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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음악
[Opinion] 어느 계절의 나를 다시 만난다 [음악]
노래는 계절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계절 속의 나를 함께 불러 온다.
햇살이 유난히 부드럽게 내려앉던 초여름의 오후였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지만 땀은 나지 않았다. 이름 모를 풀에서는 짙은 초록 냄새가 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나는 그날의 산책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창밖에는 습한 공기와 함께 장맛비가 쉼 없이 쏟아지고 있다. 방금까지 걷고 있던 그 초여름은 음악이 잠시 꺼내
by
손혜림 에디터
2026.07.28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인생 영화가 뭐예요?'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긴 답변 [자기소개]
내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오지 않은 미래를 비추는 세 편의 영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작품 속 캐릭터의 인격으로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보다, 배역을 벗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스크린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한 감정을 보여주던 배우가 막상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순간에는 유독 수줍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
by
최수경 에디터
2026.07.22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보세요 [자기소개]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조금 긴 대답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보세요 자기소개서 특강을 들었다. 국가에서 쉬었음 청년을 위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었고, 강의실에는 나를 포함해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강사가 화면에 질문 목록을 띄웠을 때, 나는 오랜만에 시험지를 받아 든 사람처럼 조금 긴장했다. 지원 직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을 말씀해 주세요.
by
박지영 에디터
2026.07.20
리뷰
도서
[Review]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 죽음의 수용소 이후 [도서]
결국 사람은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 이 책은 어렵다. 하지만 어렵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원래 근원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결코 쉬울 수가 없는 법이니까. 인간은 왜 '굳이' 살아야만 할까? 아프고 힘들면서, 사실 특별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다들 삶을 이어간다.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한다는 말만 의미없이 반복한다.
by
손가인 에디터
2026.07.11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뉴 락을 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 [전시]
돌처럼 보이지만 돌이라 부르기 어려운 물질 뉴락,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돌을 좋아한다. 해안가에서 주워 든 돌도, 조각된 돌도, 돌을 소재로 한 그림도. 왜 좋으냐고 물으면 대답은 언제나 같다. 돌은 나보다 오래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처음 손에 쥔 도구도 돌이었고, 신에게 닿고자 쌓아 올린 것도 돌이었다. 도시를 세울 때 가장 먼저 깎아낸 것 역시 돌이었다. 그러나 돌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다.
by
김민주 에디터
2026.06.18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오늘은 연보라가 곳곳에서 일겠습니다 - 2026 서울시향 조너선 노트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
아직 없는 하루의 기압을 듣는 중 - 2026 서울시향 조너선 노트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 프리뷰
서울시향의 6월 정기공연을 예습한다는 마음으로 리게티의 '론타노'를 재생했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유리 파이프를 통과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때부터 상상하기 시작했다. 6월 18일과 19일, 그날의 소리에는 무슨 색이 자라나 있을까. 내가 아는 서울시향의 색이라면, 오묘한 연하늘과 보랏빛이 섞인 바로 그 색이겠지. 정말로 그 색을 보
by
장유진 에디터
2026.06.1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그렇다면 아주 명랑한 대답을 [도서/문학]
마지막은 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 많은 협곡을 돌아 저 많은 태풍을 뚫고 집에 돌아와 겨우 잠이 든 시인이 이 세계가 멸망의 긴 길을 나설 때 마지막 연설을 인류에게 했으면 했어 인류! 사랑해 울지 마! 하고 따뜻한 이마를 가진 계절을 한 번도 겪은 적 없었던 별처럼 나는 아직도 안개처럼 뜨건하지만 속은 차디찬 발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그냥 말해보는 거야 — 허수경, 「삶이 죽음에게
by
정현승 에디터
2026.06.11
리뷰
도서
[Review] 모든 계절이 아름답진 않다. - 계절의 이유 [도서]
나의 계절들이 반짝거리냐, 반짝거리지 않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요즘 AKMU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에 빠져 있다. 이 곡은 처음 알게 된 건 TV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하단에 나오는 가사를 읽으며 라이브 공연을 시청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나왔고, 그걸 보는 나도 울고 있었다. 가사는 삶에 화창한 날만 있을 수 없고, 슬프고 아픈 날도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주 유려한
by
강득라 에디터
2026.06.07
리뷰
도서
[Review] 시간이 흐른다는 것 - 계절의 이유 [도서]
모든 계절이 아름답게 반짝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계절 변화에 둔감한 사람이다. 공기의 온도가 달라지고 옷장의 구성이 바뀌어야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래서인지 계절보다 시간을 먼저 의식하는 편이다. 이번 주에만도 '벌써 6월이야?'라는 말만 두 번은 한 듯하고, 어느새 지나가 버린 시간 앞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이고은 작가의 도서 <계절의 이유>의 초반부를 읽으며 처음
by
김효주 에디터
2026.06.07
리뷰
영화
[Review] 낯선 땅에서 찾은 해답 -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영화]
여행 같은 출장과 출장 같은 여행
종이 한 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영화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한국으로 출장을 온 '쇼타'와, 일본으로 여행을 간 '대성',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소한 해프닝이었던 뒤바뀐 연애편지와 사직서는 두 사람이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문제를 해결하게 이끄는 트리거이자 타인의 삶에 들어가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놓치고 있던 것들 지나간 선택에 단 한 번도 후회를 남
by
윤경주 에디터
2026.05.20
리뷰
영화
[Review] 여행이 건네는 의외의 답 -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영화]
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타인의 편지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를 쓸 때와 한국어를 쓸 때의 내 모습이 조금 달라진다고 느낀다. 낯선 언어를 입에 담는 순간, 평소의 나를 겹겹이 싸고 있던 방어기제가 걷히고 조금 더 솔직하고 용감한 내가 된다.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행에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시선을 장착하게 되기에, 평소라면 주저했을 일들 앞에서도 기꺼이 용기를 내는 나를 발견한다. 여행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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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 에디터
2026.05.19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나는 왜 도파민이 좋은 사람인가 [사람]
나를 흔드는 것에 쉽게 끌리는 마음에 대하여
요즘 ‘도파민’이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정말 쉽게 사용된다. 흔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고, 요즘에는 짧고 강렬한 자극을 설명하는 말처럼 쓰이기도 한다. 나는 이 도파민이 좋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들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넘겨보는 쇼츠, 게임에서 이겼을 때의 짜릿함,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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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202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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