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이키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문화 전반]

나이키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말하고 있다.
글 입력 2020.10.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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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기획서'라고 들어본 적 있어?


 

문화마케팅 연합 스터디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할 때였다. 당시 나와 다른 운영진 친구들은 한 분기의 핵심이 될 스터디를 구상 중이었다. 문화 콘텐츠 쪽을 복수전공이었나 연계전공으로 하던 친구가 ‘역기획서’라는 것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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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범발제 자료의 표지

 

 

완성된 게임이 존재할 때, 그 게임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역으로 생각해보며 기획 의도를 살펴보며 작성하는 기획서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를 광고에 접목시켰다. 한 브랜드를 선정해 아주 오래된 광고와 현재의 광고를 비교해보자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광고를 비교할 수 있게끔 아직까지 살아있는 브랜드, 메시지가 뚜렷한 광고 등의 조건을 찾다가 발견한 것은 나이키nike였다.

 

 

 

1988년,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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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할아버지가 달리고 있는 모습. 이 광고를 통해 나이키는 고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나이를 초월한 열정과도전 정신과 함께 마지막에 나타나는 슬로건 just do it은 더 강력하게 와닿는다.

 

 

(1) 1988년 미국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은 어땠을까?

 

아메리카에 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품었던 아메리칸 드림이 끝나고, 70년대에 경제적 불황이 시작된 시기였다. 1973년, 1978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 1975년엔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 서독과 일본의 침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제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진다. *스태그플레이션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와중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

 

“1970년대 말부터 미국 경제는 중대한 변혁기에 접어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25년간 미국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었던 이념이 붕괴됐고 이념의 재구성 작업은 1980년대 말에 가서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경제의 성장 엔진이 멈춤에 따라, 동시에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날이 발전하던 생활수준이 정체됨에 따라 미국인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1970년대 말 가장 개인주의적인 운동인 달리기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조깅은 단순히 주법 운동이 아니었다. 혼란한 양상을 빚었던 새로운 자유경제는 미국인들에게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했다. 소위 ‘극렬 개인주의(Rugged Individualism. 욕구 충족의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이 다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번 극렬 개인주의의 목표는 서부 개척지, 즉 프런티어에서의 삶이 아니었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이라는 사상 초유의 도전에 맞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사람들의 선언이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정신과 신체 모두를 강인함과 엄격함으로 무장해야만 했다.” 출처 옥스퍼드대 로레알 마케팅학과 교수, 더글라스홀트, <컬트가 되라> 중

 

그러니까 그 때 그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력해야 하고, 성실해야 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2) 이런 흐름 외에도 스포츠 브랜드의 시장 상황을 한 번 짚어볼까 한다.

 

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조깅을 선보이며 생활 체육 문화를 알렸다고 한다. 운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당시 강력한 경쟁자인 리복이 에어로빅 시장을 개척하며 더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맞선 것이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이다. (참고 네이버블로그 디자인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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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성인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다양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한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장면은 모두에게 자극제가 되지 않았을까. 나만 해도 가볍게 뛰러 나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영상이었는데. 나이키의 운동화를 누구나 쉽게 신을 수 있게 한 광고라고할 수 있겠다.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Just do it을 시작으로 이후 나이키는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줄곧 던지고 있다.

 

 

 

2017년, Time is prec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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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를 알게 되고 한참 동안이나 극찬하고 다녔다. 이 접근법 너무 신선하지 않냐며, 이렇게 바라봐야 하는 시대를 직면하고 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 바로 time is precious.

 

검정색 화면에 짧은 문장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 문장들은 모두 내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행위들을 지칭한다. 당신이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Are we running today? 오늘 같이 뛰러 나가자.

 

 

대리경험의 신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이 등장하며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가 보편화되었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는 손에 쥐고 있는 세상이다. SNS, 웹툰 등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것만 해도 수두룩하다. 사람들은 운동을 하기는커녕 손 안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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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와 운영진 친구들이 집중한 것은 대리 경험이다. 스마트폰 세상에서 누군가가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이미 경험을 다 한 듯한 만족감을 느끼는 것. 그래서 더욱 스크린에 중독되는 악순환. 다시 말해, 대리 경험의 신화에 빠진 사람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키는 당신이 지금 스크린을 통해 소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당신의 경험이 아니라고 일깨운다. 아주 찬물 세례를 받는 느낌이다. 정신이 확 깬다.

 

나이키는 사람들이 운동하지 않는 것을 문제 상황으로 보았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경쟁자를 스마트폰으로 본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돌았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운동화를 사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닌텐도가 아닌 스마트폰이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에 빠져 운동을 하지 않고, 더 나아가 나이키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

 

 

 

결론, 역기획서라는 접근 방식 흥미롭네요.



두 광고는 운동을 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어떤 상황을 보여주며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다르다. 당시의 사회경제문화적 맥락을 살펴보고 광고를 다시 한 번 보면 보이는 게 조금 다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나이키는 우리가 정말 운동 좀 했으면 하나보다. ^^

 

기십 년 동안 나이키의 슬로건으로 쓰인 Just do it과 비교 사례로 보기엔 근시안적일 수도 있으나 우리는 나이키가 스마트폰을 적으로 삼는 시대에 머물렀다는 게,어쩌면 여전히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도 아니고, 스마트폰이란 말이다! 하,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쳐…

 

짧게 덧붙이자면 애플의 '당신의 다음 노트북은 노트북이 아니다'라는 아이패드의 광고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우리는 이 스터디에 참가할 회원들에게 맥도날드, 애플, 바비, 샤넬 향수를 미션 브랜드로 제시했다. 예전의 광고와 오늘날의 광고를 비교하며 달라진 사회 상황을 분석하는 이 방식에 흥미가 있다면, 이 브랜드의 광고를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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