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의 작품과 노동에 값을 매기는 방법 [시각예술]

김방주 개인전 《그것을 보거나, 보지 마시오》와 '미술작가 보수제도'
글 입력 2020.09.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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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주 개인전 《그것을 보거나, 보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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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예술가’라는 단어는 자연스럽다 못해 상투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속뜻이 너무나도 무겁다. 예술계의 내핵으로 파고들면 작가들의 생계유지를 둘러싼 문제들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미술인의 평균 수입은 기타 예술인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수입이 100만원 가량에 그치는 경우가 무려 72.7%에 달하며, 연간 수입이 아예 없는 경우마저 28.8%이다. (참고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 실태조사) 그렇기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일을 겸업하는 작가는 전체 작가의 절반에 달한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피부로 느껴온 이러한 현실은 그들의 작업 주제로도 종종 수면 위에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지난 7월,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개최된 김방주 작가의 개인전 《그것을 보거나, 보지 마시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전시장 안에는 (중략) 어딘가 엇나간 환율이 적용된 작품이 들어서 있다. 작가는 관객에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작품을 소비하면 그만큼의 비용이 지킴이로 일하는 작가의 임금으로 지불되고, 그만큼 전시에서 관람 가능한 부분이 사라지는 시뮬레이션을 제시한다.”
 
- 큐레이터 문소영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의 문소영 큐레이터는 이 전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때 특히 ‘엇나간 환율’이라는 단어가 흥미롭다. 과연 전시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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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위치한 전시 공간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미술관 지킴이의 기본 수칙과 매뉴얼이다. 이는 작가가 독일 유학 당시 일했던 슈투트가르트의 미술관이 제공했던 것으로, 그 내용 중 일부를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시된 작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지만, 전시관은 관람객에게 관람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르게 말하면, 관람객은 고객이며, 고객이란 무언가를 판매하는 대상이다.”

“우리는 매우 능숙한 방법으로 방문자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해 우회적으로 알려 주어야만 한다. 즉, 우리가 관람객의 어떤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방문객의 맞은편을 따라 이동하고 혹은 마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방문객을 지나쳐 갈 것. 만약 전시장에 많은 방문객이 있다면 창의적인 방법으로 동선을 구성하되, 방문객이 감시받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전시장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방문객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며 방문객을 환영하는 느낌을 나누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방문자는 우리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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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들은 전시실의 흰 벽 위, 그리고 벽과 비슷한 재질의 구조물 위에도 인쇄되어 있다. 이는 전시실 안에서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며 퍼포먼스 중인 작가의 행동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가는 이 전시를 개최한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시실을 지키는 노동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이때 지킴이 행세를 하는 작가가 왜인지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가 은연 중에 예술을 순수한 ‘노동’과 분리시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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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던져진 물음은 세 가지의 작품에서 '예술작품의 가격 책정'이라는 주제로 구체적인 형태를 띄게 된다. 먼저 Art-Apple은 작은 문 너머의 좁은 공간에 널려 있는 빨간 사과 모양의 도자기들이다. 식료품점에서 볼 법한 전자저울 위에도 사과 한 알이 놓여 있고, 저울의 숫자판에는 사과의 무게와 무게당 가격이 표기된다. 146그램의 사과는 14.6유로, 우리 돈으로 약 2만 원에 해당하는 값이다. 다른 사과들 역시 이 사과처럼 무게에 따라 가격이 매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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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전시실 중앙에 놓인 Project-Price이다. 좁은 좌대들 위로 음식이 프린트된 스카프들이 덮여 있는데, 이 스카프들의 가격측정법 역시 생소하다. 각 스카프는 인쇄된 음식의 실제 가격과 동등하게 값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함께 비치된 메뉴판에는 인쇄된 음식의 사진과 가격, 안내사항이 적혀 있다.

 

 
스카프의 소재는 쉬폰이며 크기는 가로x세로 7센티미터입니다. 모든 스카프의 가격은 음식의 가격과 동일합니다. 화폐의 단위는 구매 당일 기준 환율로 계산됩니다. 구입은 전시장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두 작품은 식료품 혹은 음식과 동등한 과정을 거쳐 값이 결정된다. 그래서 각각의 금전적 가치는 당연히 음식의 그것과 비교된다. 먼저 Art-Apple을 살펴보자. 한 알에 2만 원인 사과는 없다. 하지만 2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예술작품 또한 찾기 어렵다. 이러한 모호함으로 예술작품과 식료품, 혹은 단순한 사물 사이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은 Project-Price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술작품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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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 작품들이 어떤 의문을 남겼던, 결과적으로 사과와 스카프들은 독립된 오브제였기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 자체는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작품 Captured Cut은 다르다. 개별적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는 다른 작품들과 동일하지만, 이때 판매되는 것은 독립된 오브제가 아닌 프레임 단위의 영상 작품이기 때문이다.

