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웹툰의 위상은 지금과 달랐다. 웹툰을 연재하는 대형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특정 계층이 즐기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장르 역시 다양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2020년. 지금이야 말로 웹툰의 시대다. 대형 플랫폼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긴 해도, 2013년 레진코믹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도처에 다양한 웹툰 플랫폼이 등장했고 여러 기업들까지도 온라인 콘텐츠의 핵심으로 웹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서브 컬처 영역에 머무르던 마이너한 장르까지 대중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올라와 말 그대로 취향의 바다를 이루었다.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다면 원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세상.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 속,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나서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그래서인지 여러 콘텐츠를 주제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큐레이팅의 힘이 중요해졌다.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를 글로 읽어낸다니 아이러니하지만 문자로 마주한 웹툰에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이야기의 농밀함이 짙어지는 것이다. 작품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또한 기존에 접했던 작품에 대한 글이라면 자신의 시각과 다른 해석을 통해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기도록 만든다.

 

 

 

 

 

만화로 세상을 읽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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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만화계가 만화 비평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2018년 창간한 <지금, 만화>. 잡지는 이제 6호를 맞이했다. 6호의 주제는 재난 + 만화. 한 해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재난과 만화를 설명하는 기획으로 꾸려졌다.

 

커버스토리에서 재난 만화의 정의와 그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이슈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로 인해 웹툰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고 대형 플랫폼의 현재를 짚어본다. 아울러 네이버 웹툰 연재작 <데드 라이프>의 후렛샤 작가와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의 인터뷰가 수록돼 주제를 심화한다.

 

특히 전문적인 비평에 집중한 크리틱 섹션에서는 <야후>, <하이브>, <심연의 하늘> 등의 재난 만화를 읽으며 위기 속 인간의 모습에 집중해본다. 이 외에도 삶이 힘들 때 읽고 싶은 만화를 선별해 소개해주거나 만화와 영화를 비교한 콘텐츠, 만화 속 명대사와 명장면을 곱씹는 섹션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네이버만 해도 로맨스물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작품을 보고 있기에 글을 읽는 시간 자체가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만화를 더욱 깊게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잡지이기 때문인지 정가도 3000원. 어이없을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