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월에 만난 책들 -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외 [도서]

문학 잡지와 소설, 에세이와 실용서.
글 입력 2020.10.2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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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2호 (2020,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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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22호 (2020, 민음사)

 

 

커버스토리는 ‘대학 유감’이었다. 대학의 세태에 대한 비판과 소고가 담긴 글들이 초반부에 배치된다. 플래시 픽션은 해당 주제에 대한 실마리와 인상을 전해주는데, 매우 짧은 이야기지만 작가마다 복기, 묘사, 분석 등의 태도로 각기 이야기하는 바가 있어 소설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리뷰에서는 김세영 편집자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책임은 부인해 본다지만, 수치심에는 저항할 수 없다. 수치심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취약성을 외면하지 않고 보듬어주는 일이 살아남은 이들의 책임은 아닐까 하는.

 


신작 소설의 장류진, 한정현 작가의 글은 저마다 의미가 있었다. 장류진 작가의 「도쿄의 마야」는 재치 있으면서도 언뜻 놀라운 의미장을 형성한다.

 

한정현 작가의 「생물학적 제인」은 이태원 기지촌의 목소리와 자리를 바라보고 사회에게 끊임없이 외면당한 자들의 발설을 들으려는 시도이다. 이는 후에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 수록된다.

 

 
살면서 깨달은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 ‘다르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다름은 언제나 설명을 요구받곤 한다는 것도 너무 늦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그들이 원하는 설명이란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강윤정 - 문학책 만드는 법_원고가 작품이 될 때까지, 작가의 곁에서 독자의 눈으로 (2020,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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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 - 문학책 만드는 법_원고가 작품이 될 때까지, 작가의 곁에서 독자의 눈으로 (2020, 유유)

 

 

문학동네 국내문학팀에서 소설과 산문집, 문학동네 시인선을 만들고 있는 강윤정 편집자가 본인의 실제 업무 일지를 기반으로 문학책을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드는지 알아보고 각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업무 비전과 노하우를 전달해 준다.

 

 

작가는 내 뜻을 관철시켜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편집자는 작가의 러닝메이트다. 작가의 이력을 전반적으로 살펴, 그 작가다운 것은 잃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무언가를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국내 문학 편집자의 몫... 편집을 하는 사람이 편집자인 것이 아니라, 편집자가 하는 일이 편집이다.

 

 

 

신형철 - 느낌의 공동체 (2011,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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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 느낌의 공동체 (2011, 문학동네)

 

 

많은 말이 필요할까 싶다.

 

문학과 사회에 대한 곡진한 시선과 그걸 아우르고자 한 ‘느낌의 공동체.’ 함돈균이 이야기 한 것처럼 “공동체는 (…) 불가능한 나눔과 전달될 수 없는 비밀을 온전히 개방하는 자리에서 출현한다.” 느끼는 것에 대한 합리화나 체계화가 이 책이 보여준 의지라고 한다면 그 의지가 말로 되는 게 ‘공동체라는 사건 (블랑쇼)’에 부합하는 것일 테다. 당대의 사건에 반응하는 글들을 보면 그의 윤리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비관주의와 냉소주의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지극히 퇴행적이라는 데에 있다. 그것은 현존하는 질서를 방기할 뿐 아니라 본의 아니게 육성한다. 하위 계급의 자기 파괴 현상은 계급 질서의 결과일 텐데 거꾸로 그것의 원인으로 간주돼 시스템을 합리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피 끓는 영웅들의 활극이 아니라 피맺힌 윤리학적 상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신형철의 글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문체가 형성되는 걸 글을 따라 읽으며 확인 할 수 있다. 어떤 글들은 김민정 시인의 호쾌한 문장과 비슷하게 읽혔다. 문학을 이렇게 뜨거우면서 차갑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 궤적은 한참 전부터 이어져 온 것임을 여실히 느꼈다.

 

 
나는 나보다 더 똑똑하고 성실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은 그냥 존경해버리고 말지만, 나보다 더 문학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기가 불편하다.
 
 

 

 

레이먼드 카버 - 대성당 (2014,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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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 대성당 (2014, 문학동네)

 

 

뿌연 시야에 명확한 플롯이 주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들. 세계문학전집을 읽으며 이렇게 현대와의 괴리도 적고 마음에 닿은 것은 드물다. 카버는 화자의 위치나 성정에 따라 문체를 달리한다.

 

어떨 때는 미용사(굴레), 아내의 시각장애인 친구를 맞이해야 하는 남자(대성당)... 기본적으로 간결한 묘사와 진술이지만 여기에 주요 화자의 시선이 반영되어 일관되지만 풍성한 느낌을 준다.

 

「기차」에서 후반부 시점 이동-미스 덴트에서 기차 안의 승객들-은 유려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장면을 다각도로 포착하는 영화적 시선의 역할과도 같다. 또 카버의 소설에서 눈에 띄는 점은 특별한 비유다. 우리의 경험을 낯설지만 참신한 언어 사용으로 새로이 감각하게 만든다.

 

 
마치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온몸이 투명해진 사람들처럼.
 


어떤 묘사들은 직관에 몸을 맡긴 날카로운 통찰이 함께한다.

 

 
그 지나침은 (…) 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두 부부가 짧게 그를 향해 몸을 돌리는 걸 그는 바라봤다. 그런 다음 그는 팔을 내리고 아이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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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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