 

큰 스크린에서는 작가의 영상 작품들이 상영되고 있다. 그리고 책상 위 컴퓨터 화면 속에서는 프레임별로 조각난 영상들이, 프린터에서는 프레임별로 인쇄되는 사진들이 보인다. 안내문의 설명에 의하면 한 번 판매된 컷은 영원히 구매자의 소유가 된다. 만약 모든 컷들이 팔려나간다면, 작가는 앞으로 그 영상을 전시에 출품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영상 시청중, 마음에 드는 장면을 프레임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프린트하신 프레임은 영상에서 제거됩니다. 전시장 지킴이에게 문의하시면 구입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작가의 마무리 작업 이후로는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되어 수정을 겪지 않는다. 설사 그 작품의 소유권이 특정 기관에 귀속된다 한들, 작가의 동의 없이 그것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있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말하는 ‘완결된 작품을 조각내 판매한다’는 개념은 꽤나 낯설다. 물론 회화 작품을 잘라 판매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노천웅 작가는 자신의 추상 회화 작품을 을 고객이 원하는 크기대로 잘라 판매한 바 있고, 뉴욕의 MSCHF 그룹이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을 잘라 판매해 논란을 일으킨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비물질적인 영상 작품의 일부를 떼어내 판매한다는 개념은 꽤나 생소하다.

 

 

 

예술의 상품화와 예술가들의 노동 가치


 

결국 이번 전시는 예술이 상품화되는 과정에 의문을 던진다. 그 방식은 '전시 상품을 판매'하는 전시장 지킴이의 모습으로, 혹은 그 가치를 음식과 견주어 판매되는 예술작품의 모습으로, 조각나 판매되는 비물질적인 영상 작업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화두에서 던졌던 두 가지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예술작품은 음식만큼의 가치를 부여받기에 합당한가?" "순수예술은 일반적인 노동과 분리되어야 하는가?"

 

순수예술은 언제나 일반적인 노동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 특별한 대우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 특별대우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틀이 없는 탓에, 예술은 상상 이상의 가격이 매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턱없이 낮은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들의 처우 역시 다를 바 없다. 소수의 스타 작가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작가들은 전업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판국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7년부터 '미술작가 보수제도'를 도입했다. 불과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작가들은 미술관 전시에 참여해 작품을 제작할 경우 제작지원비 이외의 인건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작가가 지급받는 보수는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될 영역으로 여겨졌고, 전시 참여를 권유받는 것은 작가가 기관에 감사해야 할 일이지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참여 작가의 경력, 전시 기간, 작품의 종류, 전시예산 등을 고려해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제도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년 개관 50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광장>전의 경우 참여 작가가 수백 명에 달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총 금액을 정하고 작가 수로 나누면 하루 금액이 고작 25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관 50주년이라는 특수한 시기를 기념하며 성대하게 치러진 전시였기에 발생한 상황이겠지만, 이러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제도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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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다. 이 제도는 현재 국공립미술관에 한해서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미술관의 비율을 살펴보면 사립미술관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는 곧 국공립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는 작가의 수가 크게 한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시키기 위해서 미술작가 보수제도는 사립미술관의 범위까지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립미술관은 전시나 기타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도 자체 예산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유지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수가 발목을 잡게 된다면, 그 피해는 또다시 작가들의 몫이 될지 모른다.

 

보수 지급의 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문제 상황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문화예술 선진국들의 경우 아티스트 피 문제를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보아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미술가들의 공정한 수입 구조를 위해 조직된 비영리단체의 주도 하에 마련된 보수 체계를 따르는 것이 고착화되어 있다.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지는 않으나, 통상 이들의 기준을 따라야 공정한 기관으로서의 자격을 갖춘다고 본다.

 

물론 그들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선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가들이 단결해 정당한 수입을 요구할 만한 강력한 단체가 없으며, 미술관 전시를 포함한 미술 시장의 안정화 정도 역시 여타 국가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시도가 그 사회 속에서 완전히 자리잡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국가가 한 발 앞서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은 많은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수많은 미술관들의 위태로운 재정 상태와 그 존립 방향성을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작가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 전시 참여 작가들의 보수 문제만 건드릴 것이 아니다. 작품 판매 시장을 안정적으로 활성화하거나, 일회성이 아닌 안정적인 2차 일자리를 지원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예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예술가들에게 일반적인 최저시급을 적용할 수 없고, 예술작품의 가치를 단순한 식료품의 가치로 환원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 이유를 고민하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신은 미술작가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의 시작이 될 것이다.

 

*

 

이렇게 김방주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예술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모호한 기준과 노동과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나아가 미술작가 보수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작품 판매의 현장을 시뮬레이션 했을 뿐 실제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형태지만 깊은 문제의식을 끄집어낸 전시였던 만큼 실제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 주제가 더욱 돋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실제로 작품이 전부 판매되어 전시기간 후반부에는 전시실이 텅 빈 상황이 연출됐다면 그마저도 흥미로웠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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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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