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이 건네는 수많은 단서 -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도서]

글 입력 2020.11.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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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첫인상은 제목과 표지에서 결정된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거나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 이상,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나의 책 선택 근거는 매우 단순하다. 내 구미를 당기는 제목인가, 뭔가 어울리는 것 같은 내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인가? 사소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도 아무런 정보도 없는 책을 고를 땐 이렇게 고르지 않나 싶다. 그리고서 작가와 목차를 확인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아닌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나왔고 왜인지 모를 창피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어떻게 책과 눈을 맞을 수 있을까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보니 '지식생태학자 유영만'님이었다. 최근에 세바시 강연을 통해 알게 된 바로 그 유영만 교수였다. 강연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본 터라 고민하지 않고 책을 신청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책과 눈이 맞아볼 준비를 하게 되었다.
 
 

당신은 책과 눈이-평면표지.jpg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이 책의 저자인 유영만 교수를 알게 된 건 세바시 강연을 통해서였다. '오늘부터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려면 결심해야 하는 단 한 가지'라는 주제로 책을 거울삼아 나를 돌아보고 글을 쓰며 그러한 거울을 만들어나가는 행동과 도전을 응원했다.
 
이 강연을 보기 전,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들을 한번은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책 출간'이라는 말은 과분하고 턱없이 나의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나 혼자라도 간직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에 마침 이 강연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잡것들도 글을 써보릇 해야 한다고, 내 삶을 위대한 작품으로 만드는 애쓰기를 하라고 북돋아줌에 나도 용기를 내어 더욱 몇자 적어 내려가게 되었다. 또한 교수가 재직하는 학교에서 나도 공부를 했기에 그동안 존재를 모르고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 여러 아쉬움을 달래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한 세상'이다


 
똑같은 우울증이지만 저마다 느끼는 아픔과 슬픔의 깊이와 넓이는 판이하다. 마음으로 느끼는 질병에 대한 심리적 충격과 아픔은 제각기 다르다.
 
p.22
 
 
저자는 심리적 CPR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책을 인용해 우리가 옆에서 서성거리지 않고 곁에 다가가 이해하고 깊은 소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짚는다. 사람마다 겪게 되는 아픔을 마음으로 공감해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는 일 말이다.

항상 공감하고 싶다고, 공감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사실 잘하지 못한다. 친한 친구가 마음이 아주 아팠을 때도 난 무슨 이야기로 위로를 건네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하지 못했다. 친구가 괜찮아지게끔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이상한 말을 하는 것보단 침묵이 나을 것 같아 연락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런 핑계를 댄 무관심이었을 뿐, 아직도 진정한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나의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요즈음에는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나 이야기를 할 때,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나 가사를 적어 내 서툴지만 진실한 마음을 전달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의 곁으로 다가서지 못한 채 옆에서 관찰만 해오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굉장히 이기적이었음을 느낀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기 두려운 것에는 눈 감아버린 나 자신을 생각해보며 나에게 한 세상인 내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기억하고 이제는 직접 곁에 다가가고 싶다.
 
 
 
인생은 미완의 사실을 찾아나서는 미완성 교향곡


 
열심히 살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목숨 걸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허망함이 실존적 공허를 낳는다.
 
p.37
 
 
 

 
미완의 사실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한 사실에 아무리 응답을 해도 여전히 밝혀낼 수 없는 미지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의미다.
 
p.39
 
 
이 책을 읽을 때도 시험기간에 여러 활동들이 겹쳐 버거울 때였다. 인증시험, 학과 공부, 아르바이트, 모임 활동을 한꺼번에 하니 너무나 시간이 부족하지만 계획한 대로 계속해서 진행해야만 하는 내 성격탓에 잠을 줄여가며 매일매일 끝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순간에 이 책을 받아 아무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책을 펴서 읽었다. 그리고 이 문구를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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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사실들에 다가서려는 그런 한걸음 한걸음을 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나는 미완의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하루를 살아내며 달려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끝에 가서도 결국 밝혀낼 수 없는 사실들이 있겠지만 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내가 아름다운 교향곡을 만들어나가고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다시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온전히 찾기 위해선 읽기의 길이가 사유의 길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과 글쓰기를 가까이 해야 겠음을 다짐하였다.
 
 
 

 
 
삶의 이유와 목표를 근본적으로 캐물은 것이 언제였나요?
 
p.170
 
 
이 질문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겠다. 삶의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그리 깊게 캐물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답을 찾을 수 없어 힘들어했다. 명확한 답을 원하는 성격 탓에 저런 모호한 질문은 차라리 피하는 게 낫기에 깊게 근본적으로 나에게 물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저자는 삶의 근본을 뒤흔드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해보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그런데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은 아마 평생 나의 머릿속에서 함께 해야 할 질문들인 것 같다. 짐작은 하겠지만, 정확히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건 아직도 너무나 어렵다.
 
 
 

 

내가 나를 표현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나의 대학교와 전공을 이야기한다. 이것 말고 나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색도 없고 그냥 눈에 띄지 않는 수식어로 평범하기 때문이다.


 

관점 디자이너에 대한 챕터에서 지식 생태학자라는 수식어를 만든 유영만 교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나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단어를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세상엔 수많은 형용할 수 없는 색깔들이 있듯, 언젠가 나도 내가 이름을 붙인 그런 수식어로 나를 표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

 
*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경제 공부를 계속해서 해나가며 느낀 점은 바로 완벽한 경제이론의 실현은 불가하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계산해내고 모형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분야인 경제를 고등학생 때부터 공부하고 싶어 했다. 그런 공부를 한다면 애매한 옳고 그름의 판단 문제나 선택에 있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경제에서도 결국엔 옳고 그른 문제와 주장이 들어간 선택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윤을 극대화하고 사회적으로 최적인 상태를 만드는 이론에서는 사람의 감정이나 비합리적인 선택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나도 현실에서 딱딱해지고 나도 모르게 계산적으로 사고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실과 비교해보면 이론 대로, 경제학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치 판단이 개입되며 인간의 선택으로 이어져가는 이 세상에서 나는 이론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감각과 통찰력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 가슴으로 공감하고 인간이 살아 숨 쉬는 순간의 감정을 잡아주는 문화의 역할이 나에겐 더 간절해져 여러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혀 힘든 순간이 올지라도 책과 눈이 맞아보려고 노력한다면, 이런 소망을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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