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덕후의 마음은 책덕후가 잘 알지: 책 좀 빌려줄래? [도서]

"고백할게, 나는 책에 단단히 빠졌어"
글 입력 2020.08.2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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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동영상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종이 묶음이 뭐가 재미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이란 내게 각별한 존재다.

 

책은 거대한 우주처럼 느껴진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고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게끔 한다. 때론 지구 반대편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활자를 읽으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의 세계가 한 뼘씩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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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갈 때면 마음이 설레고 들뜬다. 빈손으로 나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친구와 함께 책 페스티벌에 가면 오픈 시간에 입장했음에도 행사가 마감할 때가 돼서야 겨우 밖으로 나오곤 했다.

 

책이 모인 공간이 선사하는 충만하고도 평안한 느낌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재미있는 책은 세상에 왜 이리도 많은지, 나는 또 새로운 책을 두 손 가득 구매해 버렸다.

 

최근에는 방에 책을 둘 자리가 부족해 새로운 책꽂이를 샀다. 왜 읽고 싶은 책은 사도 사도 끝이 없는 걸까? 그리고 어느 날, 나와 같은 '책덕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 모두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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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는 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그랜트 스나이더의 만화 에세이다. 그는 책과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지 않은 책은 쌓여만 가고, 책갈피가 빠지는 바람에 읽었던 페이지를 다시 읽기도 하고, 밀린 도서관 연체료를 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역시 책덕후의 마음은 책덕후가 잘 아는가 보다.

 

누구나 책을 즐겨 읽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출퇴근 붐비는 지하철일 수도 있고, 잠들기 전 침대 위일 수도 있다. 나는 주로 카페에서 책 읽기를 즐긴다. 따뜻한 커피를 옆에 두고 노트를 펼쳐 일기를 쓴 뒤 책을 펼치고 찬찬히 읽는다. 복잡한 생각은 어느덧 사라지고 책 속 이야기에 빨려들게 된다.

 

책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굳어있던 머릿속을 말랑하게 만든다. 저자 또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며 책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보여준다. 자신이 아끼는 책을 설명하거나 책과 함께 춤을 춘다. 고전을 읽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위대한 소설가의 공통점을 찾으며 그들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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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특유의 재치 있는 관점은 각각의 에피소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독서를 방해하는 것들>에서는 종이 베임 공포증과 책갈피 도둑, 책 먼지 알레르기 등이 등장하고,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엔 영수증부터 고양이 꼬리까지 별의별 물건이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 빙고>는 작가 하루키의 팬이라면 아주 반가울 것이고, <소설 롤러코스터>를 보면 우리가 전에 읽었던 소설의 몇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귀여운 만화와 일러스트는 소소한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글과 책에 대한 저자의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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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면, 한번 잘 해봐. 세상의 온갖 찬사를 다 받아도 만족이란 없을 거야. 그러니 인정을 목표로 삼지 말고 처음처럼 나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써봐."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글쓰기를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일과를 A부터 Z까지 알파벳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좋은 글쓰기 원칙과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말해준다. 전반부에선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줬다면 후반부는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것이다.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글쓰기는 꾸준함과 성실함의 결과물이다. 몇 번이고 문장을 지우고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만 진솔하고 깊이 있는 글이 완성된다. 그의 만화 속에서 글쓰기와 사투를 벌이는 인물들의 심정에 고스란히 공감하게 되었다.

 

동시에 저자가 책과 글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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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에 관한 이야기다. 만화 <내가 쓰려는 시>에서 저자는 시를 토끼에 비유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시를 설명한다.

 

단순히 종이에 적힌 글자를 넘어서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는 울림 있는 고백으로 다가왔다. 이런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이 쓰는 시는 분명 아름다울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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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작지만 거대한 세계다.

 

책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나간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성찰하게 된다. 책을 읽는 행위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며 나아가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삶의 기쁨과 충만함을 맛보고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책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은 언제나처럼 우리 곁에 든든하게 머물러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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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 홍한결


출판사 : 윌북


분야

독서 에세이


쪽 수 : 1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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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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