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아한 가난의 시대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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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대해 말하기란 조심스럽지만 누구든 뼈빠지게 일해도 집 한채 꿈꾸기 어려운 시대, 당장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특징적이다. 이 부조화의 불안 속에서 어떻게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아한 가난의 시대>의 저자는 이런 의문을 품으며, 각자의 삶을 지켜주는 각자의 풍요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은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의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지극히 사치스럽고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한없이 궁상맞아 보이는 종류의 일일지라도 말이다.
-12p
나는 부서진 핸드폰으로 반년은 지내지만 매일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은 필요한 인간이다. 오천 원짜리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와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렇게 사치는 상대적이고 스스로 만족하면 된다고 여긴다. 나와는 다를, 모두의 사치를 존중한다.
한편으로 자문하게 된다.
과연 지금 느끼는 풍요로움이 진정한 풍요일까? 사실은 분수에 맞지 않지만, 놓지 못해서 잡고 있는 욕심은 아닐까? 순간의 부족함을 참지 못하는 인간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를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96p
망각은 편안하고 달콤한 반면에 자각은 불편하고 괴롭다. 그러나 내가 지금 삶을 아껴 두는 대신 써 버리고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삶을 낭비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지만, 젊음의 속성이 그러하듯이 낭비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그러니까 이 자각이 필요한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10p
사치와 빈곤 사이 어딘가에서 느끼는 풍요로움, 그 정체가 나의 분수에 맞는 것인지, 풍요의 탈을 쓴 빈곤은 아닌지 재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쩌면 당장에 가질 수 있는 만족감에 중독되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온전하게 풍요로웠던 순간을 꺼내본다. 저자가 언급하는 ‘아름다운 순간’은 사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또는 많은 절제의 끝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나에게 맞는 것들을 재정렬한다. 그렇게 나에게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취향과 안목, 그리고 약간의 용기를 기른다.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러다 보면 책의 제목처럼 ‘우아한’ 형용사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연한’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박은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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