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플라스틱의 배신 [문화 전반]

내가 알던 플라스틱이 아니야
글 입력 2020.11.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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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 사회 내에서 플라스틱 관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람들이 배달 음식에 사용된 많은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자고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스팸의 상징인 노란 뚜껑을 자발적으로 거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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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빨대들을 모아 해당 유통 업체에 반납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분명 전체의 66% 정도가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인데, 그들은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했을까?
 
 
 
플라스틱의 배신

 

답은 간단하다. 플라스틱 대다수가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재활용이 되는 플라스틱은 전체의 2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지금까지 정부가 밝혔던 66%의 국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과 수치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플라스틱의 원료를 살펴봐야 한다. 플라스틱은 석유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로 만든 고분자화합물이다. 따라서 다 사용되고 버려진 플라스틱들은 소각처리를 거치면 열에너지로 바뀐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을 재활용으로 분류하는데, 그린피스와 유럽연합의 경우, 이 과정을 폐기물로 분류한다. 소각함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미세먼지 등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이 ‘에너지 회수’처리에 대한 시각 차이가 45%p 정도의 재활용률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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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예전 분리수거장에서 비닐봉지를 수거하는 곳이 없어진 적이 있지 않았는가? 몇몇 사람들은 ‘비닐을 수거하기 싫어서 없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해서 나타난 일이었다. 그래서 이때의 사건은 중국의 ‘비닐 대란’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은 지난 20년간(2018년 기준) 전 세계의 재활용 폐기물, 즉 다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을 수입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의 집계에 따르면 그 양은 약 1억 600만 톤에 달하는데, 이는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양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라 한다.
 
중국이 이렇게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수입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돈 때문이었다. 중국은 수입한 폐기물들을 다른 제품으로 재가공하며 빠르게 경제 성장했다. 하지만 다량의 폐기물을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환경은 급격하게 악화하였고, 결국 2018년 1월, 중국은 플라스틱 폐기량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중국의 수입 금지 선언은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으로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값싸게 넘겼던 다량의 재활용 폐기물은 곧 애물단지가 되었고, 우리는 스스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의성에 화재가 일어났다. ‘쓰레기 산’ 화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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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재활용 업체는 해당 지역에서 실제 허용할 수 있는 양의 34배가 넘는 17만 3000여 톤을 보관하고 있었다. 처치 곤란인 플라스틱을 그저 쌓아놓고 있던 것이다. 실제 한 기사에 따르면, 해당 쓰레기 산은 아파트 10층 정도의 높이까지 쌓여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마을 주민들은 폐기물이 썩으며 뿜어내는 악취와 침수 물로 고통을 받았다.
 
이후 쓰레기 산에 불이 나게 되며 한국은 전 세계에 이목을 받았다. 그리고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 (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이라는 제목을 단 CNN의 보도까지 받게 되었다. 국제적 망신이었다.
 
 
 
용기내! 플라스틱 웨이스트 제로

 

그렇다면 21세기의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는 플라스틱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자발적으로 거절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플라스틱 근절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글의 도입부에서 살펴봤던 배달 음식 용기, 스팸 노란 뚜껑, 빨대 반납 등의 행동들이 모두 그러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행동에 더불어, 독특한 근절 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제로 웨이스트 샵’이다. 제로 웨이스트 샵이란 말 그대로, 버리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제로 웨이스트 샵의 물건들은 대부분 포장이 최소화로 되어있다. 액체나 가루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용기를 가져가서 그 용기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담아 구매한다. 일회용품이 사용되지 않는 구매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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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행동을 보면, 근래 TV에서 봤던 류준열의 ‘#용기내 캠페인’이 떠오른다. #용기내 캠페인 역시 자신의 용기를 가져가 대형마트에서 원재료를 담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사용하는 다량의 일회용품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또 다른 근절 운동으로는 ‘플라스틱 방앗간’이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병뚜껑과 같은 작은 플라스틱을 사람들에게 받아 새로운 제품인 치약 짜개로 만드는 곳이다. 그들은 작은 플라스틱이 선별 과정에서 소각된다는 점에 충격을 받아 플라스틱 방앗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치약 짜개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병뚜껑을 원료의 종류별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 세척과 분류를 꼼꼼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러 종류의 병뚜껑들은 새로운 치약 짜개로 새 생명을 받아 다시 사람들에게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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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편으로는 플라스틱을 근절하자는 운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하나도 간단하게 해결될 일을 불편한 일로 굳이 바꿔야 하냐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잠깐의 편리함에 속아 플라스틱을 잃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집 문을 여는 순간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있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근절 운동은 플라스틱 사용을 0으로 수렴시키자는 운동이 아니다. 하루에 5개쯤 사용할 플라스틱을 2개로 줄이고, 조금 더 꼼꼼하게 재활용 분리배출 하자는 것이다. 카페 안에서 금지되었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유통 업체에서의 금지되었던 일회용 봉투를 잘 이겨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잘 이겨내, 미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용기를 꺼낼 차례다.
 
 
 

★ 한유빈 컬쳐리스트.jpg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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