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Don't Try, 애쓰지 마라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글 입력 2020.11.20 00: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Don’t Try

애쓰지 마라


찰스 부코스키가 남긴 묘비명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는 명료한 설명이자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을 읽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표지 평면.jpg

 

 

강렬한 표지가 맘에 들었다. 음탕한, 늙은이, 비망록. 어느 하나 강렬하지 않은 단어가 없는 책의 제목과 참 잘 어울렸다.

 

하지만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 또는 그런 책자.“의 뜻을 가진 비망록이라는 단어가 내용과 잘 어울리나 의심했다. 섹스, 자살, 똥, 엉덩이와 같은 단어가 반복되고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찰스 부코스키는 이런 단어들을 ’잊지 않으려고‘ 비망록을 작성한 것일까.


생소하고 이상했다.


그런데 ’중요한 골자‘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생이나 교훈, 사랑 등 어떻게 보면 거창한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 비망록의 조건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찰스 부코스키는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비망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1969년 지하신문 <오픈시티>에 찰스 부코스키가 14개월 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산문집이다.


p.9

그에게 원고를 넘기면 그걸로 끝이었다. 덕분에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즐겁게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쓰는 완전한 자유가 생겼다. (중략) 알다시피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론 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너무 많은 쓰레기가 시를 쓰고 출간하려 들기 때문이다. 반면 이 <비망록>은 맥주 한 병을 끼고 앉아 금요일 혹은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타이핑하면 다음 주 수요일날 로스앤젤레스 전역에 글이 깔린다.


1920년 독일 출생인 찰스 부코스키는 어린 시절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독학으로 작가 훈련을 했으며 24살 때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12년간 일을 하고 시를 썼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해고 직전에 있을 때, ’전업으로 글을 쓰면 매달 1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평생 60여 권의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출간했고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했다.


p.94

우리는 동네 술집의 남자 변소에서 술에 취한 놈들이 총질하듯 역사를 낭비해 왔다. 난 인류의 한 사람이 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거기에 부끄러움을 더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떼어 내고 싶다. 


p.95

나이가 들고 보니 특히나 이 나이 대를 사는 것이 기쁘다. 별것도 아닌 인간이 그저 너무 많은 헛소리를 하는 데 지쳤다. 사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글은 고민하고 계속해서 다듬어서 글쓴이의 생각과 표현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예쁘게 다듬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강했고 본능 그대로의 글이었다. 처음에는 그 ’날 것‘의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Don’t Try. 애쓰지 마라. 나는 그냥 제목처럼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는 읽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독자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래서 아웃사이더, 이단아의 찰스 부코스키와 전 세계 독자들이 열광하는 찰스 부코스키. 그가 가진 두 모습이 동시에 느껴졌다.


p.138

2010년이 온다는 게 상상이나 되는가? 물론 그 모습이 어떨지는 폭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따라 좌우된다. 그때가 와도 여전히 사람들은 아침에 달걀을 먹고 성생활로 고민하며 시를 쓰고 자살을 할 것이다.

 

 

++
 
"우리 잡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칼럼을 써 줄래?"
 
1969년 찰스 부코스키가 존 브라이언이 조그만 2층짜리 월세방에서 창간한 지하신문 《오픈 시티》에 14개월 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산문집이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술에 취해 내뱉는 음탕하고 거친 언어 뒤에 숨은 깊은 사유,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깨달은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어느 작가에게서도 볼 수 없는 유머와 재치를 겸비한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찰스 부코스키 식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 준다.
 
"어느 날 경마가 끝난 뒤 자리에 앉아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이라는 제목을 쓰고 맥주를 한 병 땄고, 알아서 글이 술술 풀렸다. (중략) 살짝 무딘 칼날로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후벼 파지도 않았다. 그런 건 《디 애틀랜틱 먼슬리》 칼럼에서나 필요하다. 평범하고 부주의한 잡지 기사처럼 쓴 것도 아니었다.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그냥 창가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나오는 대로 썼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쓰고 싶은 걸 썼다." -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중에서
 
《우체국》 《호밀빵 햄 샌드위치》 《여자들》 등을 통해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 찰스 부코스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유명한 묘비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여자와 술, 경마에 빠진 그의 분신이자 음탕한 늙은이 '헨리 치나스키'의 초석이 되는 산문집으로, 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작가를 읽을 예정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책이다.
 
 
*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 NOTES OF A DIRTY OLD MAN -


지은이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옮긴이 : 공민희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외국에세이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04쪽

발행일
2020년 10월 23일

정가 : 14,200원

ISBN
979-11-90234-09-2 (03840)
 

 

[나정선 에디터]
첨부파일 다운로드
표지_평면.jpg (611.7K)
다운로드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