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회색빛] 객관적 자아로 바라보기

이번 글은 다채롭지 않다. 검정색의 과한 농도에 압도 당했지만, 이게 곧 본 모습이 아닐까?
글 입력 2020.11.0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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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부쩍 많아진 요즘의 너다. 날마다 눈물바다에 잠식당해 허우적거리는 건 아니지만 일기장을 보면 ‘오늘도 질질 짰다’라는 문장이 숱하게 보인다. 신기한 점은 이리도 일렁이는 감정이 누군가와 함께할 땐 잠재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너는 수십 년 간 모두 괜찮아졌다고 착각했다. 아주 깊이 잠재워져 있는 무의식의 힘을 얕보고 너를 꾸짖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분출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감정이, 스스로 조절하기도 힘들어졌을 때,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네가 우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의 감흥은 떨어지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 보였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던 너는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을 한 치의 고민 없이 샀고, 먹었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을 조정했고 죄책감을 얻었다.


오늘과 내일의 경계는 없어졌고 앞날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누구보다 잘 해보고 싶던 너이기에 오히려 그 욕심이 너무 버거워 희망이 접혔다. 그날도 새벽에 잠이 들고 늦게 일어났다. 양심의 양심은 챙기기 위해 도착한 독서실에서 자리에 앉고 노트북을 펼쳤다. 그러다가 울었다. 눈앞엔 친구의 메시지가 연속으로 뜬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 같다는 너의 말에 늘 위로해주던 친구는 그날 따라 따끔하게 말한다. 창피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는 눈 바로 아래까지 올려버렸다.


눈물을 그치기 위한 안간힘 하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발버둥 둘. 1시간가량의 감정 소모는 지겨웠다. 정 떨어져버린 장소에서 짐을 챙기고 쫓기듯 나와 계속 걸었다. 주어진 본분에 맞지 않게 시간을 허비하고 주변 사람들과 자신에게 변명하고 실망하는 걸 그만하고 싶었다. 정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대로는 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상의 삶은 물론이고 보통의 삶도 살지 못하는 위기감이었다. 너는 의지가 없지 않았다. 인정했으면 좋겠다. 이성은 이미 충분하다. 하지만 너의 감정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소심하고 마음도 약해서 혼자 하는 걸 잘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없는 채로 살아진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매번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흘러 점점 혼자 해결해야 할 것들은 많아졌다. 그 누군가가 내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었다. 나는 의존은 피곤한 것으로 생각해 혼자 잘하지도 못하는 애가 100% 홀로 원했고,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 그 결과는 취업 준비를 하는 지금도 부작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아직도 하루에 수십 번씩 넘어지며 힘들어하는 내가 있다. 그 곁에서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실질적인 해결과 나아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조금 의지해도 될까?

 

* 20.10.25 일기에서 발췌

 

 

너는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을까? 취업 준비생? 꿈을 좇아가는 자? 아니면 그냥 패배자?

 

과거 그 시점은 분명 지워졌다. 하지만 남아있는 잔재는 언제나 너를 괴롭혔다. 비록 그것이 성공의 결과를 냈다 하더라도, 불쑥 튀어나와 너를 힘들게 했다. 나는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희망을 잘 찾아갔다.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탈이 나지 않기 위해 걸음마를 떼고 있다.

 

과연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이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을까? 제발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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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를 항상 생각한다. “우리는 별을 무척 사랑한 나머지 이제는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밤하늘을 보고 숨을 참고 별을 찾자. 그리고 어둠을 밝히자.


 

 

전문필진 박수정 tag.jpeg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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