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도서]

글 입력 2020.10.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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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는 한때 시작하기 위해 고민했었다.



 

나무는 무엇을 달성할 목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나무는 버리고 상처받으면서 자란다. 타의적인 상실(바람, 눈, 벼락)과 자의적인 폐기(스스로 잎이나 가지를 버리는 것)를 통해 끊임없이 아파하며 동시에 성장한다. (책의 일부 中)

 


성장은 가만히 서서 관망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작해야 한다. 과거의 나는 한때 시작하기 위해 고민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에 이게 맞는 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던 나는 어느 날, 좋은 글귀를 발견했다. <당신이 가야 할 길을 찾고 싶다면, 이정표를 볼 수 없는 완전한 외딴곳에 당신을 던져놓으세요. 그러면, 내가 가는 방향이 나의 길이 될 겁니다>


길을 걸어가며 나를 알게 되고 삶을 알게 되니, 길을 잃는 건 또 하나의 성장을 돕는 일인가 싶다. 이쯤 되니, 길을 몇 번 잃고도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나에겐, 한 가지 결론이란 게 있다. 그냥, 나무처럼. 주어진 것 하며 가끔 콧바람 쐬는 시간 갖는 게 인생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아직 방황과 고민의 갈림길에 서 있을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생각의) 마침표를 빨리 찍고 싶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고민의 방황은 쉼표 같은 거다. 호흡이 길면 쉼표는 늘어가는 게 당연지사. 마침표를 찍을 날은 필히 당도하니, (방향과 길을) ‘잃어버린 것’에 너무 조급하거나 상심하지 않기를.

 

 


시작하는 방법



시작해야 한다. “바둑이란, 나무판에 바둑을 올려놓는 것이다.”했던 서봉수 프로기사의 말(109p)과 함께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준비하지 말고’, 일단 글 하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준비하는 데에 너무 과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우리 모두의 작은 행동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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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계속 되도, 서로의 답이 되어주리.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보면 질문하다 사라지는 안타까운 인간적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218p)

 


개운한 문장이다. 모든 걸 다 아는 전지전능한 사람은 없다. 배움에 끝이 없고, 인생의 정답이란 없으나, 왜? 어떻게? 란 질문은 끝이 없다. 그때그때 본인 마음에 와닿는 답으로 자신을 설득해나간다.

 

“그저 질문하다 사라질 존재”라는 말이 내겐 안정적인 답변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허무를 느낀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린 ‘완전한 혼자’는 아니다. 자아와 타인에서 비롯된 질문은 타인의 설명이 나의 답이 되기도 하니까.


 

어떤 경우 /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도서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덕에 멋진 시를 알게 되었다. 참 주옥같은 문장도 만날 수 있고. 나도 누군가에겐 그의 세상이려나. 내 세상 가득 담았던 이들이 생각난다. 영원할 것 같았지만 끝났고,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 난 멀쩡히 살아있다.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아니어도 괜찮았다. 가득 담겼다가도 다시 0이 되더라. 같이, 어떤 경우는 혼자. 세상이 되고 세상이 되어주며 서로의 질문이 되고, 서로의 답이 된다.


모질게 상처 주고, 영원히 나를 생각하며 괴로웠으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간사하게도 나는 미래를 긍정한다며 이렇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늘 만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도와주고 나누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느끼는 행복감이 나와 우리는 물론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세상의 원동력이다. 작은 도움이지만 그 도움으로 희망을 찾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그 반향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세상을 향해 진한 여운을 남긴다. (39p)”


도서엔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참 많았다. 멋진 문구를 선물해주고 따뜻한 감성으로 말하는 문체 덕분에 웃음 짓고 감동하며 볼 수 있었다. 작가님은 책을 후루룩 읽어버리는 걸 ‘책과 눈이 맞았다.’고 표현한다. 책으로부터 눈이 맞은 책들을 소개받고, 나 또한 눈을 맞추고 눈이 맞았던 글귀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당신은 책과 눈이-평면표지.jpg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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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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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안녕하세요  컬쳐리스트 서지유입니다.

      이 글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 좋았던 도서를 읽고, 본가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던 중에 기고한 글이라 그 때 그 열차 안의 풍경도 함께 눈에 아른거리네요.

      '생각'과 '고민'의 소용돌이에 지쳐있을 무렵, 도서<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를 향유하고 쓴 글입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질문과 고민은 '서로를 향해 있다'는 것,
      서로의 질문이 되고, 때론 서로의 답이 되어 주기도 하구나.
      그것으로 인해 어떤 이에겐 누군가가 세상이 되고, 세상이 되어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게 아닌, '타인과 함께'한다는 자체가 질문의 중압감을 N분의 1하는 느낌이 들어 한결 가벼워졌달까요?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가 세상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같이 살아가고, 같이 고민하고, 용기를 주고 피드백을 주는 [관계의 긍정]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때론 혼자 고민하기도 하겠지만, (옳던 그렇지 않던) 상대의 답에서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으니, 세상이 삭막하다고만 생각하지 말자고,
      때론 누군가의 고민에 나의 답이 그의 세상이 되는 키(key)가 될 수 있으니 남에게 나누고 돕는 일을 반복하며 삶과 타인을 긍정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네요.

      긍정을 함께 나누고자 선정했습니다. 편하게 피드백 나눌 수 있길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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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마
    • 안녕하세요 서지유님, 에디터 박정민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저의 현재의 상황에서 봤을 때, 공감가는 글이었어요.

