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티스의 작품엔 슬픔이 없을까 -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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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주가 되었던 종이 오리기 작품은 마티스의 말년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 혁신적인 작품의 시작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마티스가 위암 수술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붓을 잡을 수 없어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몸이 쇠약해진 작가가 할 수 있었던 건 조수의 도움을 받아 가위로 종이를 오려내고 이렇게 저렇게 옮겨 붙여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전부였던 것이다.


전시장의 커다란 화면 속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이러한 설명을 막 듣고 발걸음을 옮기던 참이었다. 벽면을 둘러싼 마티스의 그림들은 화려한 색채로 알록달록 꾸며진 것이 마치 그림책 속에 들어있는 삽화 같았다.

 

작품 속 소재 역시 병들고 쇠약한 작가의 그림보다는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것들이었는데, 그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던 서커스라는 소재는 마티스가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대상 중 하나였다고 한다.

 

신기했다. 병상에 누워서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가 몸이 따라주지 않는 열정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이렇게 낭만적이고 행복한 그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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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의 그림들은 대부분 행복하다.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 다채롭고 명랑한 색들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품 속 등장인물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티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은 특정한 누군가로 일단락 지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에는 원래의 모델이 가지고 있었을 개성적이고 개별적인 요소들이 부족하게 설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색감과 형태가 강렬한 인상을 주어 그런 사소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자 하는 것이 특정한 인물이었다면 그러한 인상을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온전하고 완벽한 행복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누군가를 그리고자 한다면 기어코 그 사람을 둘러싼 수많은 맥락들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그림은 그런 식으로는 탄생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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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순수한 행복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화폭에 담은 작가는 삶의 우울함과 어두운 면모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물론 그는 성공한 화가로서 생전에도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다양하고 화려한 재능을 가진 작가였다. 그는 회화 이외의 영역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면면을 이번 전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무대 의상과 실내 디자인, 삽화와 같은 영역에서도 그는 명성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결과물들을 보여주었다. 그가 공연의 무대 의상을 맡으면서 죽어가던 공연은 인기를 누렸고, 그의 삽화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그것만 모으는 수집가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살면서 두 번의 거대한 전쟁을 겪었고, 알다시피 말년에는 병으로 쇠약해진 몸과 싸워야 했다. 그런 그가 삶의 비극적인 면을 모르고서 작품을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마티스의 그림은 현실을 외면한 행복만을 담는다는 이유로 당대 사람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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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는 일생의 대부분을 따뜻하고 즐거운 장면들을 그리는 데에 힘썼다.

 

어쩌면 움직이기도 힘들 만큼 쇠약해지자, 자신의 방안에 종이를 붙여 정원처럼 꾸민 작가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슬픔을 다루는 방식은 아마도 이러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행복한 세계, 그 안에서 현실의 불행과 다른 것을 노래하는 것. 그것은 복잡한 현실을 살아가는 작가 자신만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시의 마지막에 보았던 작가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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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고 그전에 그림들이 봄날에 밝은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
앙리 마티스
(Henri Emile BenoIt Matisse, 1869–1954)
 
강렬한 색채의 '야수파'의 대표적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일컬어진다.
 
1869년 프랑스 북부 캄브레시 출생 후 스무살때까지 법률공부를 하였다. 그러다 1892년 파리로 가서 미술을 공부하고 인상파, 세잔, 신인상주의 등을 잇따라 탐구했다. 프랑스 남부로 떠난 그림여행에서 화가 앙드레 드랭과 함께 혁신적인 회화기법을 발전시켰고, 이후 이들은 '야수파'라 불리게 된다.
 
여러 공간표현과 장식적 요소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1932년 이후 평면화와 단순화를 시도했다. '조화, 순수, 평온이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던 그의 그림은 늘 행복을 추구했으며, '심화된 삶의 이미지'였다. 50년 동안 회화, 조각, 드로잉, 그래픽 아트 작품을 제작한 뒤 1954년 니스에서 타계할 때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대표작품으로 <모자를 쓴 여인>, <춤>, <붉은화실>, <폴리네시아 하늘>, <수영장>, <이카루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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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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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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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맛탕
    •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에디터님 :)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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