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일상은 시로 가득 차 있다 - 패터슨 [영화]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영화 '패터슨' 리뷰
글 입력 2020.09.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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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일상의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하고 변화를 감지하는 사람이다.

 

위와 같은 점에서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의 직업이 버스기사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그의 버스는 매일 같은 구간, 같은 장소를 지나다닌다. 패터슨은 운전을 하고 길을 걸으며 단조롭고 반복적으로 흘러가는 일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시로 쓴다.

 

또한 영화의 구성 또한 매우 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어는 바뀌지만 같은 운을 맞춰 리듬을 만들어내는 시처럼, 패터슨의 버스는 같은 장소를 돌지만 매번 다른 승객을 태우면서 그의 일상은 리듬으로, 예술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을 지나 다시 월요일로 시작하는 영화의 구성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패터슨>은 이렇게 일상을 가득 채운 예술이란 마법, 그리고 그 순간을 발견하는 이들 모두가 시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한 메시지를 영화에서는 두 개의 이미지로 드러내는데, 하나는 바로 대칭의 이미지다.


가령 월요일 아침, 쌍둥이 꿈을 꾸었다는 아내의 말 이후 패터슨은 버스 안에서, 길 위에서, 혹은 우연히 만난 소녀 시인을 통해서 쌍둥이들을 계속 보게 된다. 그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쌍둥이들의 존재를 일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눈이 인지하게 되었다는 동시에, 쌍둥이라는 대칼코마니적인 대칭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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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아마추어 예술가인 아내와 패터슨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과 저녁에 일을 마치고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의 구도가 대칭으로 촬영되었으며 패터슨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이란 이름도 대칭을 이룬다. 이는 마치, 일상을 한가운데에 두고 예술이란 존재와 대칭으로 마주 보는 패터슨의 모습 같기도 하다.


다른 하나의 이미지는 순환적 이미지다. 영화 곳곳에는 아마추어 예술가인 아내가 만든 물방울 모양의 컵케이크와 실내 장식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물방울이 가진 동그란 원형의 이미지가 곧 처음과 끝을 도는 순환을 상징한다. 이는 일상이라는 작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폭포를 이루는 순환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그려낸다.

 

역시나 폭포 자체가 똑같은 물줄기로 순환적인 반복을 이루는 자연 경관이다. 길에서 만난 소녀가 쓴 시의 한 구절, water falls(물이 떨어진다)에서 폭포(waterfall)가 한 번 더 등장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영화가 한 남자의 따분한 일상만 보여주는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그의 일상, 곧 우리의 일상에 미세하게 일어나는 시적인 순간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시인의 눈을 장착하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예술과 예술가들로 가득 차 있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패터슨이 만나게 된 시인, 래퍼, 가수, 배우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를 하나로 꼽자면 이 한마디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하!" 이는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하는 공통의 언어이며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이 깨달아진 시적인 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하!” 그것은 여태껏 써온 노트가 갈기갈기 찢어졌을지라도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처럼 시는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시인의 깨달음이다.

 

“아-하!” 또 그것은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예술의 순간을 포착해 낸 마법 같은 단어다. “아-하!” 마지막으로 그것은, 시로 가득 찬 우리의 인생이 이 얼마나 찬란한 일상으로 모여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감탄과 찬미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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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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