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논쟁 속 인간의 정의, 라스트 세션 [연극]

글 입력 2020.08.0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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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로서 ‘무의식’의 존재를 최초로 선언했으며, 루이스(1898-1963)는 영국 문학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기독교 변증론을 펼친 사람이다. 여러 대화를 주제로 논쟁을 펼치는 두 남자를 보며, 때로는 프로이트의 의견에, 때로는 루이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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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신의 존재를 믿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독교인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그런 그를 보며 프로이트는 말한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도 내어주라고? 지금 저 전쟁 상황 속에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왼쪽 뺨을 내어주다가 나라가 망하는 게, 그게 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 참 지켜지기 쉽지 않은 말이기에 저항심만 불러일으킨다. 전쟁 상황이라면 더욱 기가 찬 말일 것이다.

 

프로이트는 악의 존재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다. 행복하게 천국처럼 살면 될 걸 왜 악의 존재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 궁금증과 일맥상통했다. 이에 루이스는 이렇게 반문한다. “루시퍼에게도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이다. 악이 있기에 선이 있다는 게 확실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그저 그렇다고 믿으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엔 ‘인간은 모릅니다. 다만, 신만이 아십니다.’고 말하는 루이스에, 프로이트는 그것마저 ‘무지’ 뒤에 숨은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기찻길 위에서 미친 듯이 다가오는 기차를 봐야 할 때 하나님(절대적 신의 존재)을 찾는 -고통 안에서 신의 존재를 부르고 찾고, ‘그저 믿음뿐인 신앙심’ 안에 사는- 루이스와 과학적 근거와 분명함을 제시해야 하는 프로이트의 언쟁은, 아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감정과 과학


 

전쟁 상황을 듣기 위해 튼 라디오에서는 뉴스와 음악이 번갈아 나온다. 음악이 나올 때는 라디오를 꺼버리는 프로이트를 보고, 루이스는 소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왜 번번이 꺼버리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는,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기분이 싫다며 개인주의의 양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가 음악을 일부러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기쁨’이 음악에는 담겨있기 때문이다. ‘진실(과학)’을 찾는 프로이트의 삶에 있어 뜻 없이 마냥 넘실거리며 밀고 들어오는 주체하지 못하는 ‘감성’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일 것이다.

 

기쁨을 찾는, 어쩌면 이상을 꿈꾸는 루이스와 달리 무언가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그 자체로서 단일한 개인을 고집하는 프로이트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생각 차이를 극명히 보여준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라스트세션] 공연사진_이석준,남명렬(2)(사진제공_파크컴퍼니).jpg


 

 

사람


 

첨예한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비상상황에서는 서로 돕는다. 군인이 몰려올 것 같아 숨어야 하거나, 방독면을 써야 하는 상황, 잇몸 질환을 앓고 있던 프로이트를 도와야 하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같이, 함께함”을 ‘본능’이라고 말했던 연극 초입의 대사처럼, 생각과 사상은 다를 뿐이지 그들은 사람으로서 함께였다.

 

연극의 끝엔 루이스가 떠나고 혼자 남은 프로이트가 라디오를 튼다.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들리는 노래 소리에도 그는 라디오를 끄지 않는다. 나는 이 장면이, 닥쳐오는 전쟁과 극심한 잇몸의 병 앞에서, 그가 이때까지 고집스럽게 밀어냈던 신을 의지하기 시작하고, 사람에게 주어진 ‘감성’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결국 사람이었다.

 

전쟁과 고통 속에서 신(의지할 무언가)을 찾고자 하며, 함께함과 평안을 노래하고 감성에 자극을 받는 존재인 ‘사람’ 그 자체를 표현한 연극 <라스트 세션>. 관객들을 배척하다시피 똘똘 뭉치는가 하면, 편을 갈라 만들어버리게 하는 극의 연출과 대사에, 이따금 실소도 함께하는 연극이었다.

 

곱씹을수록, 리뷰가 끝을 향해갈수록 묘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국밥처럼. 사람은, 인간은 이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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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세션
- Freud's Last Session -


일자 : 2020.07.10 ~ 2020.09.13

시간
화, 수, 금 오후 8시
목 오후 4시
토 오후 3시, 6시
일 오후 2시, 5시
 
*월 공연 없음
*08/09,16,23,30 일요일 2시 공연만 있음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3관

티켓가격

전석 55,000원

  

주최/기획

(주)파크컴퍼니


관람연령
14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90분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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