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_김은섭

글 입력 2020.11.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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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 대장암을 겪어낸 저자의 치열한 생존기


 

책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는 실제 대장암 절제 수술을 받은 저자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병과 싸운 흔적을 담고 있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자신의 투병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다짐을 했을 정도로 지독한 글쟁이였던 저자는 본 책을 통해 인생 처음으로 암 환자가 되며 겪은 분투에 대해 솔직한 고백을 전한다.

  

암이라는 병을 가까이에서 접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생생한 경험담이 아닐 수 없었다. 책 속 에피소드는 마치 하루에 있었던 일기 같은 형식으로, 그날 있었던 일을 즉각적으로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더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다. 생생한 날것의 감정이 온전히 살아있어, 감히 그 아픔을 손톱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말하고 싶다.

 

 

 

2. 투병 중에도 놓지 않았던 독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글쟁이이자 다독가였던 저자가 병상에서 감정의 요동을 겪을 때마다 책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입원을 준비하면서도 서재에서 책을 담았을 정도로 독서는 곧 그의 일상과도 같았기에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요동치던 밤에도 그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그 속에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찾았던 저자를 보며 한 편으로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동시에 '그럴 수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한 마디 말보다 한 권의 책이 더 큰 위로가 되었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픈 상황에서는 책을 잘 찾지 않게 되던데,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읽었다는 책들 중에서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이 있었다. 폴 칼라니티라는 실제 의사가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는 2년을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 의사도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의사도 사람인데, 아무래도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동경은 늘 존재하는 것 같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대하다가 실제 자신이 환자가 되었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세상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마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는 저자를 보며 무조건 공감할 수 있는 감정만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3. 다시 현실


 

항암 치료까지 무사히 끝낸 저자는 자신의 하루를 보통 사람들보다 4일씩 빠르게 살기로 결심한다. 대장암이 재발할 수 있는 확률이 40%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를 전보다 밀도 있게 살아갈 것을 스스로와 약속한다.

 

인생의 슬픈 아이러니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프기 전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수많은 담론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잃어보기 전에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정작 중요한 것을 지키기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성공과 영예를 탐닉하고 바라며 욕심을 부린다. 내 능력 밖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우물이 너무 작다는 아쉬움을 표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진대,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지독한 아이러니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자 또한 같은 말을 전한다. "대장암에 걸린 뒤 뼈아프게 깨달은 건 소박하고 평범한 하루의 일상이야말로 행복한 순간이라는 거다." (pp.232)

 

*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도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병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왔는지도 모르게 찾아오는 손님이라서 감히 '나는 괜찮을 것이다'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무섭다. 따라서 자신의 암 투병기를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담아낸 책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암 환자의 고충을 경험할 수 있었고 암이 유발하는 감정의 격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의학이 달라졌다 할지라도, 아픔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경이로움 속에서 일상의 행복과 감사함을 깨달았다. 나 또한 그런 저자 덕분에, 지금 이렇게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일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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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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