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마지막 소원이니 나를 달로 보내주세요 - To the moon [게임]

지그문트 요원이 되어 떠나는 기억 여행, 그 첫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20.09.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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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어드벤쳐

제작| 프리버드 게임즈

출시| 2011. 11. 1.

등급| 전체 이용가

가격| 10,500원

 

 

 

To the moon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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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문’은 캐나다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작곡가인 칸 가오의 인디 게임 제작팀 프리버드 게임즈가 제작한 롤플레잉 어드벤쳐 게임으로 PC뿐만 아니라 모바일, 닌텐도 스위치로도 즐길 수 있다. 지그문트 시리즈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감동적인 이야기와 아름다운 OST로 많은 플레이어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플레이 타임은 4~5시간 정도이다. *지그문트 : 죽기 전 이루지 못했던 꿈을 기억 조작을 통해 이뤄 주는 회사.

 

무엇보다 스토리에 중점을 둔 감성 RPG 게임이다. 따라서 그 외의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플레이 방식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 동화 같은 그래픽, 환상적인 OST가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플레이 방식이 상당히 간단하다. 플레이어는 지그문트의 기억 여행 요원이 되어 주인공 ‘조니’의 중요한 기억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은 다섯 개의 ‘기억의 파편’을 모아 기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인 ‘기념물’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 난이도가 상당히 쉬운 편으로 간단한 퍼즐을 풀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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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2011년 게임스팟 최고의 스토리 상, 와이어드 최고의 비디오 게임 20선, RPG 팬 최고의 인디 RPG 등에 오르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예정 시기가 나오진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화가 이루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관객 수 약 370만을 기록하며 많은 이로부터 찬사를 받은 ‘너의 이름은’보다 제작비가 많이 투여되었다고 한다.

 

 

에바 로잘린 박사와 닐 와츠 박사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는 일이죠. 맨 처음부터...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오직 환자의 뇌 속에서만 벌어집니다.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그 '새로운 삶'은 환자들이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갖는 기억이 됩니다. 그리하여 이 수술은 오직 죽기 직전의 환자들에게만 수행됩니다. 그들이 간절히 원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뤄 주기 위하여.

 

이 특별한 이야기는 조니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의 꿈을 이뤄 주기 위한 박사들의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조니의 기억 속 시간을 거슬러 한 발짝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과거의 파편이 드러납니다. 박사들은 그의 일생에 엮인 복잡한 사건들의 퍼즐을 맞추며, 어째서 노인의 마지막 소원이 그러한지를 밝혀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조니의 최후의 소원은, 물론... 달에 가는 것입니다.

 

-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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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을 되새기며


 

‘투 더 문’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당시 RPG 게임에 빠져있던 나는 여러 유튜버의 RPG 게임 플레이 영상을 즐겨보곤 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투 더 문’. 꼭 봐야 할 명작이라는 사람들의 추천에 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잔잔한 진행에 쉽게 지루함을 느꼈다. 결국, 초반만 보다 말게 되었다. 그런데도 잠깐 들었던 ‘For river(리버에게)’라는 OST. 이상하게도 그 선율이 잊히지 않아서 몇 주 내내 그 음악만 들었던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온종일 집에 있다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문화생활, 소모임, 근교 여행 등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 무언가 단조롭던 내 감정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투 더 문’이 생각났다. 이 게임을 통해 감정의 물결이 요동칠 수 있겠다는 강한 확신에 차면서 말이다. 그렇게 2017년 업데이트된 버전의 ‘투 더 문’을 감상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보았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내 확신이 옳았어.” 였다.

 

 

 

반전 혹은 숨겨진 진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고 눈이 부을 정도로 운 건 처음이었다. 막바지에 가서는 화면을 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 게임에는 반전 혹은 숨겨진 진실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하나 있다. 이로 인해 앞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뒤에 가서 보이게 된다.

 

별거 없어 보이는 오리너구리, 종이 토끼, 등대, 가방 등에 의미가 생긴다. 그것들은 이야기를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그렇게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나갈 때부터 서서히 맺히던 눈물은 그 사실이 완전히 밝혀지자 맥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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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러한 스토리를 어떻게 구상했는지가 궁금하다. ‘기억 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로 만들어 낸 지그문트 세계관부터 에피소드 식 구성임에도 모든 게 연결된 치밀함까지 말이다. 당장 책으로 나와도 손색없을 듯한 소설 같은 스토리였다. “스토리 하나로 승부하는 게임이란 이런 거구나.”를 깨달았다.

 

조작된 기억 속 달로 향하는 결말을 떠올릴 때마다 괜스레 슬퍼지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끝날 때 받은 그 여운이 상당히 길게 갔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건지 이를 본 사람 중 몇몇은 ‘투 더 문’ 후유증이 남았다고 했다.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모든 걸 기억하는 여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니’에게는 몇 년 전 병으로 돌아간 아내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리버’. 둘은 평생을 약속한 이후로 함께 늙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그가 자신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이후로 말없이 종이 토끼를 접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에게 토끼를 보면 뭐가 떠오르냐고 계속해서 묻고, 아냐(등대)를 봐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심지어 병에 걸린 그녀의 치료비를 대려는 그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그 이유는 그녀가 그 대신에 등대가 보이는 집을 완성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과연 목숨보다 집을 선택할 정도로 그녀에게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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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에게는 ‘조이’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조이’는 어렸을 때 어머니의 실수로 차에 치여 죽게 되었다. 이 때문에 ‘조니’는 베타 차단제를 먹고 어린 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 ‘리버’와의 첫 만남까지 말이다. 축제 날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서 내년에도 보자고 약속했던 그날. 만약 못 보게 되면 달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그날을 말이다.

