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 예능, 착한 예능 [TV/예능]

착한 예능에 대한 내 생각
글 입력 2020.09.1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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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빠져서 보고 있는 예능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는 <맛남의 광장>이고, 두 번째로는 <신박한 정리>이다. 그 외에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나 최근 종영한 <바퀴 달린 집>, <텔레그나> 등이 있다. 프로그램이 편성된 방송사도 다르고, 시간대도 다른데,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착한 예능’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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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예능의 탄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착한 예능이란 뭘까. 사람들 간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내게 착한 예능이란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하지만 그 안의 맛이 깊게 우려나 있는 순한 맛을 가진 예능이다. 쉽게 생각해보자면, 예능을 보고 힐링이나 위안을 얻고, 또 우리 사회의 이야기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예전의 예능은 그야말로 ‘웃기면 그만’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폭력성이 짙었다.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외모 비하, 높은 언어 폭력성 등 흔히 말하는 ‘자극적인 유튜버’ 영상이라 말해도 무관할 듯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도 재미있게 즐겼고 심지어는 등교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예능에서 봤던 높은 수준의 벌칙을 따라 하기까지 했다. 그땐 모두가 그랬다.
 
그런 예능이 요즘은 바뀌었다. 자극적인 웃음을 추구하기보다는, 잔잔한 힐링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딱딱하기로 소문난 주제들을 한 번씩 다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했던 시청자들도 오히려 이제는 순한 맛 예능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렇다면, 예능이 이렇게 변화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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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대중 매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대중 매체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이용하는 미디어다. 즉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시청하는 매체이다. 그래서 특히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층은 예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전의 내가 학교에서 예능 프로를 따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예능에서 자극적인 언어 사용이 반복될수록, 현실에서도 강도 센 언어 사용의 빈도가 높아졌다. 악순환이었다. 그래서 ‘프로 불편러’들의 출연은 어쩔 수 없는, 예기된 등장일 수밖에 없다. 예능이 사회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예능이 받아 계속 수위를 높혀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능은 제재를 많이 받았고, 사회의 변화와 함께 착한 예능의 시대를 펼치게 되었다.
 
 
 
착한 예능 전성시대

 

사실 예전에도 요즘 시대의 ‘착한 예능’은 존재했다. <느낌표>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나 <심장이 뛴다> 등은 시청자들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책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느낌표에 나온 책이 발간될 때면 느낌표의 마크를 달고 나왔다. 심장의 뛴다 역시 소방차나 구급차가 지나갈 때 길을 터주는 ‘모세의 기적’ 캠페인을 했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면 늘 실시간 검색어를 달구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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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것처럼 예능의 다변화는 계속 있었다. 예능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는 프로의 형태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점은 슴슴한 맛을 내는 ‘착한 예능’이 현재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예전의 자극적인 예능을 소비하던 시청자들이 180도 달라진 듯하다.
 
나는 그 이유로 예능의 장르적 특성이 큰 힘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예능에서는 힐링, 역사, 정치, 경제, 인문학 등 그 어느 분야를 다루든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마도 예능의 본질은 재미라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한 제작자의 고군분투가 담겨있는 것 같다. 물론, 몇몇의 예능은 시사 교양 프로에 버금갈 만큼 무겁게 주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말이다.
 
혹자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겉핥기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능은 사회에 화두를 던져줄 뿐이다.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한 공론장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해당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같은 주제를 시사 교양 프로와 예능 프로가 함께 다룬다고 가정을 했을 때, 파급력 측면에서는 보통 예능 프로가 더 크다. 그만큼 예능에서의 노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주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사례로 그 힘을 알 수 있다.
 
지난주 유 퀴즈에서는 구름빵을 그린 백희나 작가가 출연했다. 백 작가는 유 퀴즈에서 저작권 소송을 얘기했고, 현행법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창작자의 이야기를 했다. 짐짓 들었을 때는 무거운 주제라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유 퀴즈에서는 꽤 편하게 백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백 작가는 실시간 검색어의 상위 순위를 차지했고, 구름빵도 그 뒤를 이었다. 그들의 순위는 유 퀴즈가 끝난 다음 날 오후까지 이어졌다. 예능을 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실시간 검색어로 저작권과 관련된 이야기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능에서 한 번 얘기했을 뿐인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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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착한 예능은 줄곧 이어질 듯해 보인다. 때로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조명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을 위한 힐링 콘텐츠를 만들기도 할 것이다. 각기 다른 형태이지만, 모두 다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능의 힘은 세다. 가장 손쉽게, 그리고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도 예능이 계속 ‘착함’을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편안한 대중문화라는 입지를 단단하게 굳힌 예능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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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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