 덧붙인다.

 

예술가와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에 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또한 다른 작가의 그림이나 문학작품, 영화 등으로 풍성함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죽음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24번의 통찰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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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지은이

박인조

 

출판사

지식의 숲

 

분량

284쪽

 

가격

15,800원

 

분야

미술일반/교양

 

펴낸날

2020년 11월 20일

 

ISBN

979-11-90927-98-7  03600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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