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서 있는 시간 [사람]

혼자서 '잘' 보내는 사람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8.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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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도 '잘' 보냅니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의 일상은 비자발적으로 집 안에 머무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은 이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타인을 만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핸드폰이 켜져 있는 한 대부분은 온종일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낯선 타인을 구경하고 관찰하는, SNS와 유튜브의 늪에 빠져 살았다.

 

집을 사랑하는 집순이면서, 종일 수많은 타인과 연결된 사람들을 오히려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비록 우리의 일상이 전보다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기회로 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보기를 권하는 마음에 혼자서 보내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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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있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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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은 나다운 시간이다.

 

내 방문에는 일본에서 사 온 고양이 풍경(風磬)이 있다. 문을 열 때마다 종이 깔랑이는 소리, 그 소리는 모종의 안도감과 편안함을 준다. 방문을 열면 삼나무 향이 훅하고 끼쳐온다. 투명한 병에 꽂혀있는 건조된 꽃에서 그 향이 올라와 방 안을 장악한다. 주인을 반나절 동안 잃었던 방에 소리가 흘러넘치게 된다. 옷 벗는 소리와 옷을 정리하는 소리. 허리를 펴며 끙끙대는 소리. 가방을 정리하는 소리와 작게 틀어놓은 음악이 섞여 푸른 방의 벽지에 흡수된다.

 

목이 늘어난 티와 친한 언니가 선물해준 잠옷을 입는다. 그리곤 온종일 나의 피부를 뒤덮고 있던 가면과도 같은 화장을 지워낸다. 온전히 내가 된 것을 답답함이 가신 여린 피부로 알 수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면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다. 순한 눈매를 가진 거울 속의 얼굴이 낯선 것은 나다운 시간을 얼마 보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다운 시간이라.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온전히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방 안에 혼자 있다 보면, 타인 앞에서의 언행을 자꾸만 곱씹게 된다. 말과 행동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그게 최선이었을까, 나의 무심함이 타인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타인을 의식한 거짓된 행동과 말을 습관적으로 하지는 않았는가. 얼굴에 스킨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다.

 

코로나 이후, 일상에 흡수된 마스크 착용. 의도치 않게 화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고 다짐만 했던 생각을 드디어 실천으로 옮기게 되었다.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올라온 홍조와 옅은 속쌍꺼풀이 드러난 눈매를 익숙하게 마주한다. 마스크를 매일같이 쓰는 일은 꽤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답답하고, 우리를 코로나부터 지켜준다는 장점 하나 외에는 모조리 단점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나의 맨얼굴을 예전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장점 하나를 더 찾았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이상하게 타인에 대해, 타인을 대한 나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자꾸만 깊어지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유튜브 속 요가 선생님의 차분한 목소리만을 머릿속에 흘리며 몸을 쭉쭉 늘려본다. 잡념은 사라지고, 유연해지는 몸이 산뜻하게 느껴진다. 가벼워진 몸에 덩달아 마음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드는데, 타인과 있을 때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 혼자 오롯이 남은 느낌이다.

 

혼자 있을 때는 말수를 줄이고 휴대폰을 멀리한다. 혼자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읽다 만 책 펴기,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독서 노트에 옮겨 적기. 씻고 나서 머리를 덜 말린 채 그냥 이불에 누워버리기, 그 상태로 <안경> 같은 조용한 영화를 보다가 잠들기, 때로는 늦은 점심이나 저녁을 챙겨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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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은 앎이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와 같이 보러 가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혼자 영화관까지 걷는 사람 없는 거리가 좋다(내가 주로 가는 영화관들은 시내 중심에 있지 않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까지 보고 나서 느지막이 일어날 수 있는 여유를 더 사랑할 뿐이다.

 

나의 소소한 취미는 영화 포스터와 포토 카드를 모으는 일이다. 영화가 끝난 뒤, 한참을 영화 포스터들 앞에 서서 한 장의 종이 안에 담긴 그 영화의 이야기를 살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본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포토 카드로 남긴다. 간혹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영화의 장면과 대사를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계속 영화를 곱씹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늦은 밤에 일기장을 펼친다. 일기만큼 사적인 것은 없다. 일기장 앞에서 나는 제일 자유롭고 솔직해진다. 말없이 오로지 글로만 오늘의 언행을 되돌아본다. 나의 방 안에서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깊숙한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그 감정들을 솔직하게 적으면서, 나에 대해 알아간다.

 

나의 일기는 내가 고심해서 고르고, 끝까지 향유한 문화에 대한 기록이다. 취향의 기록들을 찬찬히 넘기다 보면 내가 추구하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와 서로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분명 즐거운 일임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책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상상해보거나 그들의 삶에 나 자신을 대입해보는 망상도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나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함부로 타인이 나를 재단하고 틀 안에 가두게 놔두지 않기 위해서 오롯이 혼자서 나의 분위기를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믿는다.

 

어떤 날은 부끄럽고, 또 어떤 날은 미숙하다. 지난 일기를 읽어보면 나를 꾸짖는 글이 대부분이다. 언제쯤 지난 언행들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날이 올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며 한없이 위축되기도 한다. 그래서 깜찍한 그림이 그려진 초등학생 일기장을 샀다. 틈틈이 일기장 맨 밑, 오늘의 잘한 일을 적어둔다. 그리고 어딘가 마음이 힘든 날에는 그 잘한 일만 모아 읽는다.

 

주류가 아닌 것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쉽사리 좋아하기 힘들다. 대형서점의 서가에 진열된 베스트셀러보다는 동네 독립 서점에 들러 이름 모를 시인의 글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동네 서점들은 다른 곳보다 느린 시간으로 살아간다. 그곳의 시간은 혼자 있을 때의 내가 가진 시간을 닮았다.

 

사회는 가끔 지나치게 빠르기를 요구한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느리다. 누구보다 빠르게 살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주류에 편입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 하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수없이 걸려 넘어졌다. 내가 비주류에 더 어울린다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자 넘어지는 일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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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에서 발견한 책

『사랑에 휘청여도 배는 고프다(안승현)』 중

「달이 너무 작아 서향으로 걸었네」

 


그래서 결국은 혼자 있는 시간이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아름답다, 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아름답다는 말은 그 대상을 더욱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주는 느낌이다. 우리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석양을 보았을 때, 보통 예쁘다 혹은 멋지다-라고 말한다. 그 순간의 감정에 취해서 내뱉는 말이다.

 

아름다움은 그 취기 오른 감정과는 사뭇 다르다. 아름다움이란 아무도 없는 해변에 가만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일과 같다. 석양을 바라보며 석양에 대해 곰곰이 오랜 시간을 생각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면서 왜 내가 석양을 아름답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지 깨닫거나, 사실은 어떤 언어로 깨달음을 얻을 필요 없이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혼자만의 시간은 아름다움을 닮았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 아무도 없기에 누군가에게 휘둘릴 수 없는 시간. 그래서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나다워질 수 있는 시간.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 결국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것.

 

그 어느 때보다 혼자일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렇기에 모두의 혼자 있는 시간이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색해하거나 외로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기를. 그 시간을 통해 아무도 모르고 나조차도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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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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