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료, 예술의 조건 -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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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도 희망을 그린 작가, 둘째는 컷아웃(Cut-out) 기법으로 형상의 추상화를 꾀한 작가.

 

이제는, 세 번째 생각도 하게 될 것 같다. '재료의 한계를 예술이라 알려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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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시각예술의 범주를 넘나들던 그는 1941년, 고령으로 건강이 나빠져 이젤 앞에 앉기 힘들어졌다. 이 배경이 컷아웃 작업을 시작한 계기라고 하지만, 전시장 한쪽에서 반복 상영되던 짧은 영상을 보니 과슈로 칠한 커다란 종이를 가위로 잘라 붙이는 일련의 과정들도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컷아웃을 통해 그는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회화나 조각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완성도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마티스가 시도했던 여러 시각예술의 범주에서 가장 단순한 표현이었을 컷아웃이 예술의 정점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선택의 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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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1943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선택으로 우리는 어떤 것을 가질 수 있기도 하지만, 나머지를 포기하게 된다. 매 순간 선택하며, 매 순간 나머지는 포기하며 살아간다. 모든 것을 갖고 경험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토록 당연해서 시시한 진리는 그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판화로는 유화의 스푸마토 기법처럼 은은한 공간감을 표현할 수 없고, 반대로 유화로는 판화의 평면적인 맛을 살리기 힘들다. 단색 드로잉으로는 색의 풍부한 감정을 전달할 수 없으며, 유화로는 드로잉이 지닌 선적인 멋을 표현할 수 없다.

  

사실 이런 비교에 큰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재료를 쓰기 때문이다. 어떤 재료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요소는, 작가의 의도에선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이런 판단은 논리에 의한 논증의 과정을 거치기보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취향, 본능에서 비롯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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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재료는, 작업의 성격과 과정, 도착지를 어느 정도는 미리 결정한다.

 

컷아웃을 예로 들면, 주어진 재료는 종이와 가위다. 그러므로 거쳐야 할 과정은 자르고, 붙이고, 조합 및 구성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작업의 결과는 어떤 형태를, 얼마나 단순하게 혹은 정교하게 표현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마티스의 작업을 잘 보면, 한 번에 자른 종이가 아니라 여러 군데 덧댄 흔적이 보인다.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도 형태를 고쳐나가며 다듬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색종이를 잘라 그림책 한 권을 만들어 본 적 있다. 미리 스케치를 하고 가위로 천천히 종이를 자를 때, 자르는 선은 늘 연필 선보다 얇았다. 아무리 얇게 그은 선이라 하더라도, 그 연필 선 사이로 가위를 들이대면 자국은 남았다. 한 가지 어려움이 더 있었다. 바로 연필 선대로 똑같이 자르기도 어렵다는 것. 나중엔 연필을 비켜 가더라도 그대로 잘리게 가위를 움직이게 되었다.

 

컷아웃 기법으로 만든 작품에서는, 형상을 완전히 기획하려는 의도를 비켜나가는 지점에서 아름다움이 탄생하는지도 모르겠다. 마티스의 경우에도 이 과정적 특성이 작업에 반영되었거나, 그가 이용했으리라 짐작한다.

 

예를 들어 검은 몸 주변에 섬광이 반짝이는 작품, <이카루스>는 저 몸이 그림자인지, 까맣게 탄 재일지 가늠해보는 상상의 자유를 제공한다. 완전히 통제하지 않은 형태와 강한 대비의 색상이 화려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 왼쪽 가슴의 심장은 아직 타오르고 있나, 뜨겁다면 아플 것도 같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알 것 같은 상태로 시선이 그림에 머문다.

 

재료의 한계가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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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누드Ⅱ, 200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마티스가 종이와 가위를 잡은 시기가 거의 말년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하다. 전시 첫 번째 섹션인 '오달리스크 드로잉'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 시기 그가 그린 여인의 형상은 말년의 작업 <블루 누드>에서도 비슷하게 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형태는 완전히 다르지만 컷아웃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색상은, 그가 유화를 그릴 때도 썼던 색채다. 재료와 기법, 스타일에 변화를 꾀할 때 그가 이전의 작업을 연장하고 발전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수많은 드로잉과 유화, 판화 작업을 시도한 마티스에게 컷아웃 작업은 두렵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색다른 언어를 찾았다는 사실에 자신도 기쁘지 않았을까.

  

실내를 가득히 정원처럼 컷아웃 작품으로 꾸민 마티스는, 이후 이 작업을 그대로 판화로 옮겨 책으로 엮는다. 만약 컷아웃 상태로만 작품이 머물렀다면 마티스 집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는 이상 전시에서 작품 관람은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 컷아웃 작업이 판화로 옮겨져 지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 재밌다.

 

의도가 분명하면 재료의 한계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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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면서 재료와 스타일을 온전히 작가 입장에서 이해하고 싶었다. 어떤 작가들은 재료를 선택할 때 고민한다. 자기 표현에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재료를 탐색하거나 불안해한다.
  

마티스의 행보는 그런 불안감을 가진 해소할 하나의 열쇠가 될 것 같다. 모든 재료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예술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작가 스스로 그에 관한 사실을 얼마나 체득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 이 재료로 표현한 결과물에 얼마나 믿음을 가질 수 있느냐다.

 

 

*

 

앙리 마티스 특별전
- 탄생 150주년 기념 -


일자 : 2020.10.31 ~ 2021.03.03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월요일 휴관 없이 운영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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