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머물고 싶은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것들 - 더 터치 [도서]

글 입력 2020.08.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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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멕시코 몬테레이의 레지던스 ‘로스 테레노스’라는 건축물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 집은 모든 면이 거울로 되어 있어 주변의 작은 풀들까지 비춘다. 때문에, 미풍에 나뭇잎들이 흔들리거나 하늘의 구름이 바뀔 때마다 집의 모습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정말 특이하다. 보호색을 띠듯 밖에서는 주변 자연물을 비추는 거울로 되어 있지만, 내부에서는 외부를 바라볼 수 있다. 이 건물은 도심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딴 시골에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외부는 거의 자연을 그대로 반영하지만, 실내 공간에서는 자연 속에 있는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이런 공간에서 살아가는 느낌은 어떨까? 도시에서 8분 거리의 숲. 그 안에 은둔성을 띤 공간. 자연 속에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호시노야 교토 호텔은 일본 전통 배를 타고 강을 따라 15분을 가야 나오는 호텔이다. 교토의 외곽에 위치한 이 호텔에서는 바깥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을 확인할 시계가 없다.

 

위치적 고립뿐만 아니라 시간에서도 고립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을 확인할 시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강물 위에 비치는 햇빛으로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 시간은 자연스러운 개념이지만 시간을 확인하는 행위는 시간에 대한 인식을 더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진정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인식하는 경험은 몹시 특별할 것이다.

 

<더 터치>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멋진 공간들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공간이란 무엇인지, 좋은 공간이란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앞서 언급한, 호시노야 호텔의 고립성도 크게 보면 디자인의 일부이다.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이 공간만의 특별한 기능이다.


 

 

촉각


 

이 책에서는 시각뿐만 아니라 온 감각으로 공간을 느껴야 하고, 그럴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촉각에 집중하는 건축가 스티븐 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음악과 비슷하다. 재료가 지닌 풍부한 질감, 냄새, 느낌은 뭐라고 콕 집어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어도 뭔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중략) 재료에 광택을 입히면 그 원재료의 유기적 본질을 느낄 수 없다. 우리를 둘러싼 물질들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던 때로 회귀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공간 인테리어에 대해 생각할 때 촉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으로 보기에 촉감이 어떨 것 같다는 느낌, 분위기에 대해서는 고려해봤지만, 실제 촉각이라는 감각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

 

공간이란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곳이다. 우리가 손대고, 스치고, 부딪히며 사용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할 때, 왜 촉각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을까? 왜 시각을 통해 사물의 표면과 재질을 만지려 했을까. 우리에겐 분명히 시각 말고도 다양한 감각들이 있는데.

 

 

 

어둠에 대한 인식


 

인테리어에서는 주로 어둠이 공간을 좁아 보이고, 답답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더 터치>에서는 때론 어둠도 인간의 의식이 열망하는 환경임을 분명히 말한다.

 

밝은 흰색 벽은 공적인 영역과 연결되어 있는 반면, 어두운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사적이며 따스한 포용력을 준다. 어둠이 주는 암울한 이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방을 어둡게 한 채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해서 어둠이 주는 편안함에 대한 의견을 공감할 수 있었다. 어두움과 고요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자연의 색



 

자연은 절대 단순한 갈색 혹은 회색을 띠지 않는다. 자연의 질감을 담은 표면은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부드럽고 유기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스튜디오 KO는 “빛의 물질성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며 시시각각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라고 설명한다.

 

즉, 빛의 유동성으로 인해 시간과 위치가 변함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하면 빛의 위치가 변하면서 특정 물건을 강조하거나 다른 형태인 것처럼 보이는 등 다른 인상을 주게 된다. 자연의 살아 숨 쉬는 질감이 이러한 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자연의 질감은 인공적인 페인트와는 완전히 다르다.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인식


 

<더 터치>에서는 건축물이 시각이라는 감각에만 집중되어 설계되는 것을 경계한다. 팔라스마는 시각적인 아름다움 너머를 추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저는 다양한 감각적 인식과 감각적 존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감각들과 감각 체계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실존적 감각, 즉 자아감입니다. 우리는 눈뿐 아니라 우리의 존재 전체를 통해서 건축물과 만납니다.”

 

 

그리고 다음은,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놈 아키텍츠의 요나서 비예어 폴센의 말이다.

 

 

“우리는 공간이 배경 내지는 캔버스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삶이 펼쳐지는 거니까. 색채감이 있는 요소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먹는 음식,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어야 한다. 깨끗한 캔버스에서는 중요한 것만 부각 된다. 함께하는 단순한 삶이 그것이다.”

 

 

이 말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중요한 것이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공간은 캔버스이고, 작품처럼 빛나는 것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즉 공동체다.


*

 

나는 <더 터치>를 읽으면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여행을 가면 무엇보다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나름대로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콘텐츠도, 구성도 감각적인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영감들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라도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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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 -

 
원제
The Touch
- 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

지은이
킨포크, 놈 아키텍츠
 
옮긴이 : 박여진

출판사 : 윌북

분야
건축, 디자인, 사진

규격
210*288mm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정가 : 29,800원

ISBN
979-11-5581-282-2 (03540)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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