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순히 철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르나요? [사람]

술집 1943 진주점 사건의 가해자가 작성한 사과문은 틀렸다
글 입력 2020.10.04 10: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철이 없다고 성범죄 가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술집 1943 진주점, 정확히는 대표와 직원들과의 대화가 사회에 알려졌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방에서 매장을 찾은 여성 손님 등을 성희롱했다. 그들은 매장 내부에 있는 여성 사진을 도촬, 공유하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스러운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진주점 대표는 사과문으로 추정되는 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사과문 올바른 사과문이 아니다. 아래는 진주 1943 대표의 사과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1943 진주점 대표입니다.

앞선 사과문은 제가 너무 놀라고 겁이 난 나머지 급하게 적다 보니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하여 지우게 됐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단톡방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제대로 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셨을 분들께 정말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피해를 당하신 분들께 사죄와 보상을 할 것이며 경찰 수사에 책임지고 응할 것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어린 나이에 장사를 시작하다 보니 철이 너무 없었으며 저의 안일한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 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단톡방에서 서슴없이 여성분들을 언급하며 욕설과 함께 음담패설까지 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직원들은 모두 잘렸으며, 저 또한 가게를 그만두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본사에 지침에 따라 가맹 취소가 된 상황입니다. 더는 다른 가맹점의 피해는 없기를 바랍니다. 피해를 입은 본사 관계자분들과 다른 가맹점주분들께도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부터 저는 모든 법적 책임도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평생 사죄하며 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께 정말 사죄드립니다.

 

 

 

제대로 된 사과문이 아니다


 

사과문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나는 누구인가,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왜 저질렀는가, 그래서 누구에게 손해를 끼쳤는가, 피해자의 현재를 상태 확인했는가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연락이 가능한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언론보다 우선으로 했는지),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이다.

 

반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은 변명, 피해자에게 가하는 원망, 거짓말 및 숨기기 혹은 본의 아니게, 그럴 뜻은 없었지 만과 같은 말들이다. 이를 참고하여 대표(가해자)의 글을 읽으면 얼마나 부실하고 성의 없는 사과문인지 알 수 있다.

 

우선, 제대로 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으면 그것은 언론이 아닌 피해자에게 해야 한다. 하지만 사과문에 그러한 내용은 없으며 언론의 두려움에서 한시름 벗어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인(가해자)의 잘못을 객관적 있게 명시하지 않았다. 육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이 모두 안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무엇들은 ‘파렴치한 짓’으로 기재했다.

 

더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쾌감”에서 가해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받는 영향이 기껏 ‘불쾌감’ 정도로 끝나는 줄 착각 한다. 불쾌감이란 못마땅하여 기분이 좋지 않은 느낌이라는 뜻인데, 도촬, 성희롱은 단순히 '기분'으로만 귀결되는 가벼운 장난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장사를 시작하다 보니 철이 없어-


 

우선 어린 나이에 장사(일)하는 사람이라고 다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며, 이것이 사건과 무슨 상관인가? 사과문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가장 주된 것이 핑계이다.

 

요즘 “철이 없다”라는 말은 단순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상황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혹은 나이가 들어 사리분별이 가능한 상태인데 상식적인 개념이 없을 때 흔히 방어책으로 활용된다. 이 가해자뿐 아니라 다른 가해자들의 사과문 상태도 다르지 않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명백히 짚어가며 민낯으로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것이 사과의 주된 목적이 아닐까. 요즘 업로드가 되는 글들은 이를 회피하고 있다. 자칫 이런 핑계 문은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의 질책과 반감을 살 수 있다. 다른 방면으로는 가해자의 불필요한 정보들까지 들으며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범죄를 저질렀다면 확실한 사과를 하고 사죄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도리어 가해자들을 위한 회피의 창구가 되면 안 된다.

 

 

 

에디터 명함.jpg

 

 

[문소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