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생을 목표로 하는 책 문화가 바로잡히길 바라며 - 출판저널 519호 [도서]

모두의 이상향이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리뷰
글 입력 2020.10.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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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책의 물성을 좋아한다.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 몇 번을 맡아도 낯선 종이 냄새, 틀에 찍어낸 듯 정갈한 문단의 모양까지. 종잇장을 스칠 때 느껴지는 촉감이 좋아서 책장을 한 장 넘기면 바로 다음 장을 손에 끼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이유로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종이책은 디지털 시대에 존재하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산물이 아닐까. 그리고 영영 사라지지 않고 그 물성을 가진 책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후세들에게도 종이책의 촉감과 냄새가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종종 종이책이 사라질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러나 <출판저널>의 시각은 다르다. 519호의 문을 여는 <출판저널> 정윤희 대표의 칼럼은 지난 7월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속에 부재한 출판학의 현 위치를 꼬집는다.

 

그는 '종이책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출판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뉴미디어 산업으로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며, '출판산업을 지탱해 줄 출판학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고 이를 대학의 학과로 존립 및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출판산업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본다.'고 말한다. 종이책을 대체할 수단으로 e-book, 오디오북 등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출판학을 기반으로 하여 다분화된 산업으로 뻗어나가야 하며, 뉴미디어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현재야말로 출판학의 근간을 다질 적시라는 것이다.

 

출판학의 화두를 던진 이 칼럼을 시작으로 출판저널 519호는 책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토픽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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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야말로 제일 가까이에서 출판산업의 근황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나도 우리 동네에 있는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는데 가만 살펴보면 도서관 게시판에 문화 행사도 진행하고 있고,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작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곳만이 아닌, 책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출판저널>에 실린 두 도서관도 그렇다.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지어진 오스카 니마이어도서관은 모든 건물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존 도서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이 도서관은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분명하며 다양한 색깔과 용도에 맞는 인테리어 덕분에 2016년에 인테리어 스페이스 북스 위클리 상을 수상하였으며, '타인의 취향'이라는 축제로 진행하는 르 아브르 시의 대대적인 문학, 문화 축제를 도서관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천안시에서 제일 먼저 세워진 천안시중앙도서관의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천안 시민으로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토픽이었다. 천안시중앙도서관은 코로나 19의 대응책으로 인터넷으로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직원들이 소독 후 종이가방에 담아 문 앞에서 전달하는 '도서 대출 예약 서비스'를 진행하였으며, 무인반납기 24시 운영, 전자책 구매 확대 및 비대면 회원가입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지역사회 발전의 근간이 되는 공공시설의 발전, 그것도 시민의 지적 능력 탐구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도서관의 기능이 계속해서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토픽은 출판저널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20회 - 도서정가제 개선 방안>이었다.  해당 좌담은 2014년 11월 21일부터 적용되어 3년마다 이를 평가해 현행 유지, 개선 보완해야 하는 현행 도서정가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 출판업계의 다양한 입장을 이해하고 현재 적용된 도서정가제에 대해 비판하고 개선할 방안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서정가제가 우리에게 들어온 역사와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꼬집고, 출판업계와 소비자의 권리까지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갖고 이 좌담을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입장에 속한 좌담 대표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천천히 살펴보며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출판저널>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출판계의 현황을 알려준다. 활자와 종이 내음을 타고 전달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인간성이 짙은 잡지라고 생각한다. 뼈있는 비판으로 현재의 출판학과 책 문화의 동결된 움직임에 대해 꼬집으면서도, 지금까지 519권을 발행했다는 사실만 갖고도 출판업에 대해 얼마나 깊은 애정이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됐다.

 

나는 이 저널을 읽으면서 종이책이 나의 일상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으며, 대한민국의 청년이자 책을 애호하는 사람으로서 책문화생태계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해 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출판저널>을 읽는 개인들에게 당신의 일상에 존재하고 있는 종이책의 의미는 어떤지, 계속해서 변화하는 책문화생태계에서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출판저널>에서 다루는 문제들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길 바란다. 그게 문화예술에서 말하는 진정한 소통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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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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