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성장기 - 도서 '조의 아이들'

글 입력 2020.10.05 13: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조의 아이들_표1.jpg

 

 

 

드디어 완성된 <작은 아씨들> 시리즈


 

지난 9월, <작은 아씨들>의 완결판이자 3, 4부 합본인 <조의 아이들>이 출간되었다. <작은 아씨들>을 꽤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작은 아씨들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본다니, 왠지 모르게 시원섭섭한 마음이 교차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려니 전작의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 걸 깨달았다. 따라서 2020년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보고 나서 읽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책에 쓰인 내용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면서도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해주었다. 나처럼 전작에 대한 기억이 온전하지 않거나, 1,000쪽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책을 읽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영화로 접하길 추천한다.


131.jpg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이자 미국 아동문학과 여성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인 <작은 아씨들>. 이는 1868년에 출간된 이후 전 세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등장한 네 자매 중 둘째인 ‘조’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실제로도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작가라는 꿈을 이뤘다. 그러나 그녀는 ‘조’와 달리 비혼주의자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당대(1850년대)에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위치가 낮았기에 ‘결혼’이 필수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여성 참정권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여성 권리 향상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처럼 여성 권익에 관한 관심은 그녀의 작품 전체에도 녹아들어 있다.

 

바로 그 후속작인 <조의 아이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부에서는 조가 남편인 바에르 교수와 세운 학교 플럼필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4부에서는 그곳에서 자란 소년 소녀들이 각자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픈 손가락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조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댄. 떠돌이 생활을 하며 불량배 행세를 해왔던 그는 냇 덕분에 플럼필드에 들어오게 된다. (떠돌이 악사였던 냇에게 잘해주었기 때문에 냇이 조에게 부탁한다. ) 플럼필드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며 살아가던 아이들은 자유롭게 날뛰는 야생마처럼 행동하는 그를 동경하게 된다. 다시 말해 그가 보이는 불량스러운 행동과 거친 언행을 꽤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유혹(일탈)에 몇몇 아이들은 속절없이 끌려가 사고를 치기도 한다.

 

이에 바에르 교수는 댄에게 여러 번이나 경고한다. 또 사고를 칠 시에는 내쫓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반항한다. 화재 사건까지 발생하는 둥 문제가 커지자 그는 플럼필드에서 쫓겨나고 만다. 모두가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조는 달랐다.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믿는 조의 기대에 보답하듯 그는 다시 그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에 조는 바에르 교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속마음은 비슷했어요. 물론 겉으로 그렇게 내보이지는 않았지만요. 난 그 애가 어떻게 느끼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어요. 어떻게 해야 바르게 이끌고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짐작이 가고, 그 아이가 받은 유혹과 이제까지 겪은 실패에도 공감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뻐요. 이런 공통점 덕분에 댄을 도울 수 있으니까요. 이 거친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제 생애 최고의 일이 될 거예요."

 

-p.234

 

 

바르게 키워온 아이들이 댄으로 인해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봤음에도 조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그 아이를 바꿀 수 있어요!“ 라고 말이다. 그를 문제아라 낙인찍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학생이니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여기서 진정한 교사가 가져야 할 자세가 드러난다. 어떤 학생이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더 나아가 그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그렇게 바에르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합세해 댄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다. 그들의 노력 덕분일까? 그는 모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후에 친구를 도우려다 살인을 저지르게 되며 감옥에 갇히는 시련을 겪게 겪지만, 그때 역시 조의 도움을 통해 다시 일어서게 된다.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편에 서며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조 그리고 플럼필드 사람들 덕분에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열심히 달려나간다.

 

댄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사람들(교사, 친구)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플럼필드의 아이 중 가장 많이 변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 정반대의 모습이 되었다. 그만큼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나날들을 겪었기 때문일까? 가장 마음이 쓰였던 아이이다. 그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으면 걱정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조 역시 그를 계속 챙겼던 걸까? 모든 아이를 자신의 딸, 아들로 여긴 조이지만, 유난히 댄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그 이유는 그가 그녀의 아픈 손가락이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동일 선상에 놓인 남과 여


 

 

"세 여성 모두 그 아이를 위해 많은 걸 했어. 그래서 난 이곳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남자아이들만 여자아이들의 도움을 받는 건 아니야. 장담하는데, 서로가 마찬가지야. (중략) 아! 남성과 여성이 우리 아이들처럼 서로 믿고 이해하고 도와준다면 세상은 정말 멋진 곳이 될 거야!"

