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복원에 필요한 기법 및 기술들의 원리를 자세히, 그것도 과학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 깊이가 너무도 깊어서 '내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혼란스럽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이내, 과학고-카이스트 출신의 이과생이었던 저자가 미술품 복원의 매력에 빠져 미술보존가가 되었다는 소개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동시에 오히려 그런 이과적 백그라운드가 미술보존가라는 저자의 직업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미술품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과정은 미술품 자체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 한 작품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물론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림에 사용된 물감의 원료가 무엇인지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면 아예 복원 자체를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과학 없이는 미술보존가라는 직업이 과연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책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는 익숙하지 않은 미술품 복원/보존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양서이다. 무엇보다도 미술보존가라는 직업이 가진 화려함 뒤에 숨은 각고의 노력을 몸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다루는 것은 그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인류의 유산이기에, 육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작은 부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그 장인 정신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역시, 미술의 세계는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임이 분명하다. 감상자의 입장으로서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미술품들 앞에서 조금 더 경외심을 느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 더 나아가 감사함을 느껴봐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