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19과 4학년 1학기 [사람]

왠지 1학기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글 입력 2020.09.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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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쓰는 오피니언이다. 워드를 켜고 이런저런 주제로 주절주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새 문서를 열었다. 2019년 한 해를 쉬고 복학 신청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된다면 한 달에 두 편 오피니언 쓰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뷰보다 자유도가 높은 오피니언을 쓸 때, 나는 주제를 선정하는 데만 해도 꽤 오랜 고민을 한다. 겨우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쓰다가 글을 엎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머리 싸매고 쓴 글이 고작 이 정도인가? 싶은 퀄리티로 기고하게 되는 글도 있다. 서론이 길었지만 한 문장으로 지금 내 기분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반년 만에 쓰는 오피니언이 부담된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임해 보기로 다짐했다.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지난 여덟 달의 2020년은 꽤나 다사다난했다. 모든 사건을 짚고 가자면 머리가 아파질 것 같으니 각자 지난 몇 달을 다시 떠올려보자. ‘코로나19’라는 키워드를 빼고 상반기를 돌아본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사실 3월 말에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스켑틱의 문화초대를 향유하면서도 이렇게까지 오래 유행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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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올해 초 내가 처한 상황은 대학교 복학이었다. 무리해서 학교 건물과 가까운 곳으로 자취방을 구하고 입주를 남겨둔 상황에서 돌연 개강이 연기됐다. 2주간의 혼란이 지나고도 나는 학교에 돌아갈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강의가 결정된 것이다.

 

그렇게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고 학교는 계속 원격강의 운영 기간을 연장했다. 결국 1학기는 전면 원격강의로 끝났다. 3년 동안 수업을 들었던 세종관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혹시 몰라 자취방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나는 친구와 이따금 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며 건물 앞 정자에서 잡담을 나누던 언젠가를 추억했다.

 

캠을 켜고 수업에 참여할 것을 강요한 교수님도, 반대로 학기 내내 학생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신 교수님도 계신다. 교수님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원격강의를 진행하셨다. 다른 단과 대학에서는 미리 수업을 녹화하시고 그 영상을 수업 시간에 재생한 분도 계셨다.

 

3시간의 수업 내내 꾸준히 학생들의 대답을 요구하는 교수님도 계셨는데 혹여 수업만 켜놓고 잠을 자거나, 딴짓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의의 학생을 부르셨다. 혹여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면 그 학생이 대답을 할 때까지 붙잡고 늘어지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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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교수님마다 정말 제각각이었고 수업의 질에 대해서는 굳이 논할 필요가 없다. 수강신청 전 올라온 강의계획서와 다르게 진행되는 수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님들이 강의계획서를 올리실 때까지만 해도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학기 중반부터 학교 커뮤니티에는 등록금 환불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하게 올라왔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 지불한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던 재수생 시절의 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나 집중하기 어렵고 졸린 강의를 보며 그때의 나는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내가 듣던 강의는 오십만 원이었지만, 나는 지금 사백오십만 원을 내고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조금 더 허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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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학기가 끝나고, 총학생회에서는 비대면 강의 만족도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등록금이 반환되어야 하는 이유와 방식을 묻는 질문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조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잊을 쯤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왔다. 특별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생과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학업장려’를 목적으로 한다는 장학금은 그마저도 등록금 실 납입액의 4%를 지급하는 것이라서 사백오십만 원을 전액 납입했어도 십팔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물론 왜 이렇게 꼬아서 생각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무려 칠천오백억을 누적 적립금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 새는 강의실조차 고치지 않고 있는 학교의 재학생으로서 이 정도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권리라고 생각한다.

 

2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까지만 해도, 수업 계획표에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한다고 쓰여있는 수업이 꽤 있었다. 하지만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개강 후 2주간 원격수업만 운영한다는 학교의 공지가 올라왔다. 왠지 1학기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어쨌든 다시 한학기가 시작된다. 나에게는 막 학기이기도 한 2학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조금 긴장한 채로 9월을 맞이한다.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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