 

-p.521–522

 

  

개개인의 장점은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 서로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니 성에 상관없이 서로 믿고, 이해하고, 도와주면 더 멋진 세상이 된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이 당연한 논리를 대화에 집어넣음으로써 그 당시 현실의 부조리함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을 동일 선상에 놓는다. 가부장적인 남성이란 존재하지 않고, 희생적인 여성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로의 성에 대해 무시, 경멸, 비난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남성은 여성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며 장난스레 농담을 던질 뿐이다. ) 오히려 여성의 가치에 대해서 높게 평가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이렇게나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증명한다.

 

 

 

플럼필드의 가르침


 

 

"그렇게 큰 욕심은 없어요, 아버지. 전 그냥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맞서 싸울 때 느낄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간단한 것들을 배울 집을 주고 싶은 거죠. 정직, 용기, 근면, 그리고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 대한 신뢰, 마지막으로 신에 대한 믿음. 제가 가르치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

 

"그게 전부란다. 아이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고, 남자와 여자로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보내는 거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너희들의 노력, 내 사위와 딸의 노력을 기억하고 축복할 거야."

 

-p.522-523

 

  

플럼필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 아니다. 조가 말했듯이 ”정직, 용기, 그리고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 대한 신뢰, 마지막으로 신에 대한 믿음“이다. 작가의 실제 아버지 브런슨 올컷이 주장한 삶의 철학이 바로 이 학교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브런슨 올컷은 평생 교육에 투신한 이상주의자이자 초월주의자였다고 한다.

 

학교에서 이러한 것들을 배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여러 과정을 겪으며 이와 비슷한 것들을 학습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플럼필드는 방침 자체가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꼭 배워야 할 것들, 어쩌면 누군가는 평생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이 귀한 것들을 말이다.

 

바에르 부부는 학생들과 가장 가깝게 닿아있으면서 나아갈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아이들의 행동에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며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도와준다. 그리고 끊임없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건넨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아이들은 사회로 나가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제 갈 길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배운 모든 것들(말, 가치, 지식)을 다시 떠올리며 인생에 적용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성공적인 삶’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나간다. 그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통해 또 하나의 가치를 배우면서 말이다. 그러니 부부의 교육 방침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

 

 

"모두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최선의 삶을 살았다. 이제 음악을 멈추고 조명을 끄면서, 마치 가족 이야기의 막을 영원히 내리기로 하자.“

 

 

이로써 마치 가족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우정과 사랑, 아이들의 행동, 어른들의 교육 방식, 수많은 선택과 결정, 그리고 이로 인해 찾아온 결과 등을 통해서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삶이 참으로 빛났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다른 성격, 행동, 가치관이란 씨앗들을 가지고 아주 어여쁜 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조의 아이들>을 읽기 전, 참고해두면 좋을 점이 있다. 이 책은 비유가 정말로 많이 사용되었다. 고전 문학의 특징이라 그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옆에 작게 설명이 쓰여있긴 하지만,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들을 모른다면 한 번씩 검색하고 보길 추천한다. 이 이야기가 더욱 재밌게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바로 건너뛰었다.)

 

이 책에 대해 평해보자면 ‘참으로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오진 않아도,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된다. 교훈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밝고 선한 이야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성들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들에게 못할 것이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의 일이지만, 이 모든 일을 여성이 주체해서 이뤄냈다는 점에 주목하자.

 

<작은 아씨들> 시리즈에서 조, 메그, 에이미, 베스, 데이지, 낸, 조시 등 능동적이고 독립적이었던 수많은 여성이 개척한 삶처럼 현대의 여성들도 그와 같이 찬란한 삶을 살길 바라며 마친다.

 

 


 


조의 아이들

작은 아씨들 3, 4부 완역판
 

지은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 김재용, 오수원

출판사 : 윌북

분야
해외 문학

규격
124*178*60mm

쪽 수 : 1032쪽

발행일
2020년 09월 10일

정가 : 17,500원

ISBN
979-11-5581-299-0 (04840)

 

 

에디터.jpg

 


[최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