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기타 치는 철학자의 사색, 박준하의 음악 Part 2

글 입력 2020.12.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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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진 않아도 영원히 남는 색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지난 Part 1에 이어 박준하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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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6년도에 쭉쭉 냈던 앨범들 중에서 [Take You There] 앨범은 짚고 넘어갈 만한 앨범이에요.(웃음) 일렉트로닉 앨범이었잖아요. 근데 저는 이렇게 갑자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뜬금포로 하나씩 있는 게 이벤트 같고 좋더라고요. 특히 Nu disco 곡인 [Night drive]는 세련되면서도 정통적인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갑자기 이런 시도를 해본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물어보지 않아도 재미로 한 것 같긴 하지만.

 

A. 박준하 : 곡을 쓰다 보면 진짜 별게 다 나오거든요.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해서 곡을 많이 쓰다 보니 빨리는 쓰는데 판단하는데 까지가 오래 걸려요. 이 앨범은 곡마다 프로듀서가 붙었는데 저는 송(Song)을 가져가고 그분들이 사운드적인 부분을 조언해주셔서 콜라보레이션으로 작업하게 됐어요.
 
[Night drive]는 프로듀서 형이 먼저 써 준 트랙에 제가 멜로디를 붙인 곡이에요. 작업은 해놨는데 회사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난감했어요. [Night drive]는 제가 기타도 안쳤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그래서 번외 편처럼 발매가 됐던 것 같아요.


 
Q. 기타리스트인 만큼 기타 중심의 음악을 세련되게 잘 보여주시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름의 스펙트럼도 있고요. 음악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이지 궁금해요.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음악을 만드는지 알려주세요.


A. 박준하 : 듣고 싶을 걸 쓰되 없었던 것이어야 한다는 걸 지키고 있어요. 그래서 레퍼런스에 대해서 엄격한 편이고 고통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이거 있는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접고 프로젝트를 지워버려요. 물론 동경하는 뮤지션들의 사운드가 있기 때문에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저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해요.


평소에 송(Song)을 쓸 때는 포크 가수처럼 기타나 피아노 한 대로 곡을 써요. 그리고 기타 리프를 4마디나 8마디를 정해놓고 그 위에 댄스음악을 쓰듯이 노래를 부르면서 곡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박준하의 [EVER] MV


 
Q. 작년 8월에 새로운 싱글 [EVER]가 나오기 전까지 한동안 활동이 없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EVER]라는 곡을 작업하는 동안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A. 박준하 : 회사랑 계약이 끝났고 작업들이 스톱이 된 상태였어요. 그때 세션 활동이 많기도 했고요. 해외 공연도 많아서 제 작업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어요.


[EVER]는 가벼운 생각으로 썼어요. 그 전의 활동이 시공소년 활동이어서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이름을 박준하로 돌린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송라이팅 방법은 똑같지만 사운드적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 방식을 차용해서 사용했어요. 유행 따라 만들어진 느낌이 있는 곡이에요. 이제부터 혼자 해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덜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EVER]를 시작으로 [GER CLOSER]와 최근 싱글인 [WAVE]까지는 무언가 의도하고 있는 시리즈가 있는 것 같아요. 앨범 커버도 비슷하고 곡의 제목이 모두 알파벳 대문자로 되어 있는 것도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어떤 의도가 있을까요? 그리고 [WAVE]라는 곡이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A. 박준하 : 언젠가는 CD로 묶어서 낼 거기도 하고 어떻게 하다 보니 영어로 제목을 쓰게 돼서 그렇기도 한 것 같아요. 한글로 할 만한 건 지금 쟁여두고 있어요.(웃음) [GER CLOSER]와 [WAVE]는 이어지는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앨범의 그림이 될 때까지 음악 자체는 다를 수 있겠지만 아트웍이나 다른 부분들은 이렇게 일관성 있게 갈 것 같아요.


[WAVE]는 군대에서 쓴 기타 리프를 10년 동안 가지고 있다가 하루 날을 잡고 오늘 안에 이 곡이 써지면 이게 운명인 거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빠르게 진행을 했고 다 완성이 안됐는데 발매 날짜를 잡았어요.(웃음) 제목은 나중에 지었는데 여름 안에 낼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제목이 [WAVE]가 됐고 청량감과 속도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박준하의 [GET CLOSER] MV


 
Q. 활동하면서(혹은 음악을 하면서) 하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A. 박준하 : 계속할 수는 있겠는데 스트레스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계속했을 때 내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한때는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주변에서도 제가 모든 걸 혼자 다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왜 음악을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하냐고 얘기하기도 해요. 아직은 괜찮지만 나의 고집이나 이런 것들이 독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어요.


 
Q. 10년 뒤의 박준하와 20년 뒤의 박준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가장 마지막 날에 눈을 감기 전의 박준하는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본 적 있을까요?


A. 박준하 : 지금과 별반 다를 것 같진 않아요. 무대 위는 내려올 수 있겠지만 계속 음악 안에서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는 좀 별개인 것 같고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포기한 지 않는 한 영원할 것 같아요. 지금과 비슷하거나 스튜디오의 구석에서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그만둔다면 어떻게 살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전 사실 수동적인 삶이 잘 맞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군대가 편했어요. 뭘 해야 하는지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해하는 사람이라 음악을 계속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사회에 들어가서 사는 삶, 두 가지가 그려지는데 전 뭐가 돼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인가요?


A. 박준하 : 화려하진 않아도 그 사람만이 하는 컬러가 있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를 물어보며 항상 이상순 님이나 넬의 이재경 님, 언니네 이발관의 이능룡 님을 얘기해요. 세분 다 화려하진 않은데 그분들만 기록해놓은 연주들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팝 음악에 잘 묻기도 하고 절제에서 나오는 듣기 좋은 사운드가 있는 분들이에요. 저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박준하 : 2, 3 곡의 싱글이나 미니앨범. 더 나아가서는 마흔 전에 정규 2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천천히 하고 있습니다.


 
Q.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박준하 : 서울 어딘가에서 도자기를 굽듯이 음악을 하고 있는 박준하라는 뮤지션이 있습니다. 우유부단해 보일 수도 있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저 나름의 고집을 가지고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크게 자극적이거나 화제가 되진 않더라도 소소히 하고 있는 저의 음악활동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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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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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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