 

 

조니

"그래서… 넌 저것들이 진짜 뭐라고 생각해? 별들 말이야."

 

리버

"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만... 항상 저건 등대라고 생각했어.

수십억 개의 등대들이 하늘 저편에 있는 거야."

 

조니 

"아, 거긴 정말 시끌시끌하겠네."

 

리버 

"아니야. 거기서도 등대들을 다 볼 수 있어.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해.

   하지만 할 수 없어. 너무 멀어서 서로 말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빛을 멀리멀리 보내는 것뿐이야. 그게 ... 저 별들이야.

다른 등대들에 빛을 보내고 나에게도 보내."


 

조니

"왜 너한테?"

 

리버

"왜냐면 언젠간... 저 등대들이랑 친구가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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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을 앓고 있던 ‘리버’에게 그와의 첫 만남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조니)을 만나 마음을 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날의 기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받았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그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그녀. 이 때문에 등대가 있는 곳에 집을 짓길 바랐고, 아냐(등대)를 봐달라고 하였다. 그러니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아냐가 즉 ‘리버’인 것이다. 자신과의 첫 만남을 기억해 달라고. 결국에는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을 때까지 그 이유를 모른다. 하지만 이유를 모름에도 달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지그문트에 의뢰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에겐 해피 엔딩, 누군가에겐 세드 엔딩


 

원래 계획은 어린 ‘조니’에게 ‘달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심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달에 가려는 이유인 ‘리버’를 이미 만난 그이기에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에바는 힘든 결정을 내린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되돌린 채 이후의 ‘리버’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다행히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그는 수없이 노력한 끝에 NASA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나 함께 달로 가게 된다. 이후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둘이 평생을 함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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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과연 해피 엔딩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결국, ‘리버’의 노력은 현실에서든 재구성된 기억에서든 닿지 않았다. 그녀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게 과연 옳았을까. 그가 사랑했던 그녀와의 기억을 모두 없애버린다니 말이다. ‘리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건 지극히 세드 엔딩이다. 자신을 잊어야만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조니’에겐 가장 최고의 선택이자 해피 엔딩이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소원을 이룬 기억을 품고 떠났으니 말이다. 고객이 만족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에 대해 답을 내릴 수는 없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OST


 

For river

 

‘투 더 문’의 대표곡으로 게임 자체를 상징하는 곡이다. 게임 중 조니가 리버를 위해 작사, 작곡한 곡으로 플레이하는 동안 여러 번 리프라이즈 되기 때문이다. 미 플랫과 파, 두음이 반복되는 선율임에도 그 단순한 멜로디가 묘하게 가슴 어딘가를 툭툭 두드린다. 이를 들으면 슬픈 기억 너머의 두 사람이 떠오른다.

 

‘For river’를 몇 주 내내 들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OST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들은 트랙리스트에 자리해 있다.

    

Everything’s alright

 

1절은 조니 그리고 2절은 리버의 시점에서 서로에게 전하는 말을 노래로 만들었다. 이는 결말 부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가사가 참 예쁘면서도 뭉클하다. 특히 리버가 기억을 잃은 조니에게 자신은 괜찮다는 말이 더욱 인상적이다.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도 최대치의 감동을 선사하는 곡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다들 눈물이 터졌을 듯하다.

 

 

Until the stars fall down

별들이 모두 사라지고

 

they empty from the sky

하늘이 텅 비어버리더라도

 

but I don't mind

난 괜찮아요

 

If you are with me

당신만 곁에 있어 주면

 

everything's alright

모든 것이 괜찮아

 

 

   

죽기 전 당신의 소망을 실현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지그문트 사의 기계로 죽기 전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죽기 전 기억이라 하면 나에게 남을 평생의 기억일 텐데 말이다. “만약 ‘조니’처럼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다면 나는 아마도 사용할 것이다. 조작된 기억일지라도 말이다.

 

당장 내일 내가 죽는다고 쳤을 때 내가 원하던 꿈을 이루고 가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그때 가서도 후회하고 싶지 않다. 미소 지으며 편하게 눈을 감을 감고 싶다.

 

이러한 기계가 현실로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세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악용하는 일만 없다면 인류에게 큰 축복일 기계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관점에서 말이다.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은 과연 무엇일까. ‘조니’처럼 달에 가기? ‘리버’처럼 아냐(자신)를 기억해달라는 것? 아직은 모르겠지만, 소원을 다 이뤄서 기계 없이도 행복한 죽음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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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받을 만한 가치를 가진, 스토리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후유증을 앓게 하는 게임 ‘투 더 문’. 단순히 재미를 준 것을 넘어 그 이상을 감동을 주었던 게임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플레이해보려고 한다. 아직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조금만 붙잡아 두고 말이다. 보내줄 때가 되면 그때 해볼 것이다.

 

이제 지그문트 시리즈 에피소드 2인 ‘파인딩 파라다이스’로 다시 한번 기억 여행을 떠나러 가야겠다. 이번에는 어떤 고객을 만날지. 벌써 기대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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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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