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정한 사랑의 말로 [공연예술]

글 입력 2020.11.0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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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베르테르>의 20주년 기념 공연이 지난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각색한 뮤지컬 <베르테르>는 2000년 초연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극은 발하임에 머물던 베르테르가 처음 본 롯데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문학을 다리 삼아 가까워진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가 되고, 베르테르는 점차 커져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망설이던 베르테르가 고백을 결심한 그때, 롯데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에 빠진 베르테르는 발하임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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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구태의연한 이야기다. 개연성 없이 느껴질 수 있는 첫눈에 반해버린 주인공의 모습을 납득하게 하는 건 배우의 연기다.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롯데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이 그 지고지순한 짝사랑에 몰입하게 한다.


그렇게 발하임을 떠났던 베르테르는 롯데를 잊지 못해 마을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약혼자와 결혼을 한 뒤였다. 사실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하고, 그런 베르테르를 지켜보는 롯데 역시 흔들린다.

 

 

배에 있던 쇠붙이들이, 

배의 중요한 부분을 고정한 쇠붙이들이

삐걱거리면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쇠붙이들은 우리 가슴속의 심장처럼 

쉽게 뜨거워지는 것들이어서 

잊고 있던 자신의 정열이라도 되살아나 

불처럼 타오르는 줄 알고 요란한 아우성을 질렀습니다.

 

_자석산의 전설

 

 

자석산에 이끌려 간 쇠붙이들처럼 롯데를 만난 뒤 베르테르는 처음 겪는 사랑의 열정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덜컥하고 내려가” 힘들어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이 애달프다.

 

롯데의 앞에서 자신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고 사랑한다 말해달라는 베르테르는 자신의 사랑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젊은 청년이다.

 

 

베르테르_공연사진_1막_3장_오르카_PUB_송유택_(제공.CJ_ENM).jpg

 

 

그리고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미망인을 사랑한 정원사 카인즈다. 카인즈는 신분 차를 극복하고 마음을 확인하지만 그를 학대하는 친오빠를 죽임으로서 살인을 하게 된다.

 

카인즈는 자신을 변호하는 베르테르에게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죽음 앞에 담담히 사랑을 고백하는 카인즈를 보며 베르테르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을지 모른다.

 

극에서 베르테르를 대표하는 꽃은 해바라기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를 수놓은 해바라기는 모두 어딘가를 보고 있다. 이들이 바라보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열정의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베르테르의 시선의 끝에는 늘 롯데가 있었다. 다른 해바라기가 모두 질 때까지 꼿꼿이 서 있는 해바라기 하나는 지지않는 베르테르의 짝사랑을 상징한다. 자신에게 총을 겨눈 베르테르가 무대 뒤로 사라지고 하나 남은 해바라기 역시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극은 끝이 난다.


강렬한 자석산의 끌림 앞에 침몰하기를 택한 베르테르와 카인즈의 사랑은 대체 어떤 것이기에. 순정한 사랑의 말로가 죽음이라니. 이 아름다운 비극 앞에 차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어진다.

 

 

오, 황홀경이여. 

오, 타올라 사라질 세상의 생명들아. 

내 말에 귀 기울여라. 


가령 말하자면,

내가 죽을지라도, 죽어 사라질지라도, 

오직 그대는 나와 단둘이만 함께 있어다오.

 

_자석산의 전설


 

[이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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