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벌거벗은 젊은이들이 뛰노는 사진은 청춘을 보여준다 - 라이언 맥긴리 [사람]

청춘이라는 말로 설명해도 괜찮을까?
글 입력 2020.09.1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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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놓친 전시가 아쉬워서 쓰는 글입니다.


  

코로나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전시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말하자면 꾸준히 전시회를 찾는 사람이었다. 퓰리처상 사진전이 한다 그러면 예술의전당으로, 대림미술관의 새 전시가 열렸다하면 서촌으로. 그런 내가 놓친 전시가 하나 있다. 그거 하나 놓친 게 천추의 한이 되어 글까지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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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2013년 말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라이언 맥긴리의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이다. 라이언 맥긴리의 유명한 사진 몇 점과 함께 소개글을 봤다. 전시 포스터를 봤었나. 수능이 막 끝났을 참이라 구경가기에 딱 좋았는데, 신분증까지 지참해야 한다, 미술관이 조금 멀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에 전시가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그러나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은 깊은 인상을 남겨 살다가 한 번쯤 생각나곤 했다. 불시에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이 동동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험을 몇 번 반복하고서야 나는 인정했다. 그 전시를 갔어야 했구나.

 

 

 

라이언 맥긴리하면 필름카메라, 빛 그리고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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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1977. 10. 17 출생

파슨스 디자인스쿨 그래픽 디자인 전공

사진출처 GQ. 정적인 사진말고 역동적이고 장난스러운 사진을 찾다가 발견.

 

 

라이언 맥긴리는 자동필름카메라인 야시카 T4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 색감은 역시 필름카메라라서 가능한거구나 납득하고 긴 고민 끝에 나또한 야시카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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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가 시세로 40만원 선인 카메라로 비싼 축에 드는데 라이언 맥긴리가 사용한다는 소식에 온 세계의 젊은이들이 달려들어 시세가 많이 오른 결과라고. 2015년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그는 디지털 카메라로 갈아탔다고 한다. 심지어 디지털로 바꾼 이후 가능성이 더욱 넓어졌다고 대답한다. 많은 젊은이들을 카메라에 거금을 쓰게 한 장본인이 한 말이라니. 배신감이 든다.

 

  
2010년에 디지털로 바꾼 이후 더욱 가능성이 넓어졌어요. 더 많이 촬영할 수 있고 찍은 사진을 바로 볼 수 있으니까 거기서 생각을 바꿀 수도 있죠. 카메라는 니콘 D800하고 캐논EOS 5D를 사용하고 있어요. 필름은 훌륭하죠. 완성된 것은 완벽하고 거의 아무것도 안해도 좋은 상태예요. 디지털은 찍은 단계에서는 그다지 좋진 않아요. 아티스트로서 또는 포토그래퍼로서 기술적인 면에서 말하자면 하이라이트를 낮추고 섀도우를 높이고 콘트라스트를 높이고 따뜻함이나 차가움을 더하거나 입자를 더하는 등 많은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돼요. 물론 촬영 후에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으니 필름이 더 좋겠지만 돈이 드는데 왜 젊은 사진가가 필름으로 찍고 싶어 하는 지 모르겠어요. 디지털로 촬영하고 시간을 들여 조정하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출처 윌북, 라이언 맥긴리와의 10문 10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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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맥긴리 비하인드 컷, 출처 윌북

 

 

매직아워인 일출, 일몰 2시간 전에 촬영한다고. 그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색감은 해가 나타나기 전과 사라지기 전의 그 빛이 반영된 것이다. 마법같은 시간. 이름 하나는 잘 지어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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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시회에 가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신분증. 성인임을 증명해야 그의 전시에 비로소 발을 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사진의 피사체는 주로 누드이기 때문. 왜 피사체로 누드를 다루냐는 질문을 그의 인터뷰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대답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핵심은 비슷했다. 누드가 시선을 사로잡지 않나요?

 

 

피사체가 누드라는 게 중요한가요?

제일 흥미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학교가 끝나면 어머니를 따라 데생 교실에 가서 누드 데생을 몇 시간쯤 했었어요,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무렵 친하게 지내던 커플을 촬영하고 처음으로 제가 누드 사진을 봤을 때 이거야 말로 내가 찍고 싶어 하는 피사체라는 걸 깨달았죠. 어딘가 반사회적인 느낌과 로맨틱하면서 아름다운... 어렸을 때 미술관에서 본 그림을 떠올렸어요, 피카소의 그림이나 낭만주의 회화에 매료됐던 제가 사진을 이용해서 그 세계를 만들어낸 거죠. 모델이 옷을 벗고, 제가 온신경을 집중시켜 셔터를 누르고 서로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아름다운 사진을 찍는 작업은 앞으로도 절대 질리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2015.04. 일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출처 윌북)

 