      저 또한 시작에 대한 불안이 매우 큰 사람이고, 어떤 일정이 있으면 그 일이 있기 전부터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그리며 걱정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특유의 조급증이 있어서, 나보다 저만치 앞서간 동료를 보면서 열등감, 초조함을 느끼곤 해요.

      아마 이상한 ‘완벽주의’에 빠져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삶의 경험도 없고, 아는 것도 많지 않은 제가 뭔가에 대해서 완벽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것이죠, 결국은 우리는 실패하면서 완성되어가는 것인데, 그 과정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유님께서 글에 쓰신 ‘우린 완전한 혼자가 아니다’. 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어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간다.’ 라는 구절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해야 하지만, 결국 세상과 부딪히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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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3 18: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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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마안녕하세요, 시간 내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실패하면서 완성되어가는 것이다.'는 말, 너무 와닿습니다. 상처받지 않길 바라고, 무난하게 지나가길 바라고, 항상 좋은일만 있었으면 하는 욕심에, '실패'란 건 저에게 너무 힘든 단어였는데, 성장되는 길이라 여기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또 한 번, 정민님의 답에서 저의 길을 찾아가네요. 오늘의 기분이 한 층 밝아졌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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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
    • 안녕하세요! 에디터 고연주입니다.

      가끔은 한권의 책보다도 좋은 글귀 하나가 가슴에 남아 마음을 울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귀가 가득한 책이라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성인이 되면서 선택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이게 옳은 선택인지, 후회하진 않을지 매번 뒤돌아보곤 하는 저에게 좋은 해답을 가져다주는군요.

      덕분에 좋은 글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관계에서 지치고, 상처받으면서도 늘 관계되고 싶어 하고, 어떠한 관계로 정의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여기에는 지유님이 말씀하신 ‘관계의 긍정’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 증명의 일부이면서 나를 긍정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관계인 것 같습니다.

      최근 일이 많아 여러모로 지쳐있었는데, 글이 저를 긍정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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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3 18: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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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람끼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저도 요즘 작은 선택으로 삶의 각도가 너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뒤돌아보곤합니다. 행동할 것을 권하는 글을 써놓고도, 간사하게도 행동했던 저를 후회하곤 하네요 ㅎㅎ.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재밌는 것 같기도하구요. 그래도, 인생이든 관계든 이왕이면 긍정하는 편이 낫겠다싶습니다.

      긍정해주는 느낌을 받았다니, 이 댓글을 본 저도 긍정의 에너지를 얻고 갑니다. 글 같이 향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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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chae_lope_da
    • 안녕하세요, 에디터 이채이입니다.

      우선 글을 훑어봤습니다. 잘 나누어진 소제목은 '음, 시작에 관한 책이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무는 무엇을 달성할 목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얼어붙었습니다.

      이 글, 내가 읽어야겠구나, 글을 쓰신 분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읽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참 좋은 글입니다.


      저도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고민만 잔뜩 하는 바람에 정작 시작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과 좋은 글도 만나게 되네요.^^


      이건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 누군가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답을 얻었구나.

      우선 시작을 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이런 좋은 기회도 찾아오는구나, 직접 깨닫게 된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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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5 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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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chae_lope_da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우선, 용기 내 시작하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작하면 더 흥미로운 사람과 사건이 있는데도 시작하는게 참 힘들죠 ㅎㅎ

      저도 아트인사이트의 글을 보면서 동질감 느끼는 글들을 발견하면 어찌나 반가운지 몰라요 이게 바로 관계의 긍정인 듯 합니다

      채이님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니 기쁘네요  글로 누군가의 질문이자 답이 된 이 시간이 참 값진듯합니다 그걸 있게 해준 이 공간에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채이님의 시도와 애장깃든 글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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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빵
    • 안녕하세요, 조민영입니다.

      글을 읽어보면서 공감되는 글귀들이 굉장히 많았고, 요즘 사람들의 고민들을 잘 담아 글로 녹여내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데에 너무 과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우리 모두의 작은 행동력을 응원한다.' 이 말이 지금의 저에게 굉장히 와닿았고 실천하고 싶은 말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저란 사람은 항상 깊이 고민하고 오랫동안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시작부터가 어렵고 나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겁났던 적이 많았는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배움은 끝도 없고 우린 질문하다 사라질 뿐이기에 그때그때 나에게 와닿았던 말들로 나를 설득한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질문이 되고, 서로의 답이 된다.'
      요즘 방황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자신 없던 저에게 이렇게 따뜻한 말들과 함께 좋은 글을 향유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도 너무 깊게 고민만 하기보다 그때의 상황에 맞게 저에게 좋은 방향으로 차근차근, 조금은 절 위해 겁내지 않고 힘차게 답을 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지유님께도 앞으로 좋은 답들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뒤에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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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2021.04.16 0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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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코빵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게 댓글에서도 느껴지네요. 모두가 시작 전에 두근대고, 긴장되고, 걱정되는건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우린 질문하다 사라질뿐. 그쵸. 저도 이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글을 기고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몸이 무겁다고 해요.

      고민보다는 작은 시도와 시작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어떤 사람이 한 이야기가 있어요,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보자면, '그냥 하는거다, 그러다 넘어지거나 상처를 입게 되면, 그냥 나에게/ 내 인생에게 사과한마디만 하면 된다. "어머, 내 인생아. 미안!" ㅎㅎㅎㅎ 사과하고 털어내면 되는거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민영님에게도 저에게도 작은 행동이 생활속에 깃들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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