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은 유언을 써야겠다. [사람]

글 입력 2020.11.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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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 뭉크, <자화상, 시계와 침대 사이>

1940-1943, 캔버스에 유화


 

‘죽음’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자면, 나에게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개념으로 다가온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죽음에 관하여 고민해 보자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내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은,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과 비교한다면, 풍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아주 현실적인 안건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죽음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자면, 내 앞에는 지나간 죽음보다 다가올 죽음이 훨씬 더 많이 놓여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더 많은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왠지 모를 불안감과 초조함이 몰려온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이 마지막 숨을 내쉰다. 오늘은 그것이 당신과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내일의 그것 역시 당신과 나의 것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만약 확신할 수 있다면, 그 확신의 또 다른 이름은 ‘오만’일 것이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아, 이 얼마나 당연한 말인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공통점이 '이곳에 왔고, 언젠가는 떠난다’라는 것임을 고려하자면, 죽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것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아니, 편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손을 댄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개의 건강한 사람들은 적어도 그 ‘언젠가’를 오늘 혹은 내일, 아니면 다음 주 정도로 생각해 두고 있지는 아니한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아, 이 얼마나 당연한 말인가. 하지만 대부분에게는 쉬이 인정할 수 있기만 한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지혜가 담긴 격언'으로서 인정받아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유언을 써야겠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비관이나, 가까운 시일 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을 고민하고 있음 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일 저녁에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먹어볼까 고민해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저 ‘충분히 생각해 볼 법한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일 뿐이다.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식사와도 다름없는 것이지 않은가.

 

손쓸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에,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게끔 노력하는 것이 이상적이리라. 어차피 찾아올 죽음이라면,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지침서를 구비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유언은 죽음이라는 마지막 식사에 내가 원하는 반찬을 놓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그릇과 수저를 두기 위해 준비하는 일이다. 식사를 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렇게 하면 더 행복한 식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은 유언을 써야겠다. 조만간은 영정 사진도 촬영하러 가야겠다. 나는 내가 남겨지고 싶은 방식으로 세상에 남겨지고 싶고, 기억 받고 싶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 받고 싶으니.

 

 

 

최호용 에디터 명함.jpg

 

 



[최호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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