사진 속의 인물 대부분이 누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누군가가 눈 앞에 홀딱 벗고 있다고 상상해봐라. 신경이 온통 그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겠나? (웃음) 살결의 느낌, 빛이 몸 위에서 부서지는 방식을 사랑한다. 사실 이제 난, 누가 벌거벗기 전에는 카메라를 집지도 않는다. 농담이다. 내가 매료된 건 누드 자체보다 사람들의 벗은 몸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정이다. 나체가 어우러진 순간을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처럼 담아낸다. 내 사진 속의 누드는 충격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출처 W KOREA)

 

 

 

청춘YOUTH



1996년 18세의 나이로 뉴욕에 온 그는 다양한 도시 문화와 젊은이들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2000년 소호의 한 버려진 갤러리에서 연 첫 번째 사진전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 수제 작품집이 우연히 휘트니 미술관 사진 큐레이터인 실비아 울프의 손에 들어갔고, 2003년 휘트니 미술관은 당시 25세였던 라이언 맥긴리의 단독 사진전을 개최했다. 휘트니 미술관에 개인전으로 이름을 올린 역대 예술가들 가운데 최연소였다.


유서 깊은 휘트니 미술관이 이렇게 젊은 예술가의 개인전을 연 것은 사상 최초의 일로, 현재까지 회자되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일로 시골 출신 반항적인 아웃사이더스케이터는 일약 미국의 대표 사진작가가 되었다. (중략) 라이언 맥긴리는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를 가장 제대로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예술가로, 그의 사진 속 벌거벗은 청춘들은 극단적인 대자연을 배경으로 뛰고, 매달리고, 눕고, 추락하고, 떠다니며 생의 가장 강렬한 순간을 만끽한다. (<라이언 맥긴리컬렉션, ‘혼자 걷는’>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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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보인다. 젊지만 어리진 않고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딱 청춘이라는 단어하면 생각나는 그 나이대의 모습을 담기 때문인가. “제게 젊음이란 낙관입니다.” 라이언 맥긴리가 말했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낙관적이고, 불안과 피로보다는 낙관과 희망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꿈꾸는 모든것이 가능하고, 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들 특유의 낙천적인 감성이 좋다고. 그가 생각하는 젊음은 낙관이기에, 사진 속의 젊은이들은 뛰고, 매달리고, 눕고, 추락하고, 떠다닌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사진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을 사진을 통해 만들어내죠. 제가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세상은 일종의 판타지입니다.”

 

사실 나는 젊음을 낙관으로 보는 것 자체가 판타지라고도 본다. 젊음하면 방황 아닌가. 신해철이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호기롭게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지원했다는 일화가 그 방증이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해보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이가 맞으니까, 낙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라이언 맥긴리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금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판타지같은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청춘이란 이름을 붙인 건 우리다. 그 모습을 묘사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청춘. 얼마나 매혹적인 말인가. 그 단어는 젊은 내 몸과 생각과 행동이 있으니 그 짧은 시간 만큼은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 같은데.

 

혹자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을 청춘이라는 단어만 표현하기엔 아쉽지 않냐고 말한다. 넓은 주제를 아주 좁은 데에 욱여넣는 것 아니냐, 라디오 헤드를 CREEP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또 다른 이의 의견도 들어보자.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에는 젊은이들이 가득하지만, 거기엔 오히려 어떤 집단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자기들끼리의 일탈로서 어떤 고립을 즐기는 극단적인 개인이 있다. 그토록 가깝고 내밀한 개인 사이의 거리가 있다… 한국에서 박제되어버린 ‘청춘’같은 말로 뭉뚱그려 일반화할 수 있는 속성은 찾아 볼 수 없다.” (참고 GQ, 나는 왜 라이언 맥긴리의 전시에 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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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

 

 

트램펄린 위에서 폴짝 거리며 깔깔 웃는 게 다가 아니라 대자연 위를 헐벗은 몸으로 뛰어다니고 폭죽을 터뜨리며 몸을 구르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반짝거린다. 나는 그에 ‘청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좋다. 내가 특히 청춘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내가 생각하는 청춘은 딱 세 개. 하나, 안중근 의사의 말씀으로 내 고등학교 시절 좌우명이다. 백일막허도 청춘부재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둘, 이십대 초반 시도 때도 없이 흥얼 거렸던 트로이 시반의 youth, 그 중에서도 My youth is yours. 내 청춘을 네게 주겠다는 고백. 셋,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 끝내주는 하늘 앞에서 반짝거리는 젊은이들. 청춘은 이런 거야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들은 아니지만, 하나씩 떠올리기만 해도 청춘은 소중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만큼 반짝거리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왜 그의 작품은 판타지일까를 내내 고민했다. 대체 왜 어떻게 자신의 사진들을 판타지라고 설명하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분홍빛 하늘과 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몸,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 + 나체로. 곧장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사진을 찍어보고/찍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아. 자유로워보이는구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저렇게 자유로운 모습이니 판타지라고 부를만 하구나. 납득했다. 그러나 그가 담는 청춘의 모습을, 한없이 이상적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언젠가 그 모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희망을 가지고, 낙관적인 청춘을 보내고 싶다. 이상적이다, 비현실적이다 생각하는 대신에 내 청춘도 저렇게 눈부시게 보내야지하는 희망이자 다짐을 새기기로 했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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