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과 도서관이 가르쳐주는 삶의 공간 - 출판저널 518호 [도서]

글 입력 2020.08.1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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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일상은 이제 방역을 염두에 두고 재편될 거라는 문장을 곳곳에서 마주칠 때면, 여전히 막막하고 두려운 감정이 앞선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어린이 배우들이 선보인 특별무대 <당연한 것들>의 무대 영상이 요즘 나의 ‘눈물 지뢰’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뭉클한 노랫말, 테이블마다 거리를 두고 앉아 무대를 관람하는 성인 배우들의 붉어지는 눈시울까지, 이 영상은 내게 감정적인 공감과 위로로 작용했다.

 

 

출판저널 518호 평면표지.jpg

 

 

그리고 이번 <출판저널 518호>의 첫 대목인 발행인 칼럼 <‘출판개혁’이 필요하다 : <출판저널> 창간 33주년호를 발행하면서>를 읽는 동안, 책문화생태계의 관점에서 현재의 출판계, 도서관, 서점, 독자, 문화콘텐츠를 진단하고 또 산업 자체의 개혁을 논의한 이번 518호 읽기가, 코로나19 위기의 삶에도 지적인 위로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하여 ‘당연한 것들을 기다립니다’라고 말하던 어제의 나는, 간절한 바람에 더하여 근본적인 삶의 대전환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보려 한다. 나를 위해, 또 구체적인 대안 없이 안일하게 방치한 병든 사회의 본격적인 개혁을 위해. 나아가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출판저널 518호>의 읽기가 ‘여름에 마스크라니’라는 암담한 현실 가운데 작은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에임란트 도서관 전경.jpg

 

 

그중에서도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역할과 그 의미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해외통신이라는 이름의 한 꼭지로 소개된 네덜란드의 복합문화센터 에임하우스에 자리한 에임란트 도서관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좌측엔 에임하우스 도서관 내부 중앙을 담은 사진 한 장을, 그리고 우측엔 2014년 가을의 멍때리기 대회 그리고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역설하기 위하여 장자가 인용한 우화를 배치하면서 문을 연 글 <생각과 여유를 붙들어 놓는 에임하우스 에임란트 도서관>은 ‘쓸모없는 멍 때림을 쓸모있게 만드는 고품격 공간’ 네덜란드의 에임란트 도서관을 소개하는 글이다.

 

에임란트 도서관에 앞서 이 도서관이 위치한 에임하우스에 대한 대목에서부터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경험했는데, 무엇보다 이 거대 공간의 ‘유기성’에 깃든 의미와 의의가 인상 깊게 읽혔다.

 

에임하우스는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시의 광장 중심에 자리한 복합문화센터로 도서관, 미술관, 아카이브, 예술학교 총 네 개의 건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물 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건축의 측면으로도 구현함으로써 비로소 다양한 문화예술이 총체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안했다는 점 또한 흥미로운데, 네 개의 공간이 즉 네 개의 문화예술이 연속적으로 또 유기적으로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다는 건 물리적인 측면 너머의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다.

 

 

에임란트 도서관.JPG

 

 

그리고 에임하우스 안에 자리한 에임란트 도서관 또한 에임하우스와 같은 맥락의 의미를 지녔다. 말하자면 이 시대에 문화예술과 인문학의 쓰임새와 역할을 녹여낸 공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에임란트 도서관의 가장 큰 외관적·내관적 특징으로 소개된 ‘높은 천장’에 대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에임란트 도서관의 공간은 높은 천장 그리고 드넓은 공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아무 기능도 할 것 같지 않은,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쓸모없게 보일 잉여공간 말이다. 이 낭비공간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책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과 나아가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서 지고 있는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는 그 관점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 대목의 필자가 쓸모없는 멍 때림을 쓸모있게 만드는 고품격 공간으로 에임란트 도서관을 소개했다 옮겨적은 바 있다. 현대사회는 ‘쓸모 있음’에 집착한다. 쓸모 있다는 것의 정확한 이름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한 잣대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쓸모 있는 무언가를 창출하기 위해 기를 쓴다.

 

마찬가지로 필자는 실용적이고 잉여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누군가의 눈에는 이 도서관의 빈 공간마다 몇 만 권의 책을 더 꽂을 수 있는 서가를 배치하고 싶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빽빽하게 쌓인 책, 그만큼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가득 차 있어야하는 것이란 생각하고 또 상상하는 공간이 아닐까. 이는 책과 읽는 행위를 넘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는 바로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진정한 의의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네덜란드에는 어떤 도서관이든 도서관 고유의 기능과 특징이 무시되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즉 그렇다면 도서관 고유의 기능과 특징, 그리하여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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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씩은 ‘이번 달도 벌써 끝나가는 중이다’라는 문장으로 안부 아닌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 안부엔 ‘벌써’에 깃든 의미 그대로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근황을 그러니까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로 인해 이전보다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는 근황과, 한 편으로는 이번 한 달도 무사히 잘 버텨냈다는 안도의 한숨이 담긴 근황이 동시에 담겨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6월이 끝나갈 즈음엔 2020년의 절반이 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지하며 ‘그래도’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의 일상을 살아낸 거라는 위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기색을 지우지 못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그 사이에 7월 한 달을 또 견뎠고 어느새 8월이다.

 

어떻게 살아도 바이러스 앞에 완전히 온전한 상태일 수는 없는 일상을 사는 일,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애쓰며 각자 최선의 방법으로 일상을 다시 꾸려가는 중인 우리, 이 둘 사이에 공존하는 모순적인 감정들이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던 날을 되새기며 체념이나 무기력함 아닌 ‘살다’라는 동사로 존재하고픈 마음가짐으로 지금의 견디는 일상 대신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일상에 대한 고민